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Chat GPT를 유료 결제 버전으로 쓰고 있다. 최근 Chat GPT에 업데이트된 이미지 생성 기능의 질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도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놀랍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실제 결과물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기 때문이다.
내가 첫 번째로 요청한 내용과 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프롬프트 #1 : 네 컷 만화를 아래 설명에 따라서 그려줘. 1. 평화로운 아침 2. 기상하는 한 남자 3. 피곤한 모습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가는 모습 4. 소파에 다시 누워서 잠
결과 #1
놀랍지 않은가? 나 같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이 이런 퀄리티의 그림을 그리려면 꼼짝없이 돈을 주고 의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작업물을 받아보는 데 최소 하루는 걸릴 것이다. 하지만 Chat GPT는 약 1분 만에 이 그림을 만들어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첫 번째 컷에서 사람이 없고, 침대 위에 화분이 놓여있는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소파에 누워있는 사람이 얇은 이불을 덮고 누워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수정사항을 다시 요청했다.
프롬프트 #2 : 방금 그려준 네 컷 만화를 수정하고 싶어. 아래 내용대로 수정해 줘. 1. 첫 번째 컷에서 화분 없애고 사람이 누워서 자고 있는 모습을 추가해 줘. 2. 네번째 컷에서 누워있는 사람이 얇은 이불을 덮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줘.
결과 #2
요청 사항이 모두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사람에게 의뢰했다면, 수정 사항을 말하고 반영하는 것이 매우 번거로웠을 것이 틀림없다. Chat GPT에게는 전혀 부담 없이 수정 요청을 할 수 있고, 역시 1분 만에 수정된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수정된 결과물이 수정 전과 비교해서 퀄리티가 조금 떨어진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첫 번째 컷에서 바깥 풍경 중 일부가 삭제된 것과 두 번째 컷에서 사람의 손가락 모양이 조금 이상해진 것 등이다. 첫 번째 컷에서 사람의 눈이 하나 표시가 안 된 것도 다소 아쉬웠다.
세 번째로는 이 그림에 컬러를 입혀달라고 요청해 보았다.
프롬프트 #3 : 이전에 그려준 네컷만화에 컬러를 넣어줘.
결과 #3
컬러도 잘 넣어주었다. 약간 빈티지 느낌이 나는 컬러였다. 첫 번째 컷에서 창 밖과 안의 색깔이 같다는 것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 그 외에는 거의 완벽하게 컬러를 넣어주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파 컬러에서 질감도 느껴지는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는 네 컷 만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유지하되, 그림풍과 대상을 변화시켜 보았다.
프롬프트 #4 : 지금 그려준 만화의 스타일을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 일러스트 스타일로 바꿔줘. 이때 귀엽다는 말은 밀도가 낮고 대충 그린 낙서 같은 느낌을 말하는 거야. 복잡하고 정밀한 스타일이 아니라 간단한 낙서 같은 묘사 스타일로 다시 그려줘. 컬러는 밝고 산뜻한 파스텔 톤으로 적용해줘.
결과 #4
놀라움의 연속이다. 만약 의뢰한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수정을 요청했다간, 새로 그려야 하니 돈을 두 배로 달라고 했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대충 그린 스타일로, 귀여운 고양이 만화가 뚝딱 완성되었다. 따로 요청하지 않았는데, "Peaceful morning"이라는 적절한 제목도 맨 위에 붙여주었다.
다만 이 그림체는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아마도 기존 작가들의 그림들을 학습한 결과일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학습한 데이터에 대해 과연 적절한 저작권료를 지불했을지, 그리고 그렇게 학습한 결과로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2차 창작물에 대해서는 저작권 이슈가 없는지 등이다. 현재 최첨단 AI 기술과 관련해서는 저작권과 같은 법적 영역이 확실하지 않은 회색 영역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을 처음 체험하고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서 처음 생각하게 된 것은, 만화나 그림을 그려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느낄 당혹스러움이었다. 그것은 이 기술이, 프로페셔널한 영역을 대체할 만큼의 수준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 테다. 기술은 기본적으로 중립적이므로, 이처럼 놀라운 기술이 사회의 갈등과 혐오를 촉발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사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