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J. 레비틴 <정리하는 뇌> 요약 리뷰
제목은 <정리하는 뇌>이지만,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실은 제목과는 반대다. 뇌는 스스로 정리하지 않는다. 때문에 꼭 정리를 해줘야 한다. 그리고 뇌를 정리하는 방법은 본능적으로 깨우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므로 의식적으로, 훈련을 통해 터득해야 한다.
현대인이라면 모름지기 종종 머리가 터질 것 같아야죠.
오늘날 우리 뇌는 그 어느 때보다 바빠졌다. 인터넷 덕분에 우리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양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클릭 하나, 스크롤 몇 번으로 누구나 손쉽게 정보와 선택지를 열람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전에는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되었던 일들도 이제 각 개인이 직접 떠맡게 되었다. 가령 처음 가보는 도시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숙소를 예약하는 일도, 나에게 꼭 맞는 최적의 영양제 조합을 찾아내는 일도 모두 내가 할 일이 된 것이다. 결정할 일도 너무 많고, 결정을 위해 살펴볼 것도 너무 많다. 늘상 엄청난 양의 ‘결정하기’라는 과제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꼴이다. 우리 뇌는? 당연히 무척이나 어질러져 있을 수 밖에.
인생이란 끊임없는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졌다는데. 좀 더 결정을 잘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러니까, 더 쉽게, 더 퀄리티 높은 의사결정을 할 방법 말이다. 이 책은 ‘잘 정돈된 뇌’만이 제대로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즉, 좋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뇌 정리가 필수인 셈이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정리 기술을 배우려면, 우선 몇 가지 마인드 셋팅이 필요하다.
이미 언급했다시피 현대인의 뇌는 ‘과부하’ 상태다. 우리가 모든 대안을 검토하려 든다면 우리 뇌는 과부하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누가 과연 아고다, 부킹닷컴, 트립닷컴, 호텔스컴바인, 에어비엔비의 모든 숙소와 모든 할인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단 말인가? 숙소 마다 달린 수십 수백개의 평가를 읽어보고, 조식은 포함되어 있는지, 카드 포인트는 얼마나 적용되는지, 내가 받을 수 있는 할인쿠폰은 또 없는지, 일주일 후에 예약하는 것이 더 저렴할지 아니면 지금 당장 해야할지, 아무리 잘 따져본다고 해도 시시각각으로 제공되는 새로운 혜택들과 여러 고려사항을 모두 살펴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뇌를 정리하려는 마음을 먹었거든, 그 출발은 ‘사람의 뇌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음 스텝은 완벽하게(또는 완벽에 가깝게나 최선을 다해서) 해내고 싶은 것들과 그 외의 것들을 구분하는 것이다. 제프 베조스는 언젠가 인터뷰를 통해 CEO의 역할이란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하루에 의사결정은 3개면 충분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결정할 것의 가짓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볼펜과 펠트펜 중 어느 것으로 쓸 것인가 같은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결정들을 연이어 내리게 했더니, 그 이후의 결정에서는 충동조절능력이 떨어지고, 판단력도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뇌는 하루에 특정 개수만큼의 판단만 내릴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그 한계에 도달하면 중요도에 상관없이 더 이상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신경과학의 최근 발견 가운데 가장 유용한 것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우리 뇌에서 판단을 담당하는 신경 네트워크는 어느 판단이 더 우선적인지 따지지 않는다.”
어떤 결정이 더 중요한지 순서를 매겨보라고 하면 대부분 큰 어려움없이 그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뇌가 자동으로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우리 뇌는 하루에 특정 개수만큼의 판단만 내릴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어떤 결정이 더 중요한지 스스로 따지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우선순위를 정리해두지 않으면 중요하지 않은 것에 에너지를 허투루 쓰게 될 수 밖에 없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최대한 중요한 결정에 신경을 집중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이제 당신은 우리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수 없으며,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처지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멋진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만족하기’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 ‘이 정도면 됐다’싶은 만족스러운 선택을 내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점심 메뉴 고르기나 오늘 밤 넷플릭스에서 뭘 볼지 정할 때 이 ‘만족하기’ 전략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막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시간보다 콘텐츠 목록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왠지 더 긴 것 같은 기분은 아마 우리가 아직 ‘만족하기’를 배우지 못해서 일지 모른다.)
‘만족하기’는 인간이 생산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토대 중 하나다. 중요하지 않은 결정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을 때, 더 정확히 표현하면 개선해봤자 우리의 행복이나 만족을 별로 높여주지도 못할 것을 찾아내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을 때 ‘만족하기’를 사용한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버핏은 ‘만족하기’를 극단적으로 수용한 사람이다. 그는 60년째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데, 그가 60년 동안 일군 부를 생각하면 이는 놀라운 일이다. (달리 오마하의 현인이 아니다.) 마크 주커버그의 옷장도 ‘만족하기’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그의 옷장은 만족하기를 넘어 ‘자동화’까지 되어 있다. (그는 매일 아침 아무런 인지적 부하 없이 그날 입을 옷을 결정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등급으로 치면 1등급을 넘어 초특급이다.
현대인이 겪는 머릿속 혼란이 과부하로 인해 비롯된 것이란 걸 기억한다면, 정리의 방향은 자연히 그 반대가 된다. 부하를 줄이는 것이다. 뇌가 100kg짜리 바벨 예닐곱 개를 동시에 들려고 낑낑대고 있다면 이걸 한 번에 30kg짜리 한 개만 들도록 줄여줘 보자.
저자가 신경 과학자이자 인지 심리학자인만큼 책에는 풍부한 과학적 사례와 과학적 설명이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방대한 내용을 간추리는 것은 늘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나는 책의 초반부에서 배운대로 ‘만족하기’ 전략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여, 이 책에 대한 내 개인적인 takeaway를 5개의 간결한 리스트와 쉬운 말로 정리해보았다. 리스트의 1~3번은 바벨 수를 줄여주는 것과 관련된 방법들이고 4번은 무게를 덜어주는 것과 관련된 방법이다. 그리고 마지막 5번은 그렇게 개수도 무게도 줄어든 바벨을 실제 들어올리는 데 도움을 줄 이야기다.
1. 바벨 수 줄여주기(1) : 능동적 분류
2. 바벨 수 줄여주기(2) : 외부에 위임하기 & 2분 법칙
3. 바벨 수 줄여주기(3) : 생산성 시간 사수
4. 바벨 무게 덜어주기(1) : 큰 일은 쪼개서
5. 준비됐으면 들어올리기 : 미루지 말고 지금!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이 거르지 않고 매일매일 하는 한가지 일이 바로 능동적 분류다. 능동적 분류가 어떤 개념인지에 대해 가장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우편물 더미를 처리하는 상황일 것이다. 식탁 위에 몇 주째 쌓아놓은 우편물 더미를 본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물론 대부분의 우편물은 내가 집주인인지 세입자인지도 모르는 은행이 마구잡이로 보낸 주택 담보 대출 광고나 내가 굳이 챙기지 않아도 자동으로 나가는 공과금 고지서겠지만 그 중에는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곤란한 속도위반 고지서이거나 혹은 올해 자동차세 납부 안내, 아니면 예비군 소집에 관련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쌓여있는 우편물은 당신의 뇌에 이런 메시지를 던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혹시 뭐 놓치고 있는 거 아니야?’
조금 귀찮더라도 우편물 더미를 ‘능동적으로 분류’해보자. 네 가지 그룹으로 나누는 것이다. 당장 처리해야 할 것 / 중요하지만 나중에 해도 되는 것 / 따로 처리할 것은 없고 갖고 있기만 하면 되는 것 /그리고 버릴 것.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에서 이제 당신은 해방이다.
능동적 분류는 to-do list를 정리할 때나 하루의 스케줄링을 할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과업을 사전에 ‘능동적으로 분류’해 둔다면, 클라이언트의 메일에 답장을 하며 ‘내가 오늘 해야할 일이 또 뭐가 있었더라’하고 머릿속 한 켠을 어지럽힐 일도 없고, 미팅 자리에서 ‘맞다, 내가 왜 급한 제안서를 놔두고 꼭 오늘 할 필요도 없는 이 미팅을 하고 있지?’하는 생각에 집중을 잃을 염려도 없다. 이렇듯 능동적 분류의 가장 큰 미덕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안심 속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능동적 분류를 안한 날의 우리...
우선순위를 정한 다음에 일을 시작하면, 자기가 하는 일이 지금 이 순간에 당연히 하고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알기 때문에 깜짝 놀랄 정도로 강력한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다른 일들은 나중에 해도 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일에 집중하게 해주는 핵심이다.
아 맞다, 그거 반품처리해야 하는데. 오늘 꼭 해야지. 까먹지 말아야지.
아 맞다, 치과 가야 하는데. 이번 주엔 진짜 가야지, 까먹지 말아야지.
아 맞다…
할 일을 까먹지 않기 위해서 그 일을 계속해서 곱씹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소한 것 하나를 기억해야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사소한 ‘해야지’들은 머릿속을 내내 맴돌며 끊임없이 잡음을 만들고 결국 전체 뇌가 불협화음 속에 신음하게 만든다.
능동적 분류로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없애주었다면 이번에는 기억해야 한다는 압박을 없애보자. 바로 뇌가 지는 부담을 주위 환경에 떠넘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월수금 마다 운동을 하러 가는 사람이고 그래서 그 요일들은 출근할 때 꼭 운동복을 챙겨야 한다고 가정하자. 최악의 방법은 밤에 잠들며 ‘내일 운동복 꼭 챙겨야 해, 까먹으면 안돼’라고 내내 되뇌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운동복 가방을 현관문 손잡이에 걸어둔다면? 당신은 기억하는 임무를 손잡이에 성공적으로 ‘위임’한 것이다.
‘위임하기’의 가장 일반적인 예시는 메모다. to-do list도, 캘린더도 모두 위임이다. <정리하는 뇌>에는 이 외에 색인카드를 사용하는 방법이 소개된다. 해야할 일이 생각나면 카드에 하나씩 적는다. 반드시 한 장에 하나씩만 적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능동적 분류를 실행한다. 색인카드의 내용을 네 가지 그룹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당장 실행할 것 /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것 / 미룰 것 / 그만둘 것. 그리고 이 중 2분 이내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미루지 않고 당장 해치워버린다. 색인카드에 실컷 위임하더라도, 카드가 쌓여만 간다면 이는 또 과부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색인카드 + 2분 법칙을 실천한다면 당신은 머릿속에서 ‘아, 나 그거 까먹으면 안되는데’하는 잡음을 몰아낼 수 있고 실제로 당장 처리 가능한 일 목록은 지울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뇌를 청소할 수 있다.
313페이지에는 이런 조언도 나온다. 중요한 일의 마감 시간이 닥쳐올 때 우리는 보통 그 일에만 매달리는데 차라리 빨리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처리해버리는게 낫다고. 자잘한 수많은 과제를 계속 무시하다 보면 오히려 과부하가 온다. 해야할 일을 마음에 두고 있으면 그것을 잊어버릴까 봐 겁이 나서 뇌는 반복해서 그 내용을 되뇌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가슴 아픈 얘기를 하나 하자면, 뇌 정리에 가장 큰 적은 우리의 사랑 스마트폰이다. (이 책의 부제가 ‘디지털 시대, 정보와 선택 과부하로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수년 동안 효율적인 사람들은 방해 받지 않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인 ‘생산성 시간’을 설정해서 그 시간 동안에는 문을 닫고 전화기도 꺼두었다. 뇌의 입장에서 본다면 스마트폰은 서커스단 같은 것이지 않을까? 기껏 우선순위를 정하고 to-do list에 따라 스케줄링을 한 뒤 책상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면 그건 마치 깨끗하게 정리된 방에 동물들이 우글대는 서커스단을 들이는 것이나 다름 없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주의를 빼앗아 가기도 하지만 ‘뭔가를 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더 나쁘다. 예를 들어 이메일 확인, 페이스북으로 기사보기,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리기 같은 것들 말이다. 이는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냈다는 착각이 들게 하는 것들이다.
이메일을 보낼 때마다 우리는 무언가 성취한 느낌이 들고 우리의 뇌는 무언가 성취했다고 말해주는 보상 호르몬을 조금씩 얻는다. 트위터 피드와 페이스북 업데이트를 확인할 때마다 우리는 무언가 새로운 것과 만나고, 사회적으로 유대감이 강화된 느낌을 받고, 또 다시 보상 호르몬을 조금 얻는다. 하지만 기억하자. 이런 쾌락의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은 전전두엽피질에 있는 계획하고, 일정을 짜고,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는 중추가 아니라 바보같이 새로운 것만 추구하며 변연계를 움직이는 뇌 영역이다. 이메일, 페이스북, 트위터를 거듭 확인하는 것은 분명 신경 중독이다.
기껏 청소한 방, 쉽게 내주지 말자.
1번부터 3번까지가 바벨 수를 한 개로 줄이는 방법이었다면, 4번은 바벨 무게를 적당한 수준으로 줄이는 데 유용한 방법이다.
갑자기 누군가 당신에게 집을 지으라고 한다면 그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해 보일 것이다. 바벨로 치면 몇 톤짜리 바벨인 셈이다. 그러나 건축업자에게 맡기면 그들은 프로젝트를 각 단계별, 기간별로 차분히 나눌 것이다. 그렇게 총 소요 기간이 나오고 매일의 할 일이 정리되면 더 이상 집 짓기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게 된다.
마무리 하고 싶은 대규모 과제는 그것을 시행 가능한 작은 덩어리들로 쪼개자. 그리고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각각의 작은 덩어리들을 완수하는 데 집중하자. 그러면 어느새 큰 과제도 완수되어 있을 것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의 비밀은 이렇다. 처음에는 끔찍하게 어려워 보이는 다른 모든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이 작전 역시 수천 개의 작은 과제로 교묘하게 쪼개서 진행됐다.
이렇게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일련의 가정을 통해 시나리오를 설정해야 하고, 어떤 순서가 맞는지, 그리고 각각의 단계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복잡한 일이라도 전체를 관리 가능한 덩어리들로 쪼개고 각각의 덩어리에 대한 시작과 끝을 정의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아무리 큰 일이라도 결코 해낼 수 없는 일로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단계별로 늘어서 있는 덩어리들을 해나갈 때는 ‘관리자’ 모드와 ‘일꾼’ 모드를 오가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자.
우리가 하는 일은 성당 벽화 그리기 같은 창조적인 일이든 걸레질하기 같은 일상적일이든, 일을 하고, 점검하고, 조정하고, 다시 진행하고…의 과정을 거쳐 나간다. 눈 앞의 진행 상황과 이상을 계속 비교하면서 조율해나가는 것이다.
‘관리자’ 모드의 뇌는 바닥이 더럽군, 걸레질을 해야겠다, 얼마나 걸릴까, 걸레질 하려면 뭐가 필요하지, 등의 고민을 담당한다. 즉, 일이 잘 완수되어 가고 있는지에만 신경쓰는 것이다. 반면 ‘일꾼’ 모드의 뇌는 대걸레를 물에 적셔 닦기 시작하고, 잘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발견하면 더욱 박박 문지르고, 물이 더러워지면 물을 간다. 눈 앞의 얼룩과 걸레를 추적 관찰하며 하위 수준의 주의를 일깨워 꼼꼼하게 닦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는 역할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뇌는 관리자 모드인 동시에 일꾼 모드일 수 없다. 일의 계획과 실행은 뇌의 서로 다른 부분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한쪽 구석에 묻은 얼룩을 지우려고 몇 분 동안 낑낑대는 와중에 (= 일꾼 모드로 몰입하고 있는 뇌) 고개를 돌려 시간을 보고는 손님이 올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아차리고(= 관리자 모드로 돌아온 뇌) ‘다 닦으려면 얼마나 더 걸릴까? 여기서 대충 마무리 해야하나?’를 고민하게 되는 것은 이런 이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뇌와 실행하는 뇌 사이를 왔다 갔다 뛰어다닐 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뛰어다니는 데에는 주의전환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래서 어느 한 가지 일에 돌입했다면 가급적 그 일이 마무리 될 때까지 집중해서 그것만 하는 것이 뇌의 부하를 줄이는 방법이다. 허드렛일이 있다면 비슷한 것들끼리 모아서 해치워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의전환을 적게 해도 되기 때문이다.
일꾼 모드에서 관리자 모드로 올라와, 때때로 일을 멈추고, 한걸음 물러나서 일이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은 뇌에게 신경화학적인 보상을 준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몰입해서 과제를 하다가 문득 한발짝 물러서서 중간 완성본을 조망하고 싶어지는 것은 지극히 본능적인 욕구인 것이다.
바벨 수도 줄였고, 애써 무게도 낮췄다. 그런데 도무지 팔을 뻗기가 싫다. 바벨 들어올리기를 가능한 미루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을 미루는 이유는 각자의 성격과 각 과업에 대한 감정, 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모든 케이스에 적절한 처방을 내리기 어렵겠지만, <정리하는 뇌>에서 언급된 몇 가지 상황들을 살펴보며 왜 내가 이 일을 미루는지 파악해 볼 힌트를 얻어보자.
1) 더 재미있는 것을 하려고
만국 공통, 가장 일반적인 미루기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재미있는 것은 너무 많다. 게임하기, 친구랑 놀기, TV보기… 베니티 페어의 편집장은 그래서 마감 기간에 과학 기사를 읽는다고 한다. 마감을 미루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더 재미없는 일을 일부러 하는 것이다.
저자는 중요한 과제 앞에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를 하지 말라고 조언하며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소셜 네트워킹 활동을 하면 뇌의 쾌락 중추를 통해 화학물질이 방출되는데 이것은 생리학적으로 정말 중독성이 강하다. 그러나 삶의 가장 큰 만족은 오랫동안 정신을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을 때 찾아온다. 나중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자기는 일을 하는 동안에도 수천 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소셜 네트워크 업데이트를 확인했노라며 만족스러워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뼈 때린다.
상습적으로 미루는 습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할 일이 많은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하기 싫은 일을 하느니 그나마 더 재미있는 과제로 뛰어드는 것을 택하기 때문에 의외로 여러 프로젝트에서 큰 진척을 이룬다고 하는데, 본인이 이런 유형이라면 시도해볼만한 재미있는 방법이다.
2) 자신감이 없어서 (a.k.a. 실패하기 싫어서)
두번째로 많은 미루기 이유는 바로 ‘자신감이 없어서’일 것이다. 자존심 보호 술책인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비웃으면 어떡하지? 창피를 당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과 염려로 인한 미루기 케이스다.
조금도 실수하기 싫은 마음과, 큰 과업을 쪼개지 못하고 한번에 해내려는 태도가 만나면, 바로 완벽주의자가 더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 경우엔 심리학적 접근 필요할 것이다. 저자의 조언은 ‘삶이 편해야 한다는 믿음을 의심해보거나 나의 가치가 성공에 달렸다는 인식 바꿔보기’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제일 좋은 조언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JUST DO IT. 제발 좀 해라, 그냥 해!
3) 해봤자 별 거 없을 것 같을 때
과제 완수의 가치를 확신하지 못할 때, 보상이 너무 먼 미래일 때도 미루기 심리는 발동한다. 이 경우에는 보상의 신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작은 보상을 계속 주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4) 정신이 산만해서
정신이 산만한 경우에는 우선 내 머릿속에 있는 어지러운 것들을 글로 써서 풀어내는 방법을 써볼 수 있다. 마음 속을 어지럽히는 것들의 정체를 파악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집중할 과제를 선택하고, 내 주의를 끄는 것들을 단절한 뒤 생산성 시간에 돌입하자.
5)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이 싫어서(네?)
이건 <정리하는 뇌>에 언급된 이유는 아니다. 다른 자료에서 읽었는데 청개구리 같은 사람들은 일의 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것 자체에 큰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일을 미루기도 한다고 한다. 이 경우엔 일을 최대한 미루라고 지침을 내리면 일을 빨리 해치워버리는 경우도 생긴다고 하니 인간은 정말 골치 아픈 존재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미루는 이유는 그때그때 다르고 또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왜 일을 미루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직접 파악해보고 스스로에게 처방전을 내려보자. 그리고 그에 앞서, 혹시 바벨이 너무 많거나 무거워서 막막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자.
여기까지 읽었다면 <정리하는 뇌>를 읽을 것인가 말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조금 쉬워졌을 것이다.
만약 꼭 완독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면 ‘큰 일은 쪼개서 실행하기’를 적용해보자. 600페이지 가량의 꽤 두툼한 책이니 계획을 세우고 쪼개서 조금씩 읽어나가는 것이다. 중간중간 얼마나 읽어냈는지 도달한 페이지 넘버를 보고 뿌듯해하는 것도 잊지 말자.
이 책을 읽는 것이 당신의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위치를 차지한다고 판단된다면 ‘만족하기’를 실천해보는 것도 좋다. 나 또한 만족하기를 선택했고 책을 전체적으로 속독한 후 나에게 필요한 실용적이고, 즉각적으로 적용해보면 좋을만한 팁들만을 발췌해 메모했다. 너무 전문적인 설명들은 그야말로 휘휘 넘겨봤다. 그리고? 만족한다.
속독하는 방법 외에도, 유튜버들이 올려 놓은 요약 리뷰를 보거나, 블로그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리뷰를 읽어봤는데도 그다지 읽을 가치가 없어보인다고 느낀다면? 과감히 엑스를 그어라 그리고 잊어버려라.
책에서는 잠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 당신의 뇌를 괴롭히게 놔두지 말고 일단 푹 자는 것이 뇌 정리에는 훨씬 바람직한 길이다.
1.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2. 스스로의 기준을 갖고 우선순위를 정한다.
3. 중요하지 않은 사안들에는 ‘만족하기’를 실천하기로 마음 먹는다.
1. 능동적 분류 —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 청소하기
2. 외부에 위임하기 & 2분 법칙 — 기억해야 한다는 압박 청소하기
3. 생산성 시간 사수 — 기껏 청소했으면 어지르지 않기
4. 큰 일은 쪼개서 — 머릿속에는 한번에 하나씩만 들여놓기
5. 미루지 말고 지금! JUST DO IT!
(타이틀 이미지 출처 pb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