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행복하다면, 그냥 30대 할게요.
"선생님 자녀분은 몇 살이세요?"
내 나이 27.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보호자님의 어려움을 위로해 드린 후 들은 말.
결혼도 안 했다는 말에 보호자님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선생님은 아들 엄마 같아요!"
내 나이 28.
청소년 아이들을 신나게 놀려주며 진진가* 게임을 하다가 들은 말.
내가 골려주려다가 한 방 먹었다.
* '진짜, 진짜, 가짜'의 줄임말. 3문항 중 거짓 1개의 거짓문항을 맞히는 게임
생활고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고 계신 어머니를 진심으로 격려해 드렸다.
'몇 살이냐' 물으시길래 몇 살 같이 보이는지 물었다.
"한.. 서른 중반이시죠?"
서른 중반이라...
내 나이 29.
어머니를 위해 그냥 서른 중반 하기로 했다.
사회생활을 남들보다 일찍 한 탓일까. 대부분 나를 실제 나이보다 5~8년은 더해서 본다.
보통 삶의 어려움을 나누고 마음이 비교적 편해진 보호자님들께서 꼭 상담 끝에 나이나 자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신다. 처음에는 정직하게 답을 했더니 오히려 보호자님이 당황스러워하셨다. "어머! 미안해요~"하고 넘어가셔도 괜찮은데 보통의 경우보다 더 어쩔 줄 몰라하셨다.
사실 보호자님의 질문은 단순히 내가 궁금해서 묻는 것 같지 않았다.
첩첩산중 삶 속에서 누구에게도 쉬이 내어 보여주지 못했던 마음을 털어놓고 나서, 한번 더 상대가 '마음을 털어놓을 만한 사람인지' 확인하는 느낌이 강했다.
자녀 문제로 상담받았던 보호자님도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전문가'가 맞는지 무의식적으로 확인하셨던 것 같다.
돌덩이 같은 마음을 어렵사리 털어놨더니, 돌아온 답은
"저 아직 결혼도 안 했어요!"
아마 내 답을 듣고, 앞서 받았던 상담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을지도 모르겠다. 보호자님 입장에서는 내가 갑자기 돌팔이로 보였을 것 같다. 어느 중년이 새파랗게 젊은 사회초년생에게 어려운 속마음을 털어놓겠는가.
이러한 속사정을 알고 나니, 상대를 당황스럽게 만든 내가 참 철없이 느껴졌다.
이제는 능구렁이처럼 굳이 답하지 않고 넘어가는 스킬이 생겼다.
고의적으로 답을 하지 않는 것도 거짓말인가 싶어 고민되기도 했지만, 보호자님을 만나는 순간마다 난 20대 여자가 아니라 사회복지사로 마주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아들 엄마, 30대 중반 여자, 다자녀 보호자..
이제는 사회적으로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가씨'인 것 보다 그들의 마음 나이에 맞는 '든든한 또래'가 되는 것이 더 가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