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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무원 덕림씨 Sep 12. 2020

나는 철밥통이 싫어요!

혁신적으로 일하면 감사가 따르지만... 두려움을 용기로 극복하자. 

  '덕림아! 면서기라도 해라'라는 아버지의 속삭이듯 한 말씀이 생각나서 공직의 길로 들어섰다.  얼마나 마을 이장의 불공정함이 감내하기 힘들었으면 아들을 면서기라도 시켜 개선하고자 하셨을까?  공직생활 중에 수십 번 이해가 되었다.  늘 이런 마음이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그냥~~ 일하기는 싫었다.  그래서인지 나의 나날의 생활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런 나에게 그동안 쌓인 말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솔직히 TED란 곳을 몰랐다.  강의를 해줄 수 있냐? 해서 순천만을 홍보라도 할 생각으로 승낙한 것이다.  그런데 처음 강의에 가장 큰 무대가 될 줄이야~~ 2012년 삼성 코엑스홀 대강당에 모인 1,200명의 청중에게 했던 TED초청 강연!  우리나라 공직자로서는 최초라 했다.  하루 전 리허설을 하는데 무슨 말을 할까? 생각도 안 떠오르고 떨리기만 했다.   리허설을 마치고 나서 나의 매니저는 걱정을 한없이 했고, '공무원을 괜히 섭외했다!'는 웅성임이 들렸다.  저녁에 잠이 오지 않았다.  '모르겠다. 나의 일한 경험과 평소 생각을 진솔하게 말하자' 다짐하고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나는 철밥통이 싫어요.'라고 당당히 말했다.


  나는 철밥통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가급적이면 일을 할 때 어떻게 하면 창조적으로 할까? 어떻게 하면 혁신할 수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감사와 조사가 뒤따랐습니다.  현재도 감사를 받고 있는 중이지만 두렵지는 않습니다.  
내가 한 일들이 국민을 위해 시민을 위해 한일이라면 당당히 받겠습니다.

TED 강연 도입부 영상 / 유튜브에 '최덕림'검색하면 전체 영상을 볼 수 있음.




혁신하면 감사와 조사가 따르는 이유


  2012년 TED에서 한 말이 '나는 철밥통이 가장 싫다.'라고 말했다.  공직생활 중에 1,200명의 청중 앞에서 한 말이니 더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들어도 당당한 것 같다.  나는 그 당시 순천만 보전을 위해 주변지역 960만 제곱미터를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을 하면서 린치도 당하는 등 수많은 민원에 시달릴 때였다.  임시 공람공고기간 1년 6개월에 72건의 건축허가 요청을 모두 반려했다는 이유로 감사원 목적 감사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 당시 2주간 감사일정이었는데 첫날 감사관이 불렀다.  "당신은 무 자르듯 일을 했기에 그에 응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그만 둘 각오를 해라"였다.  두려움이 쌓이면서 잠도 이 오지 안 했다.  감사관에게 순천만의 중요성과 그동안의 사정을 얘기하면 "들을 필요도 없다.  가서 기다리라" 했다.  말도 들어주지 않기에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그간의 경위서를 작성해 주었다.  일주일이 넘도록 서류만 점검했다.  


  감사 종료 2일 전에 현장을 가보자 했다.  순천만 현장을 모두 둘러보고는 "너무 작은 것을 본 것 같다. 안 본 것으로 하자" 했다.  안 보면 다음에 또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동행한 감사팀장에게 "감사를 받았다"는 근거를 하나 해주라 했다.  그 당시 훌륭한 감사관을 만나 운 좋게 벗어날 수 있었다.  순천만 주변에 72채의 건축물이 들어섰다면 지금의 순천만이 있을까?  없을 거라 확신한다.  


세계적인 보고 순천만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생태계 보전지구로 지정을...


  접시 닦지 않으면 깨지도 않는다.


  접시 닦은 며느리가 접시도 깬다.  아예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접시도 깰 리가 없다.  공직도 마찬가지다.  일을 많이 하고, 새로운 일을 벌인 사람이 감사관의 밥이다.  감사관도 잘못한 근거를 찾아야 하니 일한 사람이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일을 많이 한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고 봉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한번 당해본 사람은 "적당히 일하고, 남보다 승진만 빨리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기 쉽다.  그런 사람이 한둘이면 넘어가지만, 숫자가 많다 보니 답답한 시민들의 입가에서 쉽게 "철밥통"이라 하지 않을까?   나는 그 소리가 가장 듣기 싫었다.  그래서 늘 창조적이고 혁신할 수 있는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공무원과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퇴직 3년째 되면서 점점 시민의 입장이 되는 것 같다.  이유야 어떻든 공공의 일은 대단하다.  집 밖을 나서면 모두가 공공의 영역이다.  눈에 보이는 가로등이나 광고물도... 밟고 다니는 보도와 공원들도... 모두가 공무원들의 손길이 묻어 있는 것이다.  이를 매일 사용하는 시민들은 어떤 생각일까?  객관적 근거는 없으니 상상에 맡기고 싶다. 하지만 '철밥통'이라는 말이 들리는 것은 후한 점수는 아닌 것 같다.(별도로 국민들이 생각하는 공무원에 대한 설문 결과는 다음 글에서 제시하고 쓸 생각임)  


  실제 경험한 일이다.  약 300명 정도 근무하는 운수회사에서 '공공서비스 마인드 향상' 특강 요청이 왔다.  강의에 앞서 앞자리에 있는 분께 질문했다.  평소에 공무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맨 앞에 있는 한 분에게 질문했는데 300여 명이 동시에 '철밥통'이라 말했다.  그동안 공직자를 '철밥통'이라 할 것 아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사실로 확인하는 순간 나도 깜짝 놀란적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더 큰 곳에 있다. 많은 국민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데, 정작 당사자인 공직자들은 어떨까?  궁금하다.


  공직자만 탓할 일도 아니다.  한때 우리들은 이억만리에 있는 동유럽의 크로아티아 플로트 비체 국립공원을 많이 갔었다.  좋은 경관과 생태적으로 잘 보존된 관광을 하면서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정말 대단한 국민이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왜 이렇게 못하는지 답답하다.'라면서 귀국한다. 귀국해서는 언제 그런 생각했냐? 는 듯이 경치 좋은 해안이나 산림에 펜션 짓고, 카페 차린다.  플로트 비체 국립공원은 400년 전부터 보호구역으로 관리해 온 곳이다.  왜 우리는 외국의 멋진 광경은 보고 놀라면서 나만은 개발에 더 눈을 돌릴까?  순천만 주변지역을 다시 보자.  


우리나라 최초로 생태계 보전지역을 지정하여 자연을 보전하기 위해 개발을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가장 철새가 많이 찾고 생태계가 잘 보전된 곳? '순천만!'인 것이다.  동참한 시민들도 위대하다.


크로아티아 플로트 비체 국립공원 사진 / 직접 촬영


공직자들이여! 철밥통 소리 사라질 때까지 혁신하자!


   철밥통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혁신해야 한다.  혁신은 '쓸모없는 것을 새롭게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혁신의 반대는 모방이 아니라 두려움이다.  두려움 극복이 힘들어 철밥통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다.  TED 강연에서 했던 나의 주장을 다시 보자.  '철밥통이 싫어 창조하고 혁신했더니 감사와 조사가 따랐다. 그러나 두렵지 않다. 국민을 위해 시민을 위해 한 일이라면 당당히 감사도 마다하지 않겠다.'라고 했지 않는가?.  나도 사람이기에 두려웠다.  그러나 국민을 위해 시민을 위해 한일이라면 나에게 작은 상처 난들 감내하고 싶었다.  


  한 나라의 가장 큰 조직은 정부다.  한 도시의 가장 큰 조직은 지자체이다.  결국 정부나 지자체가 국가나 도시의 문화 흐름을 주도하게 된다.  그러기에 모든 면에서 정부나 지자체는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사회가 될 것 아닌가?  철밥통이라는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혁신하면 안 될까?  공공의 신뢰로 선진국이 되는 그날까지...

글을 쓰다 보니 너무 큰 담론이 되었다.  실행한 일도 있지만, 마음속으로 소망하는 일도 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그냥 한 머슴의 고백이라 이해 바란다.

  

하루해가 짧았던 시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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