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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찰스 Nov 25. 2015

당신의 마음은 어떠십니까

사랑 편

- 당신의 마음은 어떠십니까 -


인터넷의 한 게시물에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과는 사랑하면  안 된다."라는 댓글을 봤던 날. 마음이 뜨끔, 했다. 나는 여기서 말하는 '마음의 가난'을 '여유의 부족'쯤으로 해석했는데, 이를테면 그이의 티셔츠 선물을 기어이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여긴다거나, 그이의 이성관계에 대한 질투나 의심 따위 같은 '부족'말이다.


경제활동을 그만두고 난 뒤 찾아온 금전의 부족은 자격지심을 함께 데리고 와, 나를 고작  삼만 원짜리 선물도 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멀기만 한 시험에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고시생 신분은, 더 화려하고 젊기만 한 그이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이는 여전히 내게 힘이 나는 응원을 아끼지 않지만, 때로는 지친다고도 했던 그의 한마디가 귀를 맴돌고 있다. 어쩌면  이다음 마음이 가난할 때, 혹은  그다음으로 마음이 가난할 때, 그 역시 완전히 지쳐버려 나를 놓을  수밖에 없는 날이 오지 않을까.


덤덤하지만 칼날처럼 단호했던 댓글 하나에, 생각이 많아졌던 하루. 마음만큼은 가난한 사람이 되지 말자고, 몇 번을 중얼거렸다. 그이가 없어 지금보다 더 가난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은 관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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