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자는 대원들을 깨운 ‘연극’과 ‘스포츠댄스’의 마법
저 역시 민방위 교육을 받던 시절엔 전날 야근을 자처했습니다. 교육장에서 마음 편히 자기 위해서였죠. 신문을 서너 개 챙겨가 첫 시간을 신문을 정독으로 읽고 나서 두 번째 시간부터는 얼굴에 덮고 자는 게 저의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민자치과장이 되어 1만 2,000명의 교육을 책임지게 된 것입니다.
현장을 가보니 어두컴컴한 회의실 구석에서 30, 40대 청년들이 죽은 듯이 엎드려 있었습니다. 한 도시의 허리인 그들을 이대로 방치할 순 없었습니다. 저는 결심했습니다.
부처 간의 벽은 높았습니다. 하지만 협력은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거절할 수 없는 **'명분'**을 주는 것입니다. 저는 민방위 안보 교육을 **'연극'**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명분이 생기자 굳게 닫혔던 대극장의 문이 열렸습니다.
지루한 남북한의 비행기 대수 비교 대신 안보의식이 담긴 연극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대원들의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생전 처음 연극을 본다는 대원들도 많았습니다.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도망가는 대원들이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또 다른 묘책을 냈습니다. 무대를 지역 어머니들의 '스포츠댄스' 팀 경연장으로 내어준 것입니다. 아들뻘 되는 대원들 앞에서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어머니들의 모습에, 대원들은 화장실도 가지 않고 박수를 치며 몰입했습니다. 민방위 교육장이 순식간에 축제의 장으로 변했습니다.
이 사례가 중앙지 신문에 소개되자 행정안전부에서 "당신이 29년 전통 있는 민방위 교육을 망치고 있다!"며 호통이 날아왔습니다. 현장을 확인하러 내려온 사무관은 매서운 눈으로 무대를 지켜보았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공연이 끝나자 그 사무관은 환하게 웃으며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전국 지자체에 **"순천민방위교육을 벤치마킹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한때는 교육생의 절반이 전국에서 온 공무원들일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시청 자유게시판은 원래 민원과 비난의 장입니다. 그런데 교육이 끝나면 긍정의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쇼킹한 훈련이었습니다. 4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철밥통 공무원이라는 선입견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제 삶이 치유받고 갑니다."
"민방위 통지서가 기다려지기는 처음입니다."
이런 글들을 읽을 때 누가 가장 행복할까요? 바로 밤잠 설쳐가며 무대를 준비한 공무원들입니다. 일을 잘 해내서 시민을 감동시키고, 그 결과로 내가 다시 치유받는 것.
#관행타파_29년된_고정관념에_던진_질문
#자원활용_예산대신_기획력으로_공간과_사람을_연결하다
#명분기획_거절할수없는_이유를_선물하는_협업의기술
#성과확산_행안부호통을_전국벤치마킹으로_바꾼_역전극
#시민감동_비난의게시판을_치유의현장으로_바꾼_무두질
#행복한공직자_일을_잘해냈을때_찾아오는_진정한_성취감
#적극행정 #공공혁신 #민방위교육의마법 #칸트의행복3원칙 #공무원소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