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딸의 딸(38)

떨어지니 보고 싶다

by 좀 달려본 남자

아쉬움과 시원함


내 딸이 지난해 초부터 열심히 사위와 집을 보러 다니다가 드디어 수지 근처에 집을 마련하고 리모델링을 진행한 끝에 약 두 달 전인 작년 말에 마무리를 지었다. 이전에 살던 집은 너무 작아서 '내 딸의 딸'이 가면 제대로 돌아다니며 놀기가 어려워 거의 가지 않고, 수원 우리 집에서 지냈었는데 이제 아이와 같이 지낼 집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 이사를 해야 하는데 리모델링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내 딸의 이삿짐은 컨테이너에 임시보관하고 공사기간 동안 내 딸과 사위까지 수원에 있는 우리 집 눌러살게 되었다.


주말에 가끔씩 와서 집안을 어지르고 갈 때와는 다르게 약 2달 동안 머물게 되니, 내 딸도 어쩌다 한 번씩은 청소도 하려고 하고, 빨래도 하려는 노력들이 보였다. 하지만 늘 하던 버릇이 어디 가지 않았다.


악몽 같은 두 달이 지나갔다.

'내 딸의 딸'은 수원 우리 집에서 살게 된 내 딸과 사위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전보다는 사이가 많이 좋아졌다. 사위의 '내 딸의 딸' 좋아하는 순위가 그동안 맨 꽁찌에서 외삼촌 수준까지 올라왔다.


수지에 있는 내 딸의 새집 리모델링 공사 후에 컨테이너에 보관하고 있던 짐들이 도착하고, 정리하는데 약 3주가 소요되었다. 이전처럼 대충 해놓고 살아도 되는데 자기 딸이 온다고 그래도 정성스럽게 정리한 것 같다, '내 딸의 딸'이 머물 방에 침대등 가구구매가 끝난 한 달 전에 드디어 입성하게 되었다.


드디어 '내 딸의 딸'과 같이 수지 내 딸의 집에 처음 가보았을 때 리모델링을 해서 그런지 집안이 훨씬 넓어 보이고, 겨울철인데 수원에 있는 우리 아파트는 오래돼서 약간 춥다고 느꼈는데, 거기는 반팔을 입고 다닐 정도로 따뜻했다.

내 딸도 못 보던 장난감도 있고 침대도 생기니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좋아했다.

집이 생겼으니 앞으로 가능하면 많은 시간을 내 딸 집에서 보내려고 하였고 당장 적응이 안 될까 봐 아내가 며칠 동안 같이 지내면서 적응하도록 돌봐줬다.


(장면 1)

며칠 후 내 딸과 사위와 같이 지내라고 '내 딸의 딸'만 남겨두고 수원 집으로 오는데 '내 딸의 딸'이 웃으면서 할머니 '빠이빠이'한다. 아직 처음 보는 장난감들과 새로운 것들이 많아 노느라고 정신없어 할머니 가는 것에 무심하다

아내는 "같이 간다"라고 하거나 울 줄 알았는데.... 아내가 서운한지 한마디 한다.

"키워주면 뭐 해! 다 지엄마, 아빠 찾아가네... 다 소용없지 뭐!


그래도 거의 일주일 동안은 수지에서 엄마, 아빠와 잘 지냈다.

내 딸은 아침저녁 수시로 '내 딸의 딸'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라고 재촉하더니, 자기는 하루 종일 사진 하나 카톡에 올리지 않는다

물론 가끔 수원이 있는 아내가 영상통화 요청 했지만 잠시동안만 연결이었고 '내 딸의 딸'이 화면을 잘 안 봐서 대충 잘 있는 것만 확인하는 정도였다.

그동안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보던 우리 동네 이모와 언니들이 '내 딸의 딸'을 보고 싶어 했었다.


자유의 시간

아내는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고 모임에도 나간다. 별로 서운해하는 기색은 없었으나 내내 카톡을 보며 걱정하는 눈치이다.

나도 오랜만에 TV를 켜놓고 보려는데 영 재미없다. 식탁 위에 놓인 '내 딸의 딸' 물병과 간식들을 보니 허전한 느낌이 든다. 참...! 있을 때는 힘들고, 없으니 허전하네!


수지에서는 엄마, 아빠와 한 두 번 키즈클럽에 가서 재미있게 놀 수는 있지만, 수원에 있는 동네처럼 아침. 저녁으로 같이 놀아주는 사람은 없고, 엄마, 아빠도 일을 하니 항상 같이 있을 수는 없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내 딸의 딸'이 심심해하고 말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장면 2)

그러다 일주일 동안 제주도에 내 딸과 사위가 출장을 가면서 '내 딸의 딸'은 다시 수원으로 오게 되었다.

수지집에서 수원으로 출발하는 날 일주일 전 "할머니 빠이빠이" 하더니 이제는 "엄마 빠이빠이"하고 아내를 주저 없이 따라나선다.

일주일 동안 같이 잘 지내서 엄마, 아빠를 찾으며 '안 간다'라고 하거나 울거나 할 줄 알았는데...

일 주 전 복사판이다.

아니! 참 돌아보지도 않네!... 내 딸이 한숨 쉰다. 이제는 엄마, 아빠가 서운해한다.


오랜만에 동네에 오니 '내 딸의 딸'도 다시 활력을 되찾으면서 신나게 다닌다. 동네이모와 언니도 집으로 찾아와 오랜만에 재미있게 논다.

하루이틀은 엄마, 아빠와 영상통화로 연결했을 때 반가운척하더니 며칠 지나니 관심도 없다.


멀지 않은 미래에 수지와 수원 어디에서 유치원을 다녀야 할지 벌써부터 골치 아파한다.

여러 사람이 같이 돌봐주는데 가 좋은지? 그래도 엄마 아빠와 같이 있는 게 좋은지...?


'내 딸의 딸' 두 집 생활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 '내 딸의 딸'은 약 5개월 될 때 내 딸이 사위와 함께 해외출장을 가게 되어 잠시 맡아 주기로 하고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데 23개월째 되는 지금까지 눌러앉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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