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 대하여

by 여립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4월에 방영을 시작한다고 한다. 나는 드라마를 잘 챙겨보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였나, 이 드라마의 제목을 처음 본 순간, 그 자체로 엄청난 예술 작품을 마주 한듯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자주 느끼곤 하는, 하지만 표현하기는 어려웠던 감정들을 꽤 근사하여 언어화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실제로 일상에서 자신의 무가치함과 자주 싸우고 있다. 회사에서는 왜 나는 좀 더 멋있는 일을 하지 못할까, 하고 자학한다. 집에서도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편히 쉬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내가 무엇과 대치하고 있는지,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 모호했다. 이 제목을 보고 나니, 그 대상은 어쩌면 나의 무가치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말은 꽤 위로가 되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그런데 가치란 무엇인가? 굳이 정의하자면 "존중받을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싸우고 있는 자신의 무가치함이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존중받을만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주관적인 느낌이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싸우고 있는 모든 대상은, 객관적 현실이 아니라 주관적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같은 객관적 현실을 마주하고도, 사람들마다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기준에서 내가 존중받을만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일까?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사회적인 기준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곧, 내 주관적인 가치가 사회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진부하지만 정답으로 돌아오게 된다. 타인의 인정 외에도 나만의 기준이 필요하다. 타인의 존중이 없더라도,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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