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일요일.
친구의 결혼식 때문에 소중한 데이트 기회를 놓친, 그런 일요일이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주변인들의 결혼 소식이 잦아지는데, 그 소식들이 마냥 반갑지만도 않다. 나 역시 한 때는 결혼이란 걸 목표로 할 때가 있었기 때문인지, 축하하는 마음 한 켠에는 어느 정도의 시샘이 섞여 들었다.
또 이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일은 평소보다 오랜 고민이 필요했다. 친구의 대학 동기가 헤어진 그 사람이었기 때문에 결혼식장에서 그 사람을 마주치는, 아주 어색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었으므로.
그 친구랑은 원래부터 알던 사이였고, 청첩장도 받았고, 뭐 내가 죄지은 건 아니니까. 불편하겠지만 응당 축하하러 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 결국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막상 식장에 들어서니 혹여 그 사람을 마주칠까 내내 두리번거렸다. 먼 발치에서 예식을 보는데, 신랑이 축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신랑은 아주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한 손은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턱시도 바지가 구겨질 만큼, 자신의 허벅지를 꽉 붙잡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광경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스쳤다. 나도 부들거리는 다리를 붙잡아가며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고. 수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 사진을 찍고 싶었다고.
"으으, 안되지 안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고개를 흔들며 쓸모없는 생각들을 털어낸 뒤 곧장 축의금을 내고 식장을 빠져나왔다.
'결혼식장에 가서 밥도 못 먹고 이게 지금 뭐하는 건지..'
허탈하고 공허해진 마음에 사월이 생각이 났지만, 출근 준비로 바쁠 그녀를 구태여 불러내지 않았다. 그렇게 대낮부터 터덜거리며 집에 돌아왔다.
'일요일은 역시 짜라짜짜짜짜 파게티'라고 했던가.
쓸쓸히 라면을 끓여먹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해가 졌다.
'띠링' 문자 소리에 그녀인 줄 알고 핸드폰을 집었는데,
오 마이 갓-.
헤어진 그 사람이었다.
[잘 지냈어? 아까 결혼식 왔더라?]
하.. 이럴 줄 알았어.
[응. 나도 청첩장 받아서.]
몇 번의 안부 문자가 오간 뒤 그 사람이 말했다.
[다음에 밥 한 번 먹자ㅋㅋ]
그 사람과 헤어지던 날 했던 이야기 중 유독 선명하게 기억나던 이야기는 '나중에 편해지면 밥 같이 먹자.'였다.
그리고 그 후로 쭉 생각했다. '절대로 편해지는 일은 없을 거야.'라고.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그 사람은 이제 좀 편해진 모양이다. 난 여전히 편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말이지.
미련이 남은 것은 아니다. 그저 아주 오래간 사랑했던 사람과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며 썩 친한 친구 흉내를 내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그럴 수 없는 명확한 이유가 생기지 않았는가. 날카롭고 딱딱했던 내 가슴에 손을 올려준 그녀가 있다. 그런 소중한 그녀가 떠날 날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녀에게 더 집중하고 몰입해도 모자랄 판에.
[미안. 난 아직 너랑 밥 먹을 만큼 편하지 않아. 그리고 나 만나는 사람 생겼어. 되게 고맙고 좋은 사람이라 상처 주고 싶지가 않네. 다시 연락하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미안.]
그리고 곧장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출근 준비는 잘 마쳤냐고 물었고, 저녁은 먹었냐고 물었고, 나를 보고 싶지 않으냐고 물었다. 이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이라며, 통화하는 내내 그 목소리 한 음절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전화를 끊을 때 이야기했다.
"좋아해, 강사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