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당신의 가족을 위협할 때

우리는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by 워너비미

2장. 자본은 악이 아니다. 하지만 중립도 아니다


우리는 흔히 자본을 단순한 도구로 이해한다. 그것은 마치 칼처럼,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선하거나 악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현실 속 자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자본은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작동'한다. 특히 시장 경제 시스템 안에서 자본은 효율성과 수익이라는 목표에 따라 스스로 방향을 만들어간다.


즉, 자본은 중립이 아니다. 자본은 항상 어떤 구조 속에서 작동하고, 그 구조가 자본의 '방향성'을 정한다. 만약 그 구조가 단기 수익을 우선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자본은 사회적 책임이나 공동체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환경 파괴든, 고용 불안이든, 자본에게는 '비용'일뿐이다.


자본이 중립이 아니라는 점은 여러 사례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독일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차량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 왜 그랬을까? 품질이 나빠서가 아니다. 규제를 지키면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익을 잃지 않으려는 자본의 압박이 결국 브랜드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2023년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다. 이 은행은 자산의 대부분을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미국 국채에 투자했지만, 금리가 급격히 오르자 보유 자산 가치가 떨어졌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국채는 이자가 고정되어 있는 채권이다. 예를 들어 연 2% 이자를 주는 국채를 가지고 있는데, 시장 금리가 5%로 오르면, 새로 발행된 채권은 더 높은 이자를 주게 된다. 그러면 기존 2%짜리 채권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장에서 팔려고 해도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금리가 오를수록 기존 채권의 시장가치가 하락하는 원리다. SVB는 이 손실을 감추려 했고, 결국 신뢰를 잃으며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로 파산했다. 수익 중심의 설계가 금융 시스템 전체를 위협한 것이다.


이처럼 자본이 선하지 않으면, 결국 그 자본이 작동할 시장 자체가 무너진다. 불평등, 환경 위기, 금융 불안정 같은 문제는 모두 자본이 '중립적'이라는 환상 아래 방치된 결과다. 우리는 이제 자본의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선한 자본주의는 감정적 호소가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 자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결국, 자본은 스스로 방향을 정하지 않는다. 방향은 인간이 설계한 구조에서 나온다. 우리가 그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자본은 가장 빠르고 쉬운 길—그리고 종종 가장 파괴적인 길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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