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 여행을 오신 듯한 아저씨 다섯 분이 들어왔다. 취향에 따라 따뜻한 음료도 차가운 음료도 모두 골고루 주문한 후 쇼케이스를 한참 보더니, "어른들은 어떤 케이크 좋아요?"라고 물었다. "보통 당근케이크를 많이 드시는데, 혹시 달콤한 거 좋아하시면 초코케이크도 추천드려요." 대답했다. 이미 자리를 잡고 앉은 아저씨가 "뭐 먹으려고? 됐다. 그냥 앉자." 말하는데 주문대 앞의 아저씨는 "우리도 케이크 같은 거 좀 먹어보자! 그냥 둘 다 주세요. 다 먹지 뭐."라고 했다.
왠지 귀여운 그 모습에 음료도 케이크도 준비하는 과정이 탐 기분 좋았다. 테이블로 가지고 갔더니 모두 다른 비주얼의 음료를 보며 "우와, 어떤 게 내 거지?" 확인하며 신나게 자기 앞으로 가져가는 모습에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는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며 케이크도 나눠먹었다.
한 시간쯤 수다를 떨다 말고 나에게 "우리 너무 씨끄럽지요? 이런 데는 조용해야 하는데 맞죠?"라고 했다. 사실 아저씨들과 나 밖에 없어서 전혀 상관이 없었고, 원래 카페는 얘기를 나누는 곳이니 정말 괜찮았다. 그렇게 답하고 나서 나는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고 아저씨들은 한참 군대 얘기를 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내 할 일을 하느라 제대로 듣지는 못했는데, 한 아저씨가 말을 하다 말고 "다 늙은 아저씨들이 군대 얘기만 신나게 해서 이상하게 보겠다." 하니 다들 말을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참 귀엽고 웃겼다. 누구나 옛날 얘기가 제일 재미있을 테니까.
또 조금 있다가 "우리 너무 오래 있는 거 아닌가?"라며 아저씨들끼리 말하는 척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괜찮아요! 자리도 많고, 또 아무도 없는 것보단 누구라도 있어야 손님들도 더 많이 오시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너무 오래 있는 것 같다.'와 '괜찮다.'가 몇 번 오간 후 아저씨들은 다시 군대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이 빵 터지는 순간에는 나도 웃고 있는지 한 번씩 쳐다보면서 말이다.
"우리가 다 다른 군대를 나오니까 더 재밌잖아."라며 이야기가 마무리될 때쯤 아저씨들을 보니, 처음 들어올 때 보다 열 배 정도는 더 설레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 동화되어 나도 활짝 웃으며 그들을 대하다가 문득 "나도 같이 껴서 이야기를 듣고 리액션을 했어야 했나?" 싶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