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긴 여정은 집이 있어 더 값지다
아름다운 긴 여정은 집이 있어 더 값지다
밴쿠버까지 편서풍을 타고 날아가 단숨에 도착한 것 같았다. 사실 거의 10시간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중간중간 케이터링 서비스와 음료 서비스를 받다 보니 어느새 밴쿠버였다. 밴쿠버는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국제도시이다. 돌아다녀 볼만한 도시이건만 나는 여기는 잠시 숨을 고르고 스미더스행 비행기를 기다렸다.
16:30분 비행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름철에 여행이나 가족방문을 하려고 움직이는 인파 속에서 홀로 있던 나는 이질감을 느꼈다. 며칠 전 먼저 고향으로 출발한 남편을 따라 이동하던 터라 평소 익숙했던 캐나다도 낯설게 느껴졌다.
드디어 탑승 시간이 되어 탄 비행기는 몹시 좁았다. 간신히 자리에 앉아 이륙을 기다렸다. 어렵지 않게 비행기의 활공이 시작되었고 나는 오랜만에, 거의 20년 만에 캐나다의 만년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처음 만년설을 봤던 감동은 다시 지금과 겹쳐져서 더 크게 요동쳤다. 며칠 전 같은 행로로 지나갔던 남편은 더욱 더 그랬으리라.
눈이 아름답게 수놓아진 산들, 에메랄드 청록색 감도는 강들, 푸르게 번져 들어가는 들판, 심지어 비행기를 수 백번 삼켰다 토해냈다 하는 토파즈 색 하늘과 새하얀 요거트 샤베트 같은 구름까지 내 눈에 꼬옥 들어와 별처럼 박혀 들어와 내 마음에 눌러앉았다.
어느새 1시간 40분만에 도착한 스미더스 공항엔 시누이, 시아버님, 남편이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캐나다는 여름휴가기간과 8월 3일 가족의 날을 맞이하여 여행객들이 많은 시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시누이도 역시 날 만난 날 자신의 가족들과 다른 곳에 여행을 가는 찰나였다. 시아버님은 이미 집근처 캠핑장에서 머무르고 계셨고 시댁 집을 남편과 내게 맡기고 자유롭게 쓰게 해주셨다.
스미더스에 머무는 10일 동안, 일반 낚시와 수상 낚시를 다 해보게 되었다. 일반 낚시의 낚시법이 한국과는 사뭇 달랐다. 강의 흐름이 자주 바뀌어서 자주 낚시줄을 당겼다 다시 넣었다를 반복하는 낚시를 했다. 수상 낚시는 보트에 장착된 모니터로 물고기가 있는 수심의 위치를 보여주는 최신식 낚시였다. 우연히 따라간 수상 낚시에서 대머리 독수리의 두 마리 새끼를 보게 되어 더욱 좋았다. 수상 낚시를 권해준 부부는 캠핑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부부였는데 내가 캐나다 생태에 관심 있어 하니까 친절하게 여러 가지 동물 사진과 동영상도 공유해주었다.
시아버지댁에는 작은 정원에 스윗피, 토마토, 방울토마토, 샐러리, 양파, 쪽파, 콜라비, 한련초, 루바브와 같은 다양한 식물들이 있었다. 아침과 점심은 시댁 집에서 우리끼리 준비해서 먹고 점심이후 만나서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 관심사 이야기, 정치 이야기, 가벼운 농담과 위트가 넘치는 말들로 끊임없이 웃고 담소를 나눴다. 그리고 저녁을 같이 나누고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에 감사했다.
나는 틈틈이 동식물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랬더니 시아버님이 사이드 바이 사이드라는 차를 타라고 하시고 근처 산을 같이 돌아다 봐주셨다. 아르니카(국화꽃과 식물), 벌개미취, 양미역취, 국수나무, 라즈베리, 씸버베리(팀버베리), 사스카툰(베리종류), 허클베리 등 다양한 수종을 보았다. 그곳에는 나무의 천국이라서 하늘소의 천국이었고 그 외 다양한 곤충도 많이 있었다. 꽃 사이를 바쁘게 날아다니는 남방 노랑나비와 같은 유사한 노랑나비류와 산네발나비, 프리틸러리 나비 등도 있었다.
또한 아침에 시댁집에 놀러오는 다양한 동물들도 있었다. 버드피더(새먹이통)에 해바라기씨를 넣어주기 때문에 아침이면 다양한 새들이 찾아와서 분주하게 먹이를 먹었다. 씨앗을 좋아하는 다람쥐도 어느새인가 같이 와서 먹기도 했다. 아침이나 저녁마다 아래 강 쪽 멀리서 아비(오리과 새)의 우는 소리가 들리도 했다. 가끔 집을 나서다 보면 토끼도 사슴도 눈에 띄었다. 현지인의 말들에 의하면, 어떤 경우에는 곰도 온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집은 집 뒤뜰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기가 어렵다고도 한다. 이런 말들에서 문화차이와 자연차이가 느껴졌다. 앞문이나 뒷문을 열면 나타나는 야생동물이라니...
사실 캐나다 스미더스와 번즈레이크에 도착해서 만난 식구만큼이나 그곳의 동식물들은 참 좋았다. 내가 자연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그곳의 생태가 참으로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더 다양하고 생기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일단 사람들이 집을 지으면 그곳에 자주 들르던 동물들은 사람들의 냉대와 홀대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이제 사람의 집이니 그곳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았던 동물은 반갑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부터 사람과 동물의 전쟁이 시작된다.
이런 부분이 조금 동물입장에서는 가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비행기장으로 알을 낳으러 온 바다거북이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예전에 백사장이었던 그곳은 바다거북이에게는 알을 낳는 장소였다. 하지만 인간이 그곳을 비행기 활주로로 만들었다. 그걸 인지를 못했는지 그 거북이는 활주로에 알을 낳고 바다로 돌아가버렸다. 바다 거북이가 바보인가? 아니면 거북이의 알낳는 장소를 활주로로만든 인간이 욕심이 많은 건가?
아름다운 번즈레이크와 스미더스의 자연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 불편한 사실은 비단 이곳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여러 곳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어디든지 쉽지 않은 것이다. 인간도 동물 중 하나이다. 인간역시 지구상에 살기에 영역에 대한 집착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종보다 더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우리의 편리를 위해서 너무 많이 그들을 희생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잠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영역의 문제는 그리 쉽게 해결되지 않겠지만 아바타에서처럼 광물을 채취하기 위해 “영혼의 나무”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일이 계속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며칠간 더 번즈레이크와 스미더스의 동식물을 살펴 보았다. 특히 스미더스의 관광객 센터에 지역의 동식물을 50종씩 담은 책자를 보고 마음이 뛰었다. 동물과의 영역다툼의 와중에도 누군가가 동식물을 기록하고 그들의 생태적 특징을 쓴 것은 참으로 놀라웠다. 누군가 이렇게까지 들여다보고 세세히 기록했다는 것이 그랬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사는 익산과 전라북도에도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책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도 동식물 자원이 있으니 각 지역에 사는 동식물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자료를 모아 우리만의 책을 만들어내면 좋을 것 같았다.
여쨌든 가족도 만나고 자연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캐나다 여행으로 마음도 몸도 편했다. 그리고 여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왔던 길을 다시 한번 훑어보는 시간... 여행으로 내 자신을 객관화하고 다른 곳에서의 가치를 염탐(?)했던 시간은 이제 집으로 간다는 기쁨으로 들뜨고 행복했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과 정신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한국의 하늘이 다시 나를 맞아주었고 다시 한국에서의 삶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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