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야기_남자편

by 김찰스

그녀는, 심장을 움켜쥐었다. 뻣뻣하게 굳어가던 심장을 쥐어 다시 뛰게 만들려는 사람처럼, 가슴을 치고 두드리고 흔들었다. 그녀의 처절한 몸부림을 보는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마 더 이상의 최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손을 잡아도 자꾸만 피하는 그녀. 눈물을 닦아주려 해도 휴지를 뺏어가는 그녀.


마치 나로부터 달아나는 사람처럼, 내가 아주 낯선 사람이 된 것처럼 도망치고 있었다.나 역시 그 시간이 힘에 부쳤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일, 시퍼렇게 날이 선 가시로 그녀의 가슴을 찌르는 일, 내가 상처 낸 마음에 손을 내미는 일.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내 진심을 온전히 전하는 일뿐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마주할 순간이고, 어차피 그 순간이 상처가 될 거라면, 최선을 다해 내 마음을 이야기해야 했다.


"너한테 짜증 부리고 싸우고 화내다가 상처만 가득한 이별은 하고 싶지 않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사월이한테 기억되는 내 모습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어. 널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 정말 숨도 못 쉬게 행복했어. 나 역시 너한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래."


그녀가 조금씩 울음을 그쳐 간다.


인정인지 체념인지 알 수 없지만, 어느 방향이든 그녀에게 큰 아픔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어서 내가 물었다.
"같이 잘 수 있겠어?"


이것조차 순전한 나의 이기심으로 비롯된 질문이라는 것을 안다. 이제 막 이별을 말한 상대방과 하룻밤을 보낸다니. 그러나 그녀를 안고 싶었다. 우리가 온기를 나눌 수 있는 마지막 밤이니까.


그녀는 "오늘 밤까지는 사랑해줘-"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 날. 우리의 마지막 밤은 그녀와 만난 이후로 가장 따뜻한 밤이었고, 각자의 기억을 달빛에 아로새기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은 들뜨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차분하지도 않은 아침이었다. 그녀는 어제의 아침과 같이 머리를 말렸고 화장을 했다. 우리는 여전히 뜨거운 포옹을 했고, 여전히 귀여운 뽀뽀를 나눈다.


그러나 여전하다고 생각했던 시간도 잠시, 미리 전화해둔 콜택시가 도착했다. 그녀의 가방을 집어 들고 택시 앞에 섰다.


"잘 갈 수 있지?"

"응."

"그래. 우리 사월이 잘 할 수 있어. 잘 지내는 거야. 알았지?"

"응."

"가면서 울기 없기야! 택시 기사가 이상하게 쳐다볼 거야. 알았지!?"

"응."


말을 마치자마자 우리는 서로를 안았고, 같은 울컥임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그리고 미처 다 울기도 전에 그녀는 마지막 인사를 던졌다.


"들어가. 찰스도 울지 말고."

그리고 곧 택시가 출발했다.


골목을 빠져나간 택시가 이젠 내 눈 앞에 보이지도 않았고, 이내 현관 앞에 주저앉아 생각했다.


내 하루에, 시간에, 공간에, 삶에, 그녀가 들어와 지내던 백일. 고작 그 백일. 진심을 다해 사랑했고, 치열하게, 더 할 수 없이 행복했다. 이제는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지만, 우리가 함께 만들어낸 백일은 나를 더 살게 하리라. 예쁘고 좋은 기억들로만 남아, 내 삶을 지탱해주리라.


"잘 가. 지금까지 우리가 써 내린 이야기들을, 절대로 잊지 않을게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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