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편
- 떠난 봄 -
눈 앞까지 왔다가 돌아간 봄이 있어요
여리여리 분홍일 것도 같고
아장아장 파랑일 것도 같은
그러나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세상의 온기 따위 느끼지 못했겠지요
뾰족하고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
상처만 가득 안고 떠난거겠지요
다시는 날 찾아오지 않을 기세로
오늘은 그가 저편으로 걸어가던 날
내 마음 알 수 없는 어딘가
시큰대고 울렁대는 통에
불편한 기색 숨길 수 없는 날
선명한 기억으로 만들어진 향을 꺼내
다섯 번째 불을 붙였어요
후회와 반성은 잘도 타는데
상심은 점점 무거워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