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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 Apr 03. 2024

홈베이킹은 처음이라서

실패해도 얻는 게 있으면 되었다

 오전부터 시작했던 홈베이킹이 오후 4시에 끝이 났다. 반죽기도, 발효실도, 제대로 된 소도구도 없이 무작정 재료만 사서 시작했다. 단팥빵을 응용해 단팥에 사과절임을 혼합한 빵과 단팥에 잘게 부순 호두를 섞은 빵을 만들었다. 분명 시도는 좋았다. 아니, 오븐에 굽기 전까지는 좋았다. 결론은 그냥 망했다... 그래도 뭐, 괜찮다. 그냥 1만 번 실수하지 뭐^^  



연습만이 살길

 오늘은 미루고 미루었던 홈베이킹을 하는 날이다. 이 날을 위해 2주 정도 천연발효종(이거 넣는 거 까먹었습니다...)도 키우고, 창고에 묵혀있던 오븐도 꺼내었다. 빵집에서 일만 해봤지, 홈베이킹은 처음이라 손반죽 영상부터 다시 공부했다.


 가루재료 먼저 볼에 넣고, 이스트 푼 물과 계란을 섞어주었다. 알뜰주걱이 없는 관계로 뒤집개를 사용, 나름 잘 믹싱 되었다. 어느 정도 뭉쳐진 후 못 쓰는 도마 위에 덧가루를 뿌리고 어느 정도 글루텐이 생길 때까지 치대 주었다. 10분 정도 치댔나? 약간 녹인 유지를 넣어 준 후, 글루텐이 잡힐 때까지 계속 치댔다(손반죽... 정말 힘들다). 분명 날씨는 서늘한데, 등에서는 땀이 났다. 


 울퉁불퉁하던 반죽은 어느새 매끄러워졌고, 글루텐도 잡혀갔다. 비록 반죽하면서 여러 실수(유지를 한꺼번에 넣은 점, 천연발효종 넣는 걸 까먹은 점, 가루재료 하나를 나중에 투입한 점 등)를 저질렀지만, 반죽이 나름 잘 나와줘서 다행이었다. 다듬어진 반죽을 볼에 넣고 발효를 시작했다. 그렇게 1차 발효를 끝내고, 분할과 중간발효, 성형 후 2차 발효까지 끝냈다. 첫 홈베이킹치고는 무난한 과정이었다. 오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윗 불과 아랫불 온도180도, 굽는 시간 10분. 분명 이게 맞는데, 어디가 잘못된 건가? 10분이 지나도 색이 나지 않았다. 다시 10분을 더 구웠다. 총 20분. 빵 구워지는 냄새를 지나 탄내가 났다. 그렇다. 타버렸다. 또 철판에 빵이 달라붙어 떨어지지도 않았다. 너무 오래 구워 바닥은 타고 수분은 다 날아가 겉은 메말라버렸다. 총 18개의 단팥빵 중 제대로 된 빵은 단 하나도 없었다.


 나름 빵집에서 일한 경험을 믿고, 예쁘게 잘 만들어진 결과물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고는 하지만 그리 낙담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잘 빚어진 작품이 나오면 베스트이겠지만, 나는 나 자신의 수준을 잘 알기에 이런 (망한)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오히려 처음부터 잘 나오면 자만할 뻔!).


 오늘의 실수를 복기하며 천천히 조금씩 잘 빚어보려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망할지는 모르겠지만, 1만 번 엎어질 각오로 다음을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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