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

"그게 순리야."

by 그때그대

몹시 더운 여름 날이다. 휴가철이라 도로에 차도 가득하다. 모두들 어디로 가는걸까? 가족들과 함께 물놀이를 가는 길이려나. 우리 가족도 함께 이동중이다.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시원한 소재의 정장 바지를 입었고, 흰 반팔 셔츠가 없어서 긴 팔을 접어 올렸다. 남편도 아래는 검은 색 위는 하얀색으로 단정하게 입었다. 아이들은 반팔과 반바지로 챙겨 입혔다. 무채색으로.


추모공원에 우리 가족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그 다음 부모님. 마지막으로 도착한 가족은 오빠네 가족이다. 오빠가 먼저 내리고 두 조카가 밝은 얼굴로 인사한다. 그리고 올케언니는 이곳 추모공원의 작고 귀여운 방 안에 있다. 가볍게 서로 포옹을 하고 계단을 올라 언니 방 앞에 섰다. 생전 언니가 좋아했던 블럭 미니어처와 수영 소품들로 꾸며져있다. 조카들 사진은 최근 것으로 업데이트 되어 있었다.

아무도 울지 않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오빠는 우리를 출구로 몰아내듯 뒤에 서서 재촉했다.

벌써 일년이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다. 오빠는 오죽하랴. 맨날 다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라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 괜찮아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라 그게 걱정일 뿐. 밤마다 몰래 울고 있지 말고 힘들다고 말하면 차라리 좋겠다.

나이로는 사춘기 절정인 조카들도 의젓하고 밝다. 작은 조카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쇄골이 골절되는 사고가 있었는데 안면부가 다치지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엄마가 네 얼굴을 감싸 안아 주셨나보다 했더니, 저도 그 생각했었어요. 하고 웃었다. 입원한 병실 호수가 엄마 기일의 숫자였다는 것, 우연히 들어온 이 식당의 오픈 기념일이 하필 기일이라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그저 우연일 뿐이고 내 마음 좋으려고 의미를 붙이는 것이라해도 좋았다. 작은 우연에 엄마를 떠올리는 녀석들이 참말 예쁘다.

조카들이 상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고통이었다. 씩씩하게 조문객을 맞이하다가도 조카들만 보면 눈물이 줄줄 흘렀다. 저것들을 두고 언니는 어떤 마음으로 떠났을까 말이다.


"순리대로 살자. 다 살아진다. 산 사람은 사는 거다."


사람은 누구나 떠나고 가는데 순서없다는 진리도, 산 사람은 다 살아진다는 순리도,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단어가 되었다. 너무 사랑하셔서 일찍 데려가셨나보다는 위로를 해 주신 분께는 죄송하지만 가장 와 닿지 않는 위로였다.

진리도, 순리도, 사랑도...남은 가족들이 너무 슬프지 않도록 똘똘 뭉쳐 살아가도록 스스로 다짐하는 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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