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당신의 가족을 위협할 때

우리는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by 워너비미

5장. 시장과 정부, 책임의 경계 다시 그리기


선한 자본주의는 기업만으로는 실현되지 않는다. 시장과 정부가 함께 설계에 참여해야만, 자본의 윤리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다. 시장에만 맡기면 회복은 빠를지 몰라도 불평등과 생태계 파괴가 동반된다. 정부가 사후 정리자로만 기능하면, 위기를 예측하고 예방할 수 없다. 이 장에서는 시장과 정부가 각자 어떤 한계를 가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협력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모델을 통해 제안한다.


1. 시장의 한계: 민영화와 회복력의 부재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의료 시스템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의료기술이 발전한 나라임에도, 코로나19 당시 의료 시스템 붕괴 위험에 직면했다. 민간 병원 중심의 구조는 효율성에는 강하지만, 공공 위기 상황에 대한 회복력은 약하다. 결국 감염병 대응에는 병상 부족, 고비용 진료, 의료 접근성 불균형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시장만으로는 사회 전체를 포괄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정부 역할의 한계와 필요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는 대형 은행을 빠르게 구제했지만, 중소기업과 일반 소비자를 위한 회복 정책은 늦었다. 결국 '은행은 구하고 사람은 못 구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의 개입이 '긴급처방'에 그치고, 구조 설계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단지 규제자가 아니라, 구조의 설계자로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3. 공공-민간 협력 모델 제안


(1) 정책형 뉴딜펀드 (대한민국)

2020년 한국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대응과 신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형 뉴딜펀드'를 출범시켰다. 정부가 초기 손실을 부담하고, 민간 투자자들에게 안정성과 수익성을 보장하는 구조였다. 이를 통해 약 20조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고, 디지털·그린 인프라에 자본이 공급되었다.


장점: 위험 분담 구조, 빠른 투자 유도

단점: 선정 과정의 투명성, 정책 성과 측정 미비

개선과제: 성과지표 연계, 민간 자율성과 공공 목표 간 균형 조정


(2) SURE 프로그램 (EU)

2020년 EU는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시장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SURE’라는 공동채권 기반 고용안정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회원국이 공동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고용 유지 및 일자리 보호 정책에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였다.


장점: 국가 간 연대 강화, 신속한 정책 집행

단점: 구조화 복잡성, 일부 국가의 활용 제한

개선과제: 장기 구조로의 전환, 지역별 자금 수요 대응력 강화


(3) 공공-민간 녹색펀드 (덴마크)

덴마크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정부 주도로 민간 금융기관과 함께 녹색 펀드를 조성하고, 탄소 저감 사업에 집중 투자했다. 정부는 세제 혜택과 법적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민간은 프로젝트 기획과 자금 집행을 담당했다.


장점: 구조 설계의 유연성, 금융시장과 정책의 연계

단점: 초기 수익률 불확실성, 사업성과 편차

개선과제: 정책 일관성 유지, 장기 자산 운용 모델 개발


결론적으로, 정부는 단지 규제자가 아니라 설계자여야 한다. 시장은 빠르지만 불완전하고, 정부는 느리지만 공공의 비전을 담을 수 있다. 이 둘이 함께 구조를 설계하지 않는다면, 선한 자본주의는 단지 좋은 말에 그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협력의 정치가 아니라, 협력의 설계다. 우리는 이 시대의 공동 설계자로서, 질문해야 한다. '누가 위기 이후를 설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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