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토마토의 조화로움
대낮에 퍼지는 와인의 향기는 비린 토마토 향이 가득하다
깨끗하게 지울수록 따끔히 낮은 토마토 향
매일 챙겨 먹는 비타민처럼 흐르는 땀을 따라 천천히 스며든다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 열기는 내 옆구리를 톡톡 쏘아온다
클릭 한번에 이번 여름을 멋대로 정의하고
나의 여름에는 쌉쌀한 토마토 향이 가득
새빨간 토마토는 붉게 빛나는 태양을 연상케한다
빛난다는 언어가 가장 어울리는 음식은 단연코 토마토일 것
나의 태양은 언제나 새빨간 토마토가 잠식한 채
오늘도 내 접시 위에 높인 토마토를 크게 한 입 베어 문다
터져 나오는 과즙의 향기는 대낮에 퍼지는 와인 향이 가득
여름에 대한 두 번째 시집. 첫번째는 여름 피치 스파클링으로 감각적인 여름을 선보였고 토마토 컵라면에서는 여름의 맛과 향기를 토마토에 빗대었다. 여름은 원래 뜻이 "열음", "과일이 열음/익음"에서 온다. 여름에 따 먹을 수 있는 과일인 자두, 포도, 토마토 등은 이 시집의 소재이다. 과일들의 향연이 이 시집에서 여기저기에 녹아 향을 낸다.
그 중에서 "여름과 토마토의 조화로움"이라는 시는 포도의 숙성한 맛인 와인과 토마토의 빨간 맛이 어우러진다. "새빨간 토마토"는 "붉게 빛나는 태양"을 "연상케한다"는 시인의 말은 다채롭게 해석될 수 있다. 토마토의 상큼하고 단맛은 와인의 숙성된 맛과는 조금 다르게 표현될 수 있는데 두 개를 연결해 놓은 것은 상당히 독특하다. 색깔이 같은 계열이고 둘다 여름 과일이라는 점은 공통점이지만 숙성된 와인에 생생한 토마토를 빗대는 것은 그만큼 토마토가 상큼하면서 숙성한 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리라.
생물학적으로 토마토를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토마토는 콜럼버스가 16세기에 신대륙에서 발견한 식물로서 "일년감"이라고 부르는 채소이다. 사실 토마토는 채소와 과일의 중간쯤이다. 그런데 이 토마토에 들어있는 물질들은 참으로 많고 항산화물질까지도 가지고 있다.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좋은 토마토는 가지과 식물이다. 토마토는 가지과Solanaceae[솔라나케아이]이다. 여기서 sola[솔라]는 태양이라는 뜻을 지닌다. 다른 가지과 식물에는 구기자, 감자, 까마중 등이 있다. 이들 꽃은 5개의 꽃잎이 꼿꼿하게 피어 마치 햇님같이 생겼다.
토마토는 원래 열대 작물이다. 그래서 늦봄과 여름철에 비닐하우스에서 키워지는 작물이다. 이 작물이 여름을 상징한다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럽다. 꽃 수분도 뒤엉벌처럼 날개짓을 많이 하는 곤충만이 해낼 수 있다. 한여름 뙤약볕아래서 엄청난 날갯짓에 의해 탄생하는 열대 과일/채소, 토마토! 그 토마토의 "쌉쌀한 향"과 "새빨감"은 "빛난다." 토마토는 시적 화자의 여름을 상큼한 맛과 "따끔"한 향으로 느끼게 한다.
시적 화자는 태양을 연상하게 하는 토마토를 먹으면서 여름을 만끽한다.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 열기"가 시적 화자의 "옆구리를 톡톡 쏘아"와도 "토마토는 "클린 한 번에" 다가온 향과 맛으로 시적화자를 매혹시킨다. 접시 위의 토마토는 매일의 성찬이자 우주의 의식이다. 해를 먹는다는 의식은 삶을 영위해나가는 우리의 공통된 의식이다. 우리는 해가 만들어낸 작물을 먹고 살아간다. 해는 전통적으로 붉은 색으로 표현된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밭에서 들에서 작물을 자라게 하고 열매를 익어가게 한다. 풍성한 과일과 채소를 우리가 여름에 즐길 수 있는 것도 다 태양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 태양은 지구의 공전운동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주의 절기를 느끼면서 푸른 하늘안에서 자라나는 토마토! "빛난다는 언어가 가장 어울리는 음식"이다. 이것을 강조하기 위해 4연을 (의미적으로) 언어적 도치로 풀어낸 것이 돋보인다.
새빨간 토마토는 붉게 빛나는 태양을 연상케 한다
나의 태양은 언제나 새빨간 토마토가 잠식한채
빛난다는 언어가 가장 어울리는 음식은 단연코 토마토일 것
새빨간 토마토로 빛나는 태양을 연상하고 시적 화자의 태양은 다시 새빨간 토마토에 의해 잠식되고... 이렇게 되면서 새빨간 토마토와 태양이 서로 같은 등가물이 된다. 그래서 "빛난다는 언어가 가장 어울리는 음식"은 토마토가 되는 것이다.
태양으로 정의된 토마토는 1연과 5연의 의미적 수미상관에 의해 와인과 다시 등가물이 된다. 그래서 싱싱한 토마토의 맛은 숙성된 와인의 맛과 등가물이 된다. 신성함과 숙성함이 공존하는 토마토가 되는 것이다. 토마토는 1년생이지만 와인과 등가물이 되면서 토마토의 이미지가 포도가 여름마다 열매를 맺는 주기성과 결합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여름 제철 음식으로써의 토마토는 일 년마다 무한회귀될 수 있다. 그리고 일 년 일 년은 시적 화자를 성장시키는 시간의 단위이기도 하다. 이 얼마나 신선하면서 철학적인 사고인가!
물론 종교적으로도 태양을 숭배하던 전통과도 연결지을 수 있어 이 시의 또 다른 해석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래서 시적 화자의 태양을 먹는 의식은 사실 매일을 살아가고 생명체에게 생명을 주는 성천의 의식으로도 해석이 되기도 한다.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여름과 토마토의 조화로움"이라는 시는 짧지만 강한 임팩트로 우리에게 남는다.
#차정은시인 #토마토컵라면 #여름과토마토의조화로움 #시해석 #감각과이성의결합 #감각과영원의결합 #다의적해석가능한시 #토마토는태양 #토마토는와인 #무한회귀 #토마토는일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