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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먕냥냥 Sep 05. 2024

여름을 보내기 전 남기는 글

적당한 제목을 추천해 주셔라

쉴 틈 없이 캠프 캠프 캠프 그리고 캠프를 다녔다. 아얘 배낭을 꺼내놓고 한 달 내내 집어넣지 않았다. 빨래를 할 틈이 없어서 옷을 몇 벌 더 구입해서 캠프를 가기도 했고, 날이 너무 더워서 기능성 티셔츠만 입으며 생존형 인간으로 여름을 보냈다. 캠프를 다니느라 기다리던 월급날도 잊었다. 돈 쓸 시간이 없다는 말이 뭔지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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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첫 캠프에 아이들과 울산바위를 올라갔다. 숲을 오르는데 바람이 강하게 부니 나뭇가지가 부딪히면서 파도가 쳤다. 윤슬은 바다에만 있는지 알았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숲 속에도 있었다. 또 높은 돌산을 오르는데 바람이 강하게 부니 바위틈으로 오묘한 노랫소리가 들렸다. 자연 속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절로 경외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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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만나 어떻게 지내왔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2년 전에 만났을 때는 눈도 안 뜬 작은 아기새 같았는데 지금은 제법 날개털 난 새 같았다. 약간의 허세를 담아 좌충우돌 도전 경험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기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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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커서 풍성한 나무가 될지 반짝이는 햇살이 될지,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는 바람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세상이라는 큰 숲 속에서 작더라도 자기 나름의 아름다움을 품은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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