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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딸의 딸 (24)

이웃들의 귀염둥이

by 좀 달려본 남자

이웃들의 귀염둥이


'내 딸의 딸'이 우리 집에 눌러앉은 지 벌써 1년이 되어 간다.


내 책상과 책꽂이가 없어지고 언제부터 인지 대신 자리 잡은 장난감들은 마치 이전부터 있던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


조금씩 몰래 보던 텔레비전도 전자파가 나온다고 내 딸과 사위가 플러그를 빼놓고, 리모컨도 행방이 묘현 하고, 안마의자는 곰돌이 인형들의 보관장소가 되었다.


어느 틈엔가 일찍 일어나는 나와 보조를 맞추기라도 한 듯 저녁 8시 일찍 잠이 들고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같이 아침식사를 먹는다.


'내 딸의 딸'이 걷기 시작하면서 아침일찍 아파트 앞에 있는 황새말공원에 손잡고 산책하면서 까치를 보고, 할머니가 데리고 나온 멍멍이도 보고, 아기그네를 한번 타고 오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8시쯤 되면 아내와 '내 딸의 딸'은 아파트 앞에 있는 교통회관 커피숍으로 향한다. 동네 이웃들이 아침마다 모이는 곳이다. 이제는 익숙하게 커피숍 주인과 동네 아줌마 들과 한참을 보내고 집으로 온다.

'내 딸의 딸'이 처음에 낯설어하던 이웃들도 이제는 친숙해져 아내가 잠깐씩 맡기고 외출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내 딸의 딸'을 좋아하는 우리 아파트 15층 대학생 언니는 최근에 취직을 하였는데 " 제린이를 만나 좋은 기를 받아 취직이 되었다"라고 이야기한다. 직장에 다니는 지금도 휴일에는 우리 집에 와서 한참을 '내 딸의 딸'과 놀다 간다.


'삑삑'이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자고 아내를 보채서 아파트 1층 앞 현관에서 왔다 갔다 하면 층별로 이웃들을 만나 인사한다. 교통회관에서 자주 보는 2층 아줌마는 '내 딸의 딸' 소리가 현관에서 들리는 것 같으면 집에 계시다 현관으로 나와 같이 놀아준다. '삑삑'이 신발' 때문에 가끔은 비슷한 소리가 나면 '내 딸의 딸'이 나왔나? 문을 열어 보며 환청이 들렸나? 하신단다.


내가 출장을 가거나 내 딸도 없는 상황에서 '내 딸의 딸'이 아플 때 이웃들이 같이 병원을 데려가 준다.


이제는 '내 딸의 딸'도 몇 개의 단어를 말할 줄 아는데 가끔은 애교도 떤다. 어디서 배웠는지 '박수'라는 말을 하면서 이웃들의 호응도 유도한다.


아파트 우리 집 앞 복도에는 내 자전거를 1층 필로티로 밀어내고 장난감과 유모차, 붕붕카 등이 앞집 현관 근처까지 차지하고 있다. 불편할 텐데 앞집의 배려가 고맙다.


아직도 많이 자라지 않는 머리카락이 다소 걱정이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내 딸의 딸'과 함께 하는 일상이 이제는 평범한게 고맙게 느껴진다. 소리 없이 '내 딸의 딸'을 아껴주는 이웃들이 있어 든든하고 고맙다.



" '내 딸의 딸'은 약 5개월 될 때 내 딸이 사위와 함께 해외출장을 가게 되어 잠시 맡아 주기로 하고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데 17개월째 되는 지금까지 눌러앉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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