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노래

레퀴엠

by 박바로가


꽃다운 나이 19살에 죽은 사촌언니, 항상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녀가 교통사고로 죽은 5월의 어느 날.

나는 겨우 대학교 1학년 새내기였고 어떻게 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이제 나는 그녀 나이의 2배를 넘어선 50살.

지금도 생각나는 그녀. 내 어릴 적 추억은 항상 함께였다. 외심촌 몰래 동전도 훔치고, 마을 어른 몰래 수박서리, 참외서리, 계란서리 등 안 해본 서리 없이 골고루 다 해봤다. 심심한 혼자보다 둘이어서 항상 즐거웠다. 우리보다 어린 동생들도 함께 다니면서 시골을 마음껏 누비고 다녔다.


말썽을 부려 토방아래에서 벌을 받던 일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그녀와의 기억을 떠올릴 때면 같이 캐 먹었던 칡뿌리나 들판에서 막 자란 삘기(삘기)나 귀한 사탕수수를 씹으면서 노래를 부르던 기억이다.


그녀는 노래를 그것도 유행가를 잘 불렀다. 마을 어른들 새참 때 들었던 트로트를 구성지게 잘도 불렀다. 노래를 잘 하는 것으로만 알았지만 사실은 아버지와의 불화로 어린 마음에 고민의 깊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항상 도덕심이 강한 외삼촌은 이웃들이 농약을 쓴 야채를 파는 것을 엄청 싫어하셔서 농약 친지 얼마 안 된 채소를 팔러 나가려 하면 채소를 잡아채 땅바닥에 버리셨다고 한다. 그런 올곧은 외삼촌이 끼 많고 영리한 딸의 행동을 그냥 쉽게 모르 척하지는 못했으리라.


결국 내 사촌언니는 가출을 했고 집 밖에서 떠돌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아름다울 나이에 죽은 사촌 언니. 언니는 내 마음속에서 언제나 19살이고 간혹 꿈에서 9살 소녀로 바뀌어 외갓집 동네를 같이 휘젓고 다니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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