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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 달려본 남자 Jun 21. 2024

자동차 엔지니어 (1)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2001년에는 대한민국이 다음해 일본과 공동으로 개최되는 월드컵으로  점차 열기를 더해 가고 있던 때였다.


자동차의 하체를 구성하는 차체 플로워 판넬은 카페트를 거둬내고 자세히 살펴보면 강판이 편평하지 않고 올록볼록 요철 형상이 나와 있는데 이런 모양을 '비드'라고 부른다. 이것의 역할은 형상이 차체의 강성이 향상시켜서 판넬두께를 올리지 않아도 차체를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어 충돌성능, 비틀림성능 및 내구성능 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자동차 차체설계를 하는 엔지니어들 중 이러한 비드 설계 할 때 비드의 형상으로 자기 성이나 이름등을 눈에 크게 띄지 않게 흔적을 남겨서 나중에 본인이 설계한 차량에 대한 자긍심을 표현하기도 하고 친구나 여자친구에게 "내가 만든 차량이야!" 라고 자랑하곤 하였다. 이를테면 성이 '김'이면 비드를 'K'형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고 워낙 비드가 많다보니 잘 눈에 띄지않고, 카페트로 덮혀있어서 일반인들은 잘모르는게 당연하였다.

그런데 이당시 '오피러스' 차량을 개발하던 차체설계자가 다음해에 열리는 월드컵에 필이 받아 과감하게 뒤쪽 범퍼를 장착하는 부위 (리어 쿼터 익스텐션 판넬)에 비드로 커다랗게 '대한민국' 이라고 새겨 놓았다.


 새로운 차량이 세상에 베일을 벗고 양산을 시작하기 약 2년전부터 Proto차량 (간이금형으로 시험을 위해 든차량, 1대당 3~6억의 제작비용이 든다) 으로 실차시험을 진행하여 문제를 개선하고 성능을 개발하기 시작하는데, 이 당시 내구시험을 Proto차량으로 완료하여 Tear-down(차량부품들의 Crack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차량을 전체 분해하는 작업)하였는데, 뒷쪽에 커다랗게 '대한민국' 이라고 눈에 띄어 설계자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실무자들의 의견은 차량에 이런거 새겨 넣으면 경영층에서 뭐라고 할 것이고 앞으로 2년이나 더 남은 개발기간 다른사람들에게 발견되어 혼나고 양산 때 까서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평범한 비드 형상으로 양산될 것 이라고 생각했다.


 운이 좋았을까? 그 이후 2년동안 수차례 차량개발 단계별 경영층 평가가 있었음에도 눈의 뜨지 않았는데, 아마도 범퍼가 장착된 완성차 조립상태로만 외관 및 주행성능 위주로 시승이 진행되서 범퍼에 가려진 '대한민국'을 발견하지 못하고 끝까지 무사히 살아남아서 월드컵이 끝난 2003년에 양산을 시작한 오피러스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이런 일이 있고, 7년정도 흘렀던 2010년경에 차량설계자와 만나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소비자들도 이 사실을 알까? 궁금해져서 네이버를 검색하여 보았다.

역시 소비자들은 귀신이었다. '미친놈' 부터 '미국차에도 적용되있어' 등 많은 댓글들이 있었다.

조금 오래됬지만 혹시 지금도 오피러스 차량을 타시는 분들은 이런 흔적들이 남아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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