“요즘 내가 자주 듣는 말,,,
선생님 팬이에요, 인스타 영상 넘 잘 보고 있어요.
선생님한테 꼭 꽃을 사고 싶어서 꽃 살 기회만 노리고 있었어요. “
불과 3개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추운 겨울날,
인스타그램 속 플로리스트가 만든 꽃다발을 사러
멀리서 오시는 분들,
그 분들을 만나는 시간이 참으로 감격스럽다.
영상편집을 바꾼 것 만으로 이렇게 달라진다고?
내가 아는 대로가 아닌 팔로워들이 원하는 걸 보여주어야 했구나…
내 속에 갇혀 있던걸 풀어냈어야 했구나…
…
난 진지하고 차분한 유형의 사람이다.
그래서 나의 영상들은 대부분
어떤 작품이나 소재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었다.
어떻게 해야 더 많은 분들께 나를 알릴 수 있을까,, 적극적인 고민과 시행은 어느 정도의 팔로워들을 모아주었다.
그러나 그 콘텐츠들은 일반 대중을 위한 건지, 플로리스트들을 위한 건지 애매모호한 경계에 있었다.
아… 뭘 더해야 하는 걸까…
평소 내가 좋아하는 강사님 강의를 라디오처럼 듣다가 내 귀에 꽂힌 문장.
“여러분, 왜 3초 후킹 안 하세요?”
일단 초반에 이목을 집중시켜야 해요. 적용해 보세요
그래서 나는 어떤 3초를 넣어야 하는 건데…
그런 후킹이란 단어는 나랑 안 맞아, 내 계정은 꽃 만드는 게 궁금한 분들이 관심이 많아, 플로리스트들이나 꽃을 좀 다룰 줄 아는 분들이 내 영상을 좋아해
3초 후킹.
알겠어. 그런데 난 후킹 할만한 것도 없잖아…
10월 초였나 보다. 우연하게도 꽃을 종종 주문해 주시는 회사 과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또 갑자기 주문드려서 죄송한데요,
연예인분이 오시는데, 꽃다발이랑 테이블 센터피스가 필요해요.
빨강, 파랑을 좋아하신다고 하니까 그런 꽃들로 해주세요.
아 이거 잘못하면 유치해지는데..
걱정이 앞섰지만, 그런 생각도 편견일 수 있지.
어떻게든 잘 조합해 보면 돼.
습관적으로 폰 카메라를 켜고 간단한 멘트와 함께 꽃다발 만드는 과정을 찍어두었다.
내 예상보다 꽃은 잘 나왔고, 그 배우의 대표작 느낌까지도 담은 듯이 보였다
이걸 어떻게 편집할까…라는 생각보다도
내가 영상을 올리는 게 그 배우에게 누가 되는 건 아닐까…
아니야, 다들 연예인 이름 거론하고 사진 넣어서 하자나, 그냥 해.
괜한 찜찜함을 뒤로하고 , 일단 만들었다:
그리고 영상 초반의 멘트
“연예인꽃다발 주문이 들어왔어요.”
이 영상은 (26.01.16 기준) 조회수 64만 회, 1594명의 팔로워를 연결해 주었다.
그다음 영상도 초반 멘트를 신경 써서 만들어 보았고, 내 팔로워 이외의 분들도 좋아할 만한 내용을 담았다.
영상 반응은 역시나 좋았다.
아… 이거였구나..
그다음 영상 소재를 고민하고 있을 때 독특한 예약주문이 들어왔다. 바로 뮤지컬 마리퀴리 포스터 느낌이 나는 꽃다발,
특히나 마리퀴리가 발견한 라듐 느낌이 나게 해 달라는 황당하고 귀여운 주문이었다.
처음에 당황스러웠지만, 이걸 독특하게 해 봐야겠다. 생각하고 꽃구상에 들어갔다.
꽃 염색을 이틀간 하고 포장지 페인팅을 하고, 이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영상이 업로드되자마자, 조회수가 폭증하고 댓글이 연달아 달렸다.
(영상조회수 106만 회, 8822명 팔로우 , 26.01.16 기준)
이후 비슷한 결로 영상을 제작해서 업로드하게 되었고
매장 예약과 상담 건수가 매우 많이 늘었다.
연락 주시는 분들 대부분 하시는 말씀이,,,
인스타 너무 잘 보고 있어요, 선생님 팬이에요,
더 감동적인 말씀들,,,
매번 인스타로만 보다가 드디어 꽃주문할 일이 생겨서 연락드려요!
전 꽃에 관심도 없고, 꽃 살 일도 없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선생님 영상보다 보니까 꽃 선물 할 기회를 노리고 있더라고요.
꽃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할 때는 꽃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만 닿았는데, 이제는 꽃에 관심 없던 분들에게까지 내 영상이 가는구나… 그리고 그분들이 관심 갖도록 구성하니 꽃을 사고 싶다고 찾아오시는구나…
꽃의 일상화, 대중화를 만들고 싶은 건 플로리스트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그러나 대중에게 꽃은 예쁘긴 하지만 빨리 시들고 돈이 아까운 존재. 졸업식에나 사지, 생일에도 살까 말까 하는 삶에서 흥미를 주지 않는 존재.
꽃을 좋아하는 일부에게만 사랑받는 존재이다.
내가 꽃다발에 서사를 담기 위해 염색과 페인팅을 하여 독특한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은 릴스를 보는 대중에게 매우 새로운 창작과정으로 보였던 거 같다.
“선생님 꽃다발은 예술작품이에요. 상품이 아니에요. ”
“작가님, 작품 너무 멋져요. 그런 미감은 어디서 나오나요. 배우고 싶어요. ”
신규 팔로워들을 보면 20-30대 초반 분들이 놀랍도록 많아졌다.
새롭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열망이 있는 그들에게 내 영상은 매우 신선했던 거 같다.
꽃이 그 자체로 예쁜데, 왜 그렇게 변형하냐, 꽃이 불쌍하다,,
라는 반응도 간혹 있지만,
나는 꽃을 통해 사람의 이야기를 번역하고 있는 중이다.
노란 꽃이 초록이 되고, 빨간 꽃이 금색이 되고, 하얀 포장지가 주황색으로 덮이는 과정 안에 주문한 사람의 이야기, 받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농담 삼아 꽃으로 어그로를 끄는 플로리에스텔입니다.
라고 하지만,
내가 원하는 지점까지 난 계속 어그로 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