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민방위교육 통지서가 기다려진다고요?"

: 잠자는 대원들을 깨운 ‘연극’과 ‘스포츠댄스’의 마법

by 공무원 덕림씨

칸트의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은 **‘어떤 일을 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직 생활에서 매일 마주하는 반복적인 업무를 ‘잘 해내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저는 그 해답을 가장 따분하다고 정평이 난 **‘민방위 교육’**에서 찾았습니다.


1. "민방위 교육은 원래 자는 거 아닙니까?"


저 역시 민방위 교육을 받던 시절엔 전날 야근을 자처했습니다. 교육장에서 마음 편히 자기 위해서였죠. 신문을 서너 개 챙겨가 첫 시간을 신문을 정독으로 읽고 나서 두 번째 시간부터는 얼굴에 덮고 자는 게 저의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민자치과장이 되어 1만 2,000명의 교육을 책임지게 된 것입니다.

민방위교육장_왜 다 잘까?


현장을 가보니 어두컴컴한 회의실 구석에서 30, 40대 청년들이 죽은 듯이 엎드려 있었습니다. 한 도시의 허리인 그들을 이대로 방치할 순 없었습니다. 저는 결심했습니다.


"우리 도시에 가장 좋은 곳, 예술회관 대극장에서 교육을 해야겠다!"



2. 벽을 넘는 협력의 기술: '명분'을 선물하라


예술회관 관장이 미쳤냐고 펄펄 뛰었습니다. 조수미 같은 거장이 서는 무대에 흙먼지 묻은 군화를 신은 민방위 대원들이라니요.


부처 간의 벽은 높았습니다. 하지만 협력은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거절할 수 없는 **'명분'**을 주는 것입니다. 저는 민방위 안보 교육을 **'연극'**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관장님, 이건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문화 향유'의 기회입니다."

명분이 생기자 굳게 닫혔던 대극장의 문이 열렸습니다.




3. 안보 교육이 연극이 되고, 쉬는 시간엔 댄스가 펼쳐지다


지루한 남북한의 비행기 대수 비교 대신 안보의식이 담긴 연극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대원들의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생전 처음 연극을 본다는 대원들도 많았습니다.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도망가는 대원들이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또 다른 묘책을 냈습니다. 무대를 지역 어머니들의 '스포츠댄스' 팀 경연장으로 내어준 것입니다. 아들뻘 되는 대원들 앞에서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어머니들의 모습에, 대원들은 화장실도 가지 않고 박수를 치며 몰입했습니다. 민방위 교육장이 순식간에 축제의 장으로 변했습니다.


4. "29년 전통을 망치고 있다"는 중앙부처 담당사무관의 호통


이 사례가 중앙지 신문에 소개되자 행정안전부에서 "당신이 29년 전통 있는 민방위 교육을 망치고 있다!"며 호통이 날아왔습니다. 현장을 확인하러 내려온 사무관은 매서운 눈으로 무대를 지켜보았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공연이 끝나자 그 사무관은 환하게 웃으며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전국 지자체에 **"순천민방위교육을 벤치마킹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한때는 교육생의 절반이 전국에서 온 공무원들일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5. 비난이 사라진 게시판, 공무원이 행복해지는 순간


시청 자유게시판은 원래 민원과 비난의 장입니다. 그런데 교육이 끝나면 긍정의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쇼킹한 훈련이었습니다. 4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철밥통 공무원이라는 선입견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제 삶이 치유받고 갑니다."

"민방위 통지서가 기다려지기는 처음입니다."


이런 글들을 읽을 때 누가 가장 행복할까요? 바로 밤잠 설쳐가며 무대를 준비한 공무원들입니다. 일을 잘 해내서 시민을 감동시키고, 그 결과로 내가 다시 치유받는 것.


칸트가 말한 **'일을 잘할 때 오는 성취감'**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책상 위 업무에 **'의미'**라는 숨결을 불어넣는 순간, 그것은 적극행정이 되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희망'**이 됩니다.


#관행타파_29년된_고정관념에_던진_질문

#자원활용_예산대신_기획력으로_공간과_사람을_연결하다

#명분기획_거절할수없는_이유를_선물하는_협업의기술

#성과확산_행안부호통을_전국벤치마킹으로_바꾼_역전극

#시민감동_비난의게시판을_치유의현장으로_바꾼_무두질

#행복한공직자_일을_잘해냈을때_찾아오는_진정한_성취감


#적극행정 #공공혁신 #민방위교육의마법 #칸트의행복3원칙 #공무원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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