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편
- 술에 취하지 않은 밤 -
그래서 나는 좀 따분해.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햇빛이 드는 것처럼 환해질 거야. 난 다른 모든 발소리와는 다른 한 가지 발소리를 분간할 수 있게 될 거야.
- 생텍쥐베리의 소설, 「어린 왕자」 중, 여우의 이야기.
한동안 술에 의지하던 밤이 있었다. 왜 나는 이렇게 외로운 밤을 보내야 하는지, 누구에게든 묻고 싶었으나, 그것을 물을 이들이 없던 탓에 결국 또 술잔을 들어 올리던 그런 밤이 있었다. 방 문 앞 초록 병들이 늘어가는 만큼, 마음속으로는 술방울들이 넘실 차오르던 그런 밤 중에, 내가 있었다.
그때, 나는 너를 만났다. 그 누구보다도, 어쩌면 햇살보다 더 밝은 미소를 지어주던 너를. 네 가까이서 여린 순처럼 고운 손을 잡고, 뉴에이지 음악 속 피아노 선율보다 포근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 손과 목소리를 타고 네게로부터 불어오는 향기를 맡다 보니, 술보다는 네 향기에 취하는 일이 더 좋아지더라. 그리고 나는 곧 너를 사랑하게 되더라.
이제 나의 밤 중엔 상냥하고 다정한 사랑들이 꼭꼭 채워져 있다. 그리하여 오늘처럼 술에 취하지 않은 밤에는, 이렇게 당신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