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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물

자연의 무심함

by 박바로가

샘물

졸졸졸 샘솟는 물 그 자리 혼자 서서

다리를 가느다란 다리를 비춰보네

엄마는 어디로 갔니, 너만 두고 어디로?

깨진 잠 부여잡고 잠청할 맘도 없고

어딘가 사라지고 남게 된 흔적일까

발자국 따라서오니 너한테로 온거지

씁쓸히 자리떠나 저곳을 바라보니

엄마가 저풀숲에 혼자서 서있더라

반가워 움직여보니 나뭇가지 뿔모양

어디로 간것일까 찾아도 안보이네

애닮은 어린마음 갈곳이 없기만해

이리도 기웃해보고 저곳에도 찾지만

여전히 찾지못해 마음만 애타기만

몇시간 흘러가네 홀연히 나오려나?

그 채로 내버려 두고 가버렸나 기어코?

가진건 길다란한 모가지 작기만한

뿔조각 덜자라난 엄니가 살짝솟아

간신히 후들거리는 두다리로 지탱해

슬픈지 괴로운지 그마음 알길없어

이제는 홀로 서서 이제는 현실 직시

두 눈을 부릅 떠보니 비치는 건 작은 나


엄마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어린 고라니를 묘사하면서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을 같이 표현했습니다. 어머니를 잃은 어린 고라니는 얼마나 청천벽력같은 상황이겠습니까? 어머니의 발자국 자취를 따라 이르게 된 샘물에서 자신의 가녀린 모습을 보고 애써 외면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떠나간 어머니는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성인이 된 고라니는 혼자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게 자연의 순리지요. 그런데 그 순리를 지킨다는 것은 참으로 식은 땀을 흘리게 할 정도로 냉혹한 것입니다. 하늘같은 어머니와의 단절이 그 수순의 맨처음을 차지합니다.

단지 ‘후둘거리는 다리’를 다 잡으려는 마음은 너무나 고통스러워 더 이상 통증을 못느끼는 마비상태까지 옵니다. 이 상태가 오다보니 이제 상황을 버텨내려고 자신을 응시합니다. 내 자신을 알아보는 듯, 못 알아보는 듯. 샘물에서 나 자신, 최초로 홀로 선 내 자신의 모습을 응시합니다. 그 모습은 친숙하지만 몹시도 낯설지요.

하지만 무심히 흘러나오는 샘물처럼 어린 고라니도 자연의 무심함앞에서 홀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야 합니다. 이유야 어떻게 되었든 앞으로 혼자 살아가야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까 스스로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하겠지요. 그것이 준엄한 자연의 순리입니다. 비록 어머니의 뱃속을 통해 세상에 나왔으나 세상과 맺은 계약은 홀로 생을 마쳐야 한다는 삶의 무게입니다.

우리도 그 무게가 무겁든 가볍든 짊어지고 가야겠지요. 혼자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삶의 지혜에 다가간 순간입니다. 어찌보면 힘들고 외로운 길이겠지만 그 길과정에서 성장하면서 마음과 지혜를 키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어머니를 잃은 어린 고라니의 막막함으로 세상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우리 모두의 모습속에 녹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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