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주말에는 꼭 약속을 만들어야만 집 밖을 나설 수 있다. 해가 창을 넘어 들이치는 아침부터 달빛이 스믈스믈 넘어오는 그 밤까지, 또 집 안에 갇히게 될까 봐 급히 약속을 만들었다.
그렇게 간만에 생긴 외출에 기분이 좋아져 조금은 일찍 집을 나선다.
그린비 : 그리워하는 이
라는 뜻이 좋아 즐겨 찾는 카페가 있다.
여느 날처럼 달달한 카라멜라떼 한 잔을 받아 들고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갔다.
공연은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기다리던 친구 대신 쭈뼛거리는 아가씨가 내 앞에 섰다.
그러니까 나는 사람이 꽉 들어찬 카페에서 4인용 테이블을 혼자 쓰고 있었고 이 아가씨는 이 곳에 앉아야만 하는, 그런 이유로.
이런 종류의 해프닝을 거절할 정도로 삭막한 성격은 아니라, 우리는 곧 대각선으로 마주 앉게 되었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힐끔거렸는데, [인사팀 공략]이라고 떡하니 쓰여있는 책을 보니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 같았다. 마침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그 일이라 왠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우연을 느낄 수 있었는데, 책 옆으로 올라와 있는 그 여자의 공연 티켓이 분명히 두 시간 뒤 내가 보게 될, 그러니까 내가 앞에 놓아둔 티켓과 같았기 때문이다.
자리가 없어 우연히 내 앞에 앉은 여자.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여자.
그리고 우연이 계속된다면 잠시 뒤 같은 공연장에서 또 만나게 될 여자.
하도 신기해서 (물론 나만 생각하는 특별함이겠지만) 말을 건넸다.
"그 공연 저도 보러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