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은 시인의 "한입 가득 비누방울에서 느끼는 립밤 맛

사랑의 맛

by 박바로가

지구에서 태어난 너와 나

기포가 다 가시지 않은 음료수의 탄산

하늘 높이 솟아올라 거품이 되었고


네가 터트린 비눗방울 위에 떠도는 나의 비눗방울

터지지 않게 입을 맞춘다


손등에 남은 키스 향에 기름진 립밤을 문대는 행위


비눗방울에서 기름진 맛이 난다

어쩌면 독성이 있을지 몰라


톡 쏘는 기쁨을 나누어 마시자


탄산을 좋아하는 이유가 거품 때문이라며

보글보글거리는 모습이 꼭 비눗방울 같아서


단 하나밖에 없는 무지개 구슬을 사랑할 수밖에


크게 한입 먹어보자

거품의 인사를 바라면 안 돼


동화 속에 잠길 수 있을까


모두가 사랑하는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을까


너와 나눠 마신 비눗방울에서는 립밤 맛이 난다


"한입 가득 비눗방울에서 느끼는 립밤 맛"이라는 제목이 참 독특하다. 비눗방울이 무엇일까 찾아보면 탄산 음료수라는 것을 알게 되고 립밤 맛을 왜 느낄까 하고 궁금증을 따라가 보면 "너와 나눠 마신 비눗방울에서는 립밤 맛이 난다"라는 마지막 시행이 나타난다. 탄산 음료는 너와 내가 이어지게 해주는 매개체이고 립밤은 서로의 다른 경험을 같은 것으로 만들어주는 향이다. 그런데 탄산인 "비눗방울"에서 기름진 맛이 나기때문에 "어쩌면 독성이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를 하는 것을 보면 사랑이 오로지 단맛으로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지구에서 태어났다는 공동의 경험, 탄산을 함께 마시는 행위, 탄산 음료수가 담긴 플라스틱의 윗부분에 묻은 립밤의 향을 맡는 행위가 나와 너라는 서로 다른 존재를 가깝게 하는 행위이다. 물론 립밤에 대한 "독성"을 걱정하지만 어떻게 하면 이 사랑이 "동화 속에 잠길 수 있을까"하는 예쁜 소망을 품어보기도 하는 시적 화자는 지금 사랑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모두가 사랑하는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을까"라고 하는 대목에서는 자신이 하는 예쁘고 귀여운 사랑처럼 지구상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동화같은 사랑이야기에 빠져 세상이 "단 하나밖에 없는 무지개 구술"처럼 보이게 되길 바라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만 보이는 것처럼 시적 화자에게는 "사랑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크게 한입" 탄산 음료를 너와 함께 마시는 행위가 단순하지만 탄산의 "톡 쏘는 기쁨"과 립밤의 "거품의 인사"가 되지 않게 하는 향을 지닌 기름진 맛으로 이 행위가 특별해진다. 특히 "거품의 인사"는 동화책 인어공주를 염두해둔 말 같다. 인어공주는 왕자와의 사랑을 통해 영혼을 얻고자 했으나, 왕자의 무심함과 무지로 희생되었다. 그렇기에, 시적화자가 꿈꾸는 사랑은 "네가 터트린 비눗방울 위에 떠도는 나의 비눗방울 터지지 않게 입을 맞춘다"의 2연의 문장처럼 조심스럽지만 서로의 비밀이 공유되며 섬세하게 연결된 것일지 모른다. 자칫 조금만 방심하면 예쁜 사랑이 다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는 섬세함과 탄산음료수의 기포 하나라도 터트리지 않게 반응하는 예민함은 사랑하는 상대를 배려하는 최고의 덕목처럼 비춰진다.

탄산을 비눗방울, 거품으로 확장하면서 시각적, 미각적, 후각적 이미지를 강화시킨다. 또한 원시 대기(이산화탄소, 메탄, 암모니아, 수소, 수증기) 속에 있었을 이산화탄소와 수증기의 결합인 탄산의 이미지까지 겹쳐져 시적 화자의 사랑이 인간인 이상, 생물인 이상 가장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것이라는 암시까지 하고 있다. 특히 원시대기 속에 없었던 산소, 불 붙는 행위로서의 산소는 지양되고 탄산이라는 청량감으로 기존의 사랑의 개념을 뒤엎기까지 한다.

그래서 차정은 시인의 탄산, 비눗방울, 거품, 무지개구슬은 기존의 사랑개념을 청량감 있고 서늘한 감촉까지로 확장시킨다. 산소는 금방 대상을 활활 태우다가도 더 이상 태울 만한 것이 없으면 쉽게 꺼져버리는 성질을 가진다. 산소로 대비되는 뜨거움에 대한 기존 개념은 "잠길 수 있을까", "푹 빠질 수 있을까"라는 물을 떠올리게 하는 말들로 정제되면서 침잠하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여기에 탄산이라는 요소를 가미하여 언제든지 위로 다시 떠오르는 이미지를 넣었다. 특히 탄산이 올라오는 장면이 햇빛을 받아 무지개를 만드는 것을 착안해 탄산을 무지개 구슬이라고 표현한 것은 참으로 참신하다.

"톡 쏘는 기쁨"도 "단 하나밖에 없는 무지개 구슬을 사랑할수밖에" 없는 것도 시적 화자가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만난 탄산처럼 자신과 다른 대상을 같은 음료수를 서로 나눠 마시면서, 둘 중 누군가가 바른 립밤을 음료수 윗부분에서 그 "기름진" 향을 공유하는 경험이 사랑의 맛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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