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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풋살 매치에 대하여

by 여립

나는 축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이처럼 확실하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은 그렇게 많지 않다. 축구하는 것은 그중 하나인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꽤 꾸준히 공을 찼다. 초등학교 1학년 때쯤 학교에서 하는 축구 수업에 참가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방과 후에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 테니스장에 친구들과 모여서 매일 같이 축구를 했다. 가끔은 알지 못하는 형, 아저씨들과 함께 공을 차기도 했다. 중, 고등학교 때에는 초등학교 때만큼 축구를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체육 시간이나 점심시간, 심지어는 10분 남짓의 쉬는 시간을 알뜰하게 활용해서 축구를 했다. 축구는 나에게 가장 큰 오락거리이자, 사회성이 높지 않은 나에게 또래 친구들과의 연결고리가 되어 주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자연스럽게 축구 동아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시 축구 동아리의 문화는 수직적인 면이 있어서 축구 동아리 생활은 그리 즐겁지 않았고, 점차 축구에도 흥미를 잃어버렸다. 또 인간관계가 그리 넓지 않았던 대학생의 나로서는 축구를 할 만한 사람들을 스스로 모으는 것도 꽤 힘든 일이라, 한동안 공을 차지 못했다.

그러던 중 어느 때부터 소셜 풋살 매치 서비스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서비스들은 정해진 장소, 시간에 매치를 제공한다. 그리고 풋살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약 만 원 정도의 돈을 내고 참가할 수 있다. 친구와 함께 갈 수도 있지만 혼자서도 갈 수 있다. 매치를 조율하고 진행하는 것은 서비스가 제공하는 고용된 매니저가 담당한다. 매니저는 팀을 짜주고, 쉬는 시간과 골키퍼를 바꿔야 할 때를 알려준다(골키퍼는 돌아가면서 한다). 한 매치는 보통 2시간 정도 진행된다. 3파전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2판을 연속해서 하고 1판을 쉬게 된다. 각 판은 약 15분 정도로 진행된다. 여러 서비스들이 있지만, 운영되는 기본 골격은 위와 같이 비슷하다.

나는 친구와 소셜 풋살 매치에 참가할 때도 있지만, 혼자 가는 경우도 많다. 내가 실감하는 소셜 풋살 매치의 가장 큰 장점은 혼자서도 참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의 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나의 일정만 고려해도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사람들을 직접 모으는 것은 꽤 힘든 일인데, 이 것을 소셜 풋살 서비스는 참가 가능한 사람들의 풀(Pool)을 엄청나게 키움으로서 효과적으로 해결한다. 그리고 시간을 재거나 심판을 보는 등 매치를 진행하는 데 따르는 매니징 업무를 대신해 주기 때문에, 나는 온전히 축구를 즐기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사실 이 글도 소셜 풋살 매치에 참가하기 전 시간이 남아 쓰고 있다. 목요일 저녁 9시 30분 매치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고 싶어서 충동적으로 매치를 예약했다. 춘분인 오늘, 밤공기에는 부드러움이 섞여있다. 이런 밤공기 사이에서 공을 차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매일 같이 공을 차던 어린 시절에는 잘 몰랐다. 비록 꽤 늦은 시간에 공을 차는 만큼 내일의 나는 피곤에 절어 지난밤을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눈앞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지나치기는 언제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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