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머니 생신
친할머니 생신날 생긴 일
'내 딸의 딸' 친할머니는 친할아버지와 김포 근처에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신다. 거의 매일 식당을 열어야 하고, 멀리 떨어진 수원 우리 집에서 손녀가 눌러앉아 있는 상태라서 친할머니가 내 딸의 딸을 본 적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지난 3월 돌잔치 때에는 내가 평소에 '내 딸의 딸'을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인화해서 앨범에 붙여 친할머니에게 선물로 드렸었다. 이때 가장 큰 소중한 선물이라고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딸과 사위가 이번 주 토요일이 친할머니 생신일인데 식당문을 열어야 해서 김포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내 딸과 사위, '내 딸의 딸'의 작은 아빠와 엄마 이렇게 간단히 점심식사하고 헤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에는 내 딸과 사위가 다른 일정이 있고 식사 후 다른 곳에 가여하기 때문에 '내 딸의 딸'은 데려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내가 '무슨 소리 냐!"강력히 반대하였다.
"친할머니 생신날인데 손녀를 데리고 가야지 않느냐!"는 것이었고, 평소에도 보지 못하는데 생신날이라도 보여드리는 게 도리라는 것이었다.
내 딸은 "그날 다른 일정으로 '내 딸의 딸'을 데리고 갈 시간이 되지 않고, 이미 시댁시구들과 그렇게 하기로 다 이야기가 돼있는데 여기서 일정을 바꾸면 약속이 다 흐트러진다"라고 찡찡거렸다.
우리 집에서 진짜 슈퍼갑은 '내 딸의 딸'을 돌보는 아내이다.
내 딸에게 몇 번의 '찡찡'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결국 아내의 말을 듣기로 한 모양이다.
토요일 오후 1시에 김포에 점심식사 예약이 돼 있었지만, 내 딸과 사위가 데리고 갈 입장이 되지 않으므로 결국에는 사위네 식구들 모두가 아침 일찍 수원으로 와서 '내 딸의 딸'을 보고, 점심식사 장소로 이동하기로 하고, 집 근처 일월수목원에서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하자 집안이 조용해졌다.
얼마 전 '내 딸의 딸'이 공원에서 놀고 있는데 지나가는 아줌마가 귀엽다고 만원을 주고 가셨단다. 이것으로 친할머니 생신 선물로 예쁜 꽃다발을 사가지고 일월수목원에서 아빠와 엄마와 함께 친할머니를 기다렸다
10시 조금 넘어서 드디어 어 친할머니와 할아버지, 작은 아빠와 엄마등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보니 제법 많이 성장한 손녀를 보니 눈을 떼지 못하신다.
하지만 '내 딸의 딸'이 낯이선지 친할머니에게 가려고 하지 않고, 안으려고 하면 도망간다.
일단 나와 아내가 먼저 안 보이는 곳으로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다음 순번인 내 딸과 사위에게 '내 딸의 딸'이 간다. 사돈네 가족들이 표를 끊고 일월 수목원 안으로 들어갈 때 우선 나와 아내는 들어가지 않고 빠졌고, 일월 수목원 안에서 내 딸도 조용히 뒤쪽으로 빠져 사위와 사위네 친할머니 가족들만의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이후 12시가 훨씬 더 지나서야 '내 딸의 딸'과 친할머니네 가족들이 수목원안에서 나왔다.
김포로 갈 시간이 많이 늦은 것 같아, 서둘러 사돈네와 작별인사하고, '내 딸의 딸'만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할머니, 할아버지가 헤어질 때 '내 딸의 딸'을 보고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오후 4시가 조금 지나서 내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돈네가 김포식당 예약시간에 너무 늦어 취소하고, 일월수목원 근처에서 점심식사하고 집에 가기 전에 친할머니가 한 번 더 '내 딸의 딸'을 보고 싶어 하여 우리 아파트 주차장으로 온단다.
그래.., 핏줄인데.. 한 번 보면 이렇게 귀여운데...!
결국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내 딸의 딸'과 한참 시간을 같이 보낸 후 친할머니가 집으로 가셨다.
결국 사돈네는 식당문을 아주 늦게 열어야 했고, 내 딸과 사위도 오후일정을 취소해야만 했다.
어찌 됐든 이날 슈퍼갑 아내의 결정에 대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내 딸의 딸'은 약 5개월 될 때 내 딸이 사위와 함께 해외출장을 가게 되어 잠시 맡아 주기로 하고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데 16개월째 되는 지금까지 눌러앉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