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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나무 Jun 02. 2023

7. 기다려주기

독서 습관을 위한 엄마의 루틴

내가 자녀 독서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어릴 적 친정아버지와의 추억 덕분이다. 돌도 안된 나를 옆으로 안고 둥게둥게 하며 동요를 불러주셨던 아빠는 내가 초등학교 1학년때 나와 여동생에게 본격적으로 독서 교육을 시작하셨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셨고, 자식 교육에 있어서 사랑과 열정을 아끼지 않으셨다. 두 딸의 학업 결과에 대하여 단 한 번도 혼낸 적이 없으셨던 분이다. 잘하고 있고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딸들에게 거는 기대도 있으셨겠지만 늘 기다려주셨다.


내가 독서를 가장 좋아한 시절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다. 집에서 하는 독서 활동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아빠와 함께 독서 기록을 하고 주인공에게 쓴 편지를 낭송도 했는데, 카세트테이프에 내 목소리를 담고 듣는 과정이 참 즐거웠고 나 자신이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카세트테이프를 리와인드시켜서 나의 감상을 듣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별일 없는 주말이 되면 부모님은 우리를 부산에서 가장 큰 대형서점(영광도서, 동보서적)에 풀어놓으셨다. 나는 서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의 방목이 늘 좋았다. 그 이유는 내가 어떤 책을 고르고 읽던지 관여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견하다며 따스한 눈빛만 발사해 주셨다. 바깥이 어둑 해지고 서점이 문 닫을 시간이 되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부모님은 내 아쉬운 마음을 달래듯 서점을 나올 때 나 스스로 고른 책 한 권은 꼭 사주셨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부터는 좀처럼 책을 읽지 않았던  같다. 언젠가 '파브르 곤충기'라는 두꺼운 ( 기억 ) 가져다주셨는데, 이것이 내가 책을  읽지 않게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두껍고 재미도 없었는데 끝까지  읽으면 500원을 주신다고 해서 꾸역꾸역 눈대중으로 읽고 용돈을 받았다. 그다음부터 이상하게도 책에 대한 흥미가 급격히 떨어졌다. 아빠가 권하는 책의 수가 적어지기도 했지만,  흥미를 끄는 책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내가 읽기 싫은 책은 꾸역꾸역 읽어도 기억에 남는  없었다.  여동생은 책의 앞부분과 뒷장만 읽고  읽었다며 용돈을 받은 적도 있었다고  크고 나서야 이실직고했다. 그래도 아빠와 함께  독서 활동은 나에게 있어 커다란 행복이자 추억이 되었고,  덕분에 어른이 되어서 다시 책을 찾게 되었다.


둘째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되던 해 나는 휴직을 했다. 그리고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 목표는 독서 습관 만들기였다. 어렵게 결정한 휴직 기간 동안 나와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남기고 싶었다. 두 번째 목표는 내가 다시 회사로 돌아가더라도 아이들이 절독을 하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 어쩌면 내 경험과 독서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내 아이에게 어려운 독서는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억지로 시작한 독서는 내 손을 떠나는 순간 와르르 무너질 것이 뻔히 보였다. 어려운 독서가 공부는 될 수 있지만, 오랜 기간 독서가 습관으로 잡히고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꾸준한 독서를 하려면 결국 내가 원하는 책을 읽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아이들에게 꾸준히 책을 가져다주고, 책을 읽어주며 아이들의 독서 취향을 관찰하고 기다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집 두 아들은 태생이 자발적 독서가는 아니다. 우리 가족이 다 함께 도서관을 다니고 엄마가 책을 빌려주는 등 끊임없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독서가이다. 아주 어릴 때는 도서관 앞에서 떡볶이만 먹고 온 적도 있다. 최근에도 도서관에서 독서하다 말고 도서관 앞 놀이터에서 놀기만 한 적도 있다.


"오늘 도서관 갈까?"

"아니."

"도서관 가는 길에 있는 '미가네'에서 점심 먹는 거 어때? 제육볶음 맛집이잖아."

"음, 오늘은 도서관 가다 큰 길가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 가고 싶어."

"오케이, 콜."

우리는 도서관에 오가는 길에 맛집도 많이 발굴했다. 생각해 보니  덕분에 수월하게 도서관으로 유인한 것 같다.


책과 익숙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래도 정해진 아침 독서시간에 독서를 하는 습관은 이루었다. 내가 지쳐 아이들 독서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더 이상 책을 찾아 읽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독서 중단 사태를 맞이했을 것이다.


독서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필요하다. 부모가 천천히 기다려주는 시간도 포함이다. '타고난 독서가가 아닌 이상 절대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생각하는 것이 좋다. 중학생, 나아가 어른이 되어도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내가 읽으라고  책을 당장 읽지 않더라도 기다려주는 것이다. 언젠간 읽겠지 하면서.


내가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일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스스로 원한 일도 마음먹기가 힘든데, 전혀 원하지 않았고 엄마가 시킨 독서는 오죽하랴. 사람은 늘 하던 데로 하는 걸 편안해한다. 내 의지도 아닌 타인의 의지로 인한 급격한 변화는 거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미지근한 온도로 천천히 친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하다 보면 독서가 편안하게 느껴지는 날이 온다.


"엄마, 이 책 도서관에도 있네!!"

둘째 아들은 도서관 배회 전문가다. 새로운 책을 찾지 않고 굳이 굳이 집에서 여러 번 읽은 책을 찾아 읽으며 웃음 짓는다. 내 취향에 맞는 흥미로운 책을 자발적으로 찾기 힘들어하는 눈치다. 그가 스스로 도서관에 익숙해지도록 기다려주고 도와주는 것이 내 몫이다.


자녀 독서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나는 기다림의 원칙도 세우게 되었다.


1.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 내 아이의 작년과 올해 그리고 10년 후 책 읽는 모습을 떠올린다.

2. 10권의 책 중에 1권이라도 재미있어한다면 성공이다.

3. 책을 어려워하면 낮은 단계의 책으로 흥미를 이끌자.

4. 아이를 관찰하고 어떤 책이 재미있었는지 물어본다.

5. 아이가 좋아하는 책도 빌리고, 엄마가 읽히고 싶은 책도 함께 빌린다.

6. 아이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리고 기다려준다.

7. 책의 수준보다, 책을 읽는 습관에 집중한다.

8. 엄마가 책을 읽어주며 느슨하게 기다려준다.

9. 본인이 좋아하는 책은 한두 장만 읽어주어도 스스로 읽는다.


독서하며 함께 나눈 시간이 재미있고 좋았기에 어른이 되어도 튼튼한 마음으로 세상을 맞았으면 좋겠다. 그런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 엄마는 아이들의 속도보다 한 템포 느리게 뒤따라 가자. 그러면 아이들이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다. 이 글은 나에게도 다시 전하는 다짐이자 메시지이기도 하다.



습관 2. 독서 습관을 위한 엄마의 루틴

 - 기다려주기 (현재글)

 - 쉬운 책 많이 읽기 (예정)

 - 독서 검사하지 않기 (예정)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인 두 소년은 평일에 아침 독서 1시간(6:30-7:30) 하고 있습니다.     

 - 2023년 5월의 기록     

 - 자녀 독서 기록 : https://instagram.com/readingtree_smallb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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