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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엔지니어(9)

불량품을 일부러 만들다

by 좀 달려본 남자

내 눈으로 반드시 확인하는 품질개선


소나타가 미국 세계최초로 10년 10만 마일 보증을 시작하면서 한참 잘 팔리던 2000년 중반에 로스엔젤리스 지역에서 수출차량의 천 시트의 봉제선이 터지는 문제가 약 6만 km 내. 외를 주행한 차량에서 발생하였다.


미국은 대부분 가죽시트를 장착한 차량을 많이 팔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날씨가 더운 지역에서는 보통 천 시트를 많이 장착한다.

더운 중동지역에 처음 가죽시트를 장착하여 수출을 하였는데 뜨거운 태양볕에 장시간 주차된 차량에 반바지 입은 아이들이 달구어진 가죽시트에 앉아 허벅지에 화상을 입은 문제가 된 사례가 있었다. 이때 다른 회사 차량들을 살펴보니 고급차량임에도 더운 지역에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천 시트를 장착하는 것을 알았다.

로스엔젤리스지역도 더운 지역으로 천 시트 사양을 많이 팔고 있었다.


긴급하게 현재 양산되고 있는 천 시트를 가져다가 다양한 품질시험을 해보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된 고품을 확보하여 체크해 보았는데 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봉제선이 터져 분명히 갈라져 있었지만 원인을 쉽사리 찾지를 못 해서 이번에는 신제품과 문제 된 시트를 완전히 분해하여 보았다.

시트터짐.jpg (천 시트 봉제선이 터진 모습)

이때 눈썰미 좋은 엔지니어가 어째 천 시트 봉제선 부위 바느질 간격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진짜로 현재 생산되고 있는 시트와 문제 된 부품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였다. 자로 측정해 보니 현재 양산되고 있는 시트의 바느질 간격은 약 4.7mm 간격이었는데 문제 된 시트는 약 6mm 간격이었다.


시트를 만드는 엔지니어가 "현재 바느질 간격이 5mm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양산 초기에는 관리가 되지 않았을 때 6mm 가까이 만든 제품들이 만들어진 적이 있었으나 관리기준(4~6mm) 내에는 들어가 그대로 납품하였고, 이후 수정작업을 거쳐 5mm 이내로 현재까지 관리하고 있다" 했다.

문제 된 시트의 제품번호를 확인해 보니 6mm 간격으로 바느질해서 생산된 천 시트 제작시점과 거의 일치하였다.


단서는 나왔지만 몇 가지 의문점이 남았다.

첫째는 현재의 천 시트 개발시험법이 과연 이런 고객문제를 거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과연 6mm 제품을 시험하면 봉제선이 실제로 고객차량에서 처럼 실 밥이 터지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길은 6mm 제품을 만들어 현재의 시험법으로 "문제차량처럼 봉제선이 터지는가?"를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내 눈으로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마네킹_뒷주머니 지갑.jpg (승하강 시험 마네킹)

미국 성인 표준무게 (75kg)로 사람처럼 만든 마네킹에 옷을 입힌 후 로봇을 이용하여 승하강시험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메인 내구시험이다. 양산라인을 조정하여 어렵게 6mm 바느질 간격의 불량품 천 시트를 다시 만든 다음 이 내구시험을 진행하였다. 결과는 목표시점 전에 로스엔젤리스에서 문제 되었던 시트처럼 봉제선이 똑 같이 터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6mm 바느질 간격 불량품, 가운데 약간 흰색빛이 나는 곳이 봉제선이 터진 곳이다)


현재의 개발시험법은 괜찮으니 계속사용하되, 천 시트의 바느질은 5mm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여 이후 차량에는 더 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가죽시트에서 아주 특이한 문제가 또 하나 발생하였는데 일부 차량에서 오른쪽 엉덩이 부위만 주름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고객들의 특성을 조사해 보니 오른쪽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니면서 운전을 한 것이었다. 개발시험법을 보완하여 마네킹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시험을 하여보니 똑같은 주름이 발생하였다. 가죽시트에 별도의 패턴을 보완하여 문제를 개선하였고 다음 개발차량부터는 지갑을 뒷 주머니에 넣는 새로운 시험법으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주름발생.jpg (오른쪽 엉덩이 부분에 주름이 발생하였다)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추정만으로 문제를 덮지 않고 직접 불량품을 만들어 확인해 보는 이러한 품질개선활동들이 모여 세계 현대자동차가 세계 3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된 것 같다.


"좀 달려본 남자는 현대자동차 연구소 엔지니어로 34년 동안 -40℃에서 50℃까지, 미국, 유럽, 남미, 중동, 중국, 러시아등 세계각국의 다양한 주행조건에서 실차개발시험을 진행하였다. 그동안의 시험경험들을 1) 자동차주행시험장, 2) 해외기후환경과 자동차, 3) 해외사회환경과 자동차, 4) 자동차엔지니어, 5) 미래모빌리티로 나누어 연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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