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번째이야기_남자편

by 김찰스

다시 돌아온 평화롭기 그지 없는 토요일 낮.

간만의 감성 충전을 위해 서점에 들르기로 했다. 역시 감성 충전에는 글 읽기가 제일이니까.


맑은 햇볕이 우리를 비추던 한 낮이었는데, 오늘따라 그녀가 쭈뼛댄다.

보아하니 엊그제 있었던 일 때문인 듯했다.


"어이구 우리 사월이 부끄러웠어요."


쑥스러워하는 그녀가 예뻐 죽겠어서 볼을 꼬집으며 서점 안으로 들어섰다.


"뭔가 감성 가득한 책 없을까?"하고 물었더니, 「me before you」라는 소설을 추천하는 그녀.


베스트 셀러로 유명한 책이었으나 긴 글 읽기에 장애가 있는 나로써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집중력이 부족한 탓인지, 호흡이 긴 글들은 읽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그래서 그녀에겐 미안하게도 책을 다시 꽂아두고선 코너를 옮겨 「감성제곱」이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여느 사람들처럼 그녀와 나란히 바닥에 주저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난 이렇게 바닥에 앉아 책을 읽을 때 느껴지는 서점의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공기들을 좋아한다.


또 그렇게 책을 읽을 땐 항상 에피톤 프로젝트라는 가수의 피아노 연주곡을 틀어놓는데, 그녀가 내 귀에 이어폰을 꽂더니 피아노 곡을 들려주는 것이 아닌가.


'역시 이 아이, 닮은 구석이 많아서 좋다.'


제목만 보고 집어 들었던 책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 한참을 빠져 읽고 있던 차에 그녀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자기 좀 쳐다봐 달란다. 저 방울거리는 눈은 정말, 예쁨을 참을 수가 없다.


"미안 미안, 이제 우리 나가서 맛있는 거 먹자! 내가 진짜 맛있는 파스타집 알아."


서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유명한 맛집이 있어, 그녀와 함께 가보고 싶었다. 노란 햇빛과 파란 바람을 즐기며 천천히 걸어 도착했는데,


'아- 줄이 왜 이렇게 길어.'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 그녀에게 괜찮겠냐 물었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

'저 박력... 너무 멋지다..'


가려던 곳은 아니었지만 조용하고 깨끗한 식당에서 아주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칠 때쯤 그녀는 언제나처럼 마지막 한 입을 남겼다. 전부터 느꼈지만 그녀는 꼭 마지막 한 숟가락씩을 남기는 버릇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남은 한 숟가락을 떠, 내 입으로 가져와 넣은 뒤 '나쁘지 않네'라고 생각했다.


기분 좋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한강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둠이 낮게 엎드려 있었다. 시원한 캔맥주를 하나씩 손에 들고 한 주 간의 스트레스를 털어버리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던 순간, 조금 더 그녀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사월아, 우리 진실게임 같은 거 한 번 해볼래?"
"응? 뭐 궁금한 거 있어?"
"응, 뭐 거창한 건 아니고 서로 질문 하나씩 해보자."
"음.. 그래 좋아. 먼저 물어봐."


평소 의도치 않던 말이나 경솔한 행동들로 주변에 상처를 주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혹시라도 그녀가 싫어하는 것들을 무심코 해버리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는 남자친구가 제일 싫어질 때가 언제야?"

약간 머뭇거리던 그녀가 대답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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