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 달인이 토해내는 ‘적극행정’을 향한 간절한 외침
"중앙부처 사무관님 한 분을 뵙기 위해 6시간 차를 타고 올라가, 고작 20분을 만나기 위해 하루 온종일 길 위에서 보냈습니다."
강연의 시작에서 이 문장을 뱉을 때마다 당시의 공기가 떠오릅니다. 지자체 공무원으로서 지역을 위한 예산을 따내고 사업을 설명하는 일은 늘 간절함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워낙 바쁘신 분들이라 얼굴 한 번 뵙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지요. 오죽하면 화장실 전기코드에 노트북을 연결해 두고, 그분이 화장실에 오실 때까지 숨죽여 기다렸다가 설명을 드린 적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그 굴욕적이었던 순간들이 어떻게 대한민국 최초의 생태관광지 '순천만'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왜 지금 우리 공직 사회에 '적극행정'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대부분의 공직자는 총무과, 회계과, 감사과 같은 이른바 공직자들끼리 노른자위라고 하는 '요직'에 가길 원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문화관광 부서에서 23년, 청소과와 허가민원과 등에서 묵묵히 시간을 보냈습니다.
퇴직 후 돌아보니 깨달았습니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부서가 '노른자위'라는 것을.. 바로 내가 근무했던 그 '현장'이었다는 것을요. 20년 전, 버려진 갯벌이었던 순천만을 대한민국 최초의 생태관광 자원으로 복원하기 위해 보낸 5년, 그리고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해 쏟은 3년의 시간은 제게 공직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해 주었습니다.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서 저는 퇴직 후 '총감독'을 맡았습니다. 보통 이런 국제 행사의 총괄은 외부 전문가들이 맡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저는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공무원이 기획력과 추진력을 갖췄을 때, 어떤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요. 저는 '행정 달인 1호'로 선정되고 한국 공무원 최초로 TED 무대에 서서 저의 공직 철학을 공유했습니다. 이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경계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살아있는 답변이었습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 앞에 서서 큰절을 올리고, 목이 터져라 강의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여러분이 집행하는 예산 한 줄이 지방에서는 누군가의 생존이자 도시의 운명을 바꾸는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적극행정은 거창한 구호가 아닙니다. 화장실 전기코드에라도 노트북을 꽂겠다는 그 간절함, 내 직업이 시민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그 확신이 바로 시작입니다. 제가 동료들과 현장에서 직접 겪은 실패와 성공의 기록들이, 여러분의 가슴 속에 잠자던 공직자의 자부심을 깨우는 불씨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다음 강의는 "면 서기라도 해라"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두 마디-흔들리는 후배 공직자들에게 전하는 ‘진짜’ 자부심의 기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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