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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찰스 Nov 27. 2015

새카만 바다와 등대

이별 편

- 새카만 바다와 등대 -


그날 밤, "날 왜 사랑하는 거야?"라던가, "날 보면 어떤 느낌이야?"같은 질문을 받은 것은 J였다. 예쁜 것은 둘째로 치고, 꽤 괄괄한 성격에 가끔 험한 말도 서슴지 않던 K를 보며 그가 대답했다.


"새카만 바다 저 멀리에 등대가 하나 서 있는 거야. 그래도 저기에 빛이 있구나. 온통 어둠만 가득하진 않구나. 싶은 거야."

쓸쓸한 표정으로 말을 마친 J가 아직 식지 않은 밀크티를 홀짝거렸다.


J는 아주 멀지만 분명히 보이는 K의 빛을  희망쯤으로 생각했었다.  오래전, 어리둥절한 이별을 이렇다 할 대비책도 없이 마주한 뒤로 J의 세계는 절망으로 가득한 바다였으니까.


물론 그의 말에 등장한 것처럼, 아직도 J는 새카만 바다를 떠다니며 파도의 일렁임을 따라 표류하는 중이었다. 다만 그는 매일 등대의 빛을 확인하며, '그래, 아직 저기에 빛이 있어. 아직은 나 혼자가 아냐. 그러니까 더는 멀리 가면  안돼.'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찻잔을 내려놓고 다시 J가 말했다.

"난 역시 네가 좋아. 등대의 빛은 가까워질 수 없을 만큼 너무 멀지만, 대신 그 빛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지지도 않을게. 그러니까 너는 그 자리에만 있어주면 좋겠어. 언젠가 해가 떠서 이 바다의 모든 것들이 환해지더라도, 절대로 네가 건네던 빛을 잊지 않을게. 넌 언제라도 고개 돌려 확인할 수 있었던, 나의 안도였어."


'이 새카만 바다에 다시는 해가 뜨지 않고, 오직 멀리서 들려오는 등대의 빛만을 사랑할 수 있다면 어떨까.'

J는 딸랑거리는 소리가 나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고, 그 사이 계절은 겨울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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