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딱 한 번만."

by 그때그대

시작이 반이고, 한 번이 두 번 된다고 했다. 그렇게 한 개 한 개씩 쌓으면 뭐가 되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이런 마음으로 수영을 다닌지 꼴랑 3개월차. 평형 발차기가 안 되어 제자리에서 허우적대고 있지만 주2회 수강을 해서 그런가, 다음 달은 주3회를 가면 나아지려나 고민중이다. 나는 내가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은 몰라도.

일주일에 두 번 가던 수영을 한 번 더 가는 것이 뭐 어렵나 싶겠지만 그 '한 번'이 전부가 되는 시작이다. 시작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시작이 반이다'이라는 속담이 있겠지. 무슨 일이든 시작이 어렵지 일단 시작을 하면 끝마치기는 그리 어렵지않다. 나도 언젠가는 평형 발차기를 잘 할 수 있겠지?


무엇이든 시작하거나, 계속 하는 일에 '한 번'이 붙으면 동기부여가 된다. 허벅지가 찢어질 것 같아도 스쿼트 한 번 더 하는 것처럼.

숫자 '1'을 의미하는 '한 번'. 이 작은 움직임정도는 해볼만 하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기어이 해내는 나 자신을 보면 성취감이 커진다. 완전히 새로운 것도 도전하고 싶은 용기가 생긴다. 수영으로 하루를 시작해 짧은 호흡에도 레일을 한 번 더 찍고 온 나 자신이 기특하다.


'한 번'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지속하는 에너지가 고갈될 때 또는 새로운 것을 시작할 용기가 부족할 때 딱 한 발자국만 뻗어 내딛어보는 힘을 주는 단어다.


멈출 때 사용하면 거짓말이 되기 십상이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줘."

"딱 한 번만. 마지막이야."


'한 번'은 지속할 힘과 용기를 주는 마법의 언어이기 때문에 두 번, 세 번이 쉬워진다. 이미 그 '한 번만'에도 앞서 여러번의 같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지않나. 나는 멈추어야 하는 일에 '한 번만', '다시는', '내가 죽을 때까지' 등의 말을 붙이는 인간을 믿지않는다. 그런 말을 하고서 부끄럽지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적어도 내 경험안에서는 그렇다.

나도 한 때는 '한 번'의 기회를 구하는 간절함과 결연함에 속아준 적이 있다. 어김없이 두 번으로 이어져 인간관계가 끊어지고 만다. 초등학생 시절 친구가 자꾸 내 물건을 훔쳤고, 그 친구는 '딱 한 번'의 용서를 구했으나 같은 일은 또 일어났다. 연애에서도 그랬다. 마지막 기회를 간절히 원하고 굳은 다짐을 하던 그는, '두 번째 바람'을 그저 들키지 않으려고 애쓸 뿐이었다.


"엄마, 한 번 만 안아줘."

"엄마는 열 번 백 번 안아줄 수 있어. 한 번만이라고 하지 않아도 돼."

"엄마, 나 지금 잠시만 안아줘."


아이들은 '한 번'을 '마지막 한 번의 기회'라는 숫자의 의미로 쓰지 않고, '작은 부탁'의 뜻으로 말한다.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또 하고 또 할 수 있는 포옹에 헤아릴 수 있는 숫자 중 가장 작은 '하나'를 붙이는 것이 싫다.


아껴두어라. 꼭 필요할 때가 있다. '딱 한 번'은 어느 날 '딱 한 번' 정말 간절히 쓰일 날이 있을 수 있다. 그 어느 날에 내가 누군가에게 거짓말이 될 것이라 의심받지 않도록 진짜일 때 쓰기로 하자.


포옹은 한 번이 아니라 백 번을 하고,

스쿼트는 어제보다 딱 한 번 더 하고.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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