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을 일부러 만들다
내 눈으로 반드시 확인하는 품질개선
소나타가 미국 세계최초로 10년 10만 마일 보증을 시작하면서 한참 잘 팔리던 2000년 중반에 로스엔젤리스 지역에서 수출차량의 천 시트의 봉제선이 터지는 문제가 약 6만 km 내. 외를 주행한 차량에서 발생하였다.
미국은 대부분 가죽시트를 장착한 차량을 많이 팔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날씨가 더운 지역에서는 보통 천 시트를 많이 장착한다.
더운 중동지역에 처음 가죽시트를 장착하여 수출을 하였는데 뜨거운 태양볕에 장시간 주차된 차량에 반바지 입은 아이들이 달구어진 가죽시트에 앉아 허벅지에 화상을 입은 문제가 된 사례가 있었다. 이때 다른 회사 차량들을 살펴보니 고급차량임에도 더운 지역에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천 시트를 장착하는 것을 알았다.
로스엔젤리스지역도 더운 지역으로 천 시트 사양을 많이 팔고 있었다.
긴급하게 현재 양산되고 있는 천 시트를 가져다가 다양한 품질시험을 해보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된 고품을 확보하여 체크해 보았는데 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봉제선이 터져 분명히 갈라져 있었지만 원인을 쉽사리 찾지를 못 해서 이번에는 신제품과 문제 된 시트를 완전히 분해하여 보았다.
이때 눈썰미 좋은 엔지니어가 어째 천 시트 봉제선 부위 바느질 간격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진짜로 현재 생산되고 있는 시트와 문제 된 부품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였다. 자로 측정해 보니 현재 양산되고 있는 시트의 바느질 간격은 약 4.7mm 간격이었는데 문제 된 시트는 약 6mm 간격이었다.
시트를 만드는 엔지니어가 "현재 바느질 간격이 5mm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양산 초기에는 관리가 되지 않았을 때 6mm 가까이 만든 제품들이 만들어진 적이 있었으나 관리기준(4~6mm) 내에는 들어가 그대로 납품하였고, 이후 수정작업을 거쳐 5mm 이내로 현재까지 관리하고 있다" 했다.
문제 된 시트의 제품번호를 확인해 보니 6mm 간격으로 바느질해서 생산된 천 시트 제작시점과 거의 일치하였다.
단서는 나왔지만 몇 가지 의문점이 남았다.
첫째는 현재의 천 시트 개발시험법이 과연 이런 고객문제를 거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과연 6mm 제품을 시험하면 봉제선이 실제로 고객차량에서 처럼 실 밥이 터지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길은 6mm 제품을 만들어 현재의 시험법으로 "문제차량처럼 봉제선이 터지는가?"를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내 눈으로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미국 성인 표준무게 (75kg)로 사람처럼 만든 마네킹에 옷을 입힌 후 로봇을 이용하여 승하강시험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메인 내구시험이다. 양산라인을 조정하여 어렵게 6mm 바느질 간격의 불량품 천 시트를 다시 만든 다음 이 내구시험을 진행하였다. 결과는 목표시점 전에 로스엔젤리스에서 문제 되었던 시트처럼 봉제선이 똑 같이 터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현재의 개발시험법은 괜찮으니 계속사용하되, 천 시트의 바느질은 5mm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여 이후 차량에는 더 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가죽시트에서 아주 특이한 문제가 또 하나 발생하였는데 일부 차량에서 오른쪽 엉덩이 부위만 주름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고객들의 특성을 조사해 보니 오른쪽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니면서 운전을 한 것이었다. 개발시험법을 보완하여 마네킹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시험을 하여보니 똑같은 주름이 발생하였다. 가죽시트에 별도의 패턴을 보완하여 문제를 개선하였고 다음 개발차량부터는 지갑을 뒷 주머니에 넣는 새로운 시험법으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추정만으로 문제를 덮지 않고 직접 불량품을 만들어 확인해 보는 이러한 품질개선활동들이 모여 세계 현대자동차가 세계 3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된 것 같다.
"좀 달려본 남자는 현대자동차 연구소 엔지니어로 34년 동안 -40℃에서 50℃까지, 미국, 유럽, 남미, 중동, 중국, 러시아등 세계각국의 다양한 주행조건에서 실차개발시험을 진행하였다. 그동안의 시험경험들을 1) 자동차주행시험장, 2) 해외기후환경과 자동차, 3) 해외사회환경과 자동차, 4) 자동차엔지니어, 5) 미래모빌리티로 나누어 연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