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그녀를 만나지 못했더니, 한 주가 너무 더디게 흘러간다.
보다 원활한 직장생활 적응을 위해 보고 싶어도 내색하지 않고, 오직 그녀의 목소리로만 버텨내던 중이었다. 그리고 한 주의 절반 쯤이 지나고 있을 때,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그녀와 통화를 했다.
"나 오늘 친구들 만나서 파티하기로 했어!"
입사 기념으로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다며 신나 하는 그녀.
"그래? 잘됐네. 입사하고 처음 만나는 건데, 재밌게 놀다와."
"찰스도 올래?"
그녀의 친구들이 궁금하기도 했고, 또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괜찮다면 가보고 싶었다.
"음.. 오늘 야근할 것 같긴 한데, 일찍 끝나면 갈 수 있을 거야. 전화할게."
그리고 하늘이 어두워졌을 무렵, 생각보다 일이 금방 끝나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와 친구들은 내가 있는 곳에서 썩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수화기 너머로 상기된 목소리의 친구들이 날 불러댔다. 자리가 시끌벅적한 걸로 보아하니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뒤, 그녀가 있다던 호프집 앞에 도착했다.
'후... 그래, 긴장하지 말고! 내 친구들 만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본래 여자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 여자들 틈에 들어가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그녀의 친구들이라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친구들에게 잘 보여야 그녀의 어깨도 으쓱할 테니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저만치 그녀와 일행들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김찰스입니다. 반가워요."
친구들은 하나같이 다 밝아 보였고, 날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다
"사월이가 갑자기 연애한다길래 어떤 분인가 했어요."
"바쁘실 텐데 저희가 너무 궁금해서요."
"자, 일단 맥주 한 잔 하시고!"
친구들과의 대화는 편하고 재미있었다.
내가 던진 재미없는 농담에도 친구들은 속 좋게 웃어주었고, 내가 몰랐던 그녀의 지난 스토리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도서관 쪽지남' 사건은 그녀와 만나는 내내 잊지 못할 거다. 이야기를 하며 종종 그녀를 쳐다봤는데, 그녀 역시 내내 즐거운 표정이었다.
'잘 하고 있는 거겠지?'
혹여 자리가 끝난 뒤, 친구들이 그녀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좋아 보여서 다행이다.
자리가 파할 때 즈음, 눈치를 보며 슥- 빠져나왔다.
"저쪽 테이블 계산해주세요"
친구들 첫 소개 자리에서 '야 얼마씩 걷어.'라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몰래 계산을 해버렸다.
"찰스 씨. 잘 먹었어요."
"그래요. 우리 다음에 또 한 잔 해요!"
"다음에는 저희가 살게요."
"네. 다음에 또 봬요. 대접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돌아오는 택시를 탔다.
"나 잘했어?"
"응! 오늘 정말 멋졌어. 친구들하고도 잘 어울려주고. 아까 너 화장실 갔을 때 친구들이 칭찬도 했었어."
"그래? 다행이다. 혹시 실수해서 밉보이지 않을까 걱정했거든. 그럼 됐어."
그녀에게는 항상 좋은 남자이고 싶었다. 얼핏 들은 그녀의 전 남자친구들과는 달리. 그래서 그녀의 친구들에게도 좋은 말만 듣게 하고 싶었다.
이 연애가 석 달 뒤 끝나게 되더라도,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좋은 이야기만 나올 수 있게, 그렇게 언제까지나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긴장한 채 술을 마셔서 그런지 졸음이 몰려왔고,
그녀의 어깨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