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여정 – 그림자의 계곡과 침묵의 왕
〈네 번째 여정 – 그림자의 계곡과 침묵의 왕〉
계곡의 문턱
얼음의 성채를 떠난 지 이틀째, 리아와 카일은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발아래는 여전히 얼어붙은 땅이었지만, 하늘빛이 점점 탁해지고, 바람 속에서 이상한 냄새가 섞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타는 냄새도, 썩는 냄새도 아니었지만, 오래된 무덤 속 공기처럼 축축하고 무거웠다.
낮인데도 태양은 희미한 회색 구름 뒤에 숨어 있었고, 빛이 땅에 닿자마자 힘을 잃는 듯 보였다. 리아는 주변을 살폈다. 나무들이 있었지만, 모두 가지가 비틀려 있었다. 잎은 말라붙어 종이처럼 부서졌고, 껍질에는 검은 이끼가 기생하듯 덮여 있었다.
“여기가… 그림자의 계곡이야?”
리아가 조심스레 묻자, 카일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여기서는 소리조차 길을 잃는다.”
소리를 삼키는 골짜기
더 안쪽으로 들어서자, 바람소리마저 사라졌다. 발밑의 자갈을 밟는 소리가 묘하게 둔탁해지고, 그 울림이 금세 공기 속에 흡수되어 버렸다.
리아는 자기 숨소리조차 똑똑히 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불안해졌다. 심장이 뛰는 소리만이 가슴 안에서 진동처럼 퍼졌다.
계곡 양쪽 벽은 어둡고 매끄러운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표면에 흐르는 물줄기 하나 없이 건조했다. 하지만 그 돌에는 길게 찢긴 듯한 균열이 있었고, 그 틈 속에서 희미한 보랏빛이 새어 나왔다. 그 빛은 불빛처럼 따뜻하지 않고, 오히려 서늘하고 끈적하게 피부에 달라붙는 듯했다.
리아가 손끝으로 그 빛을 스치려 하자, 카일이 날카롭게 손을 붙잡았다.
“만지지 마. 저건 그림자의 숨결이야. 손끝부터 영혼까지 스며든다.”
그림자의 군단
계곡이 좁아지면서, 바위 위에 흐릿한 형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람의 그림자 같기도, 짐승의 그림자 같기도 했지만, 실체가 없었다. 몸선은 바람에 따라 일그러지고, 눈동자 대신 두 개의 검은 공허만이 번뜩였다.
그림자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마치 얼음물 속으로 가라앉는 듯 폐가 조여왔다.
리아는 무의식적으로 불의 심장을 움켜쥐었지만, 심장의 열기가 이곳에서는 너무 약하게 느껴졌다. 불빛이 나오긴 했지만, 그림자들은 오히려 그 빛을 빨아들이듯 삼켰다.
“이곳에선 불과 얼음, 둘 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 카일이 낮게 말했다.
“그럼 뭘로 막지?” 리아가 묻자,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한 마디로 답했다.
“빛.”
침묵의 왕
계곡이 끝나는 지점에서, 리아는 거대한 원형 공간을 보았다. 그 중앙에는 검은 옥좌가 있었고, 그 위에 ‘왕’이라 불리기에 손색없는 거대한 존재가 앉아 있었다.
그는 사람의 형태였지만, 몸 전체가 완벽한 그림자였다. 외곽선만 희미하게 은빛으로 윤곽을 이루었고, 얼굴은 구별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선을 맞추는 순간, 눈을 뜬 듯한 착각이 들었고, 그 시선이 뼛속 깊이 파고들었다.
침묵의 왕은 한동안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다, 입 모양만을 움직였다.
목소리는 없었지만, 그 의미가 그대로 머릿속으로 울려 퍼졌다.
―네가 빛을 찾을 수 있다면, 심장을 가져가라. 그렇지 못하면, 너의 그림자가 네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빛의 시험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리아는 자신의 몸마저 실루엣만 남은 듯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발밑도, 손끝도, 심지어 카일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때 머릿속에서 속삭임이 들렸다.
“포기해. 여기서 너는 사라질 거야.”
그 속삭임은 자신의 목소리 같기도, 전혀 모르는 이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리아는 온몸이 떨렸지만, 가슴 안에서 희미하게 맥박치는 두 심장을 느꼈다. 불의 심장은 뜨겁게, 얼음의 심장은 차갑게. 그 둘의 리듬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그녀의 손에서 미세한 빛이 피어올랐다.
그 빛은 처음엔 조심스러운 촛불 같았으나, 곧 차가운 얼음의 푸른빛과 불의 붉은빛이 서로를 감싸며 커졌다. 어둠이 빛을 삼키려 들었지만, 두 심장의 힘이 합쳐진 빛은 부서지지 않았다.
그림자의 해방
빛이 왕에게 닿자, 그의 몸을 이루던 어둠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그림자 속에서 오래 갇혀 있던 듯한 얼굴이 드러났고, 눈동자에는 안도와 슬픔이 섞여 있었다.
“오래전, 나는 스스로 어둠이 되었다.” 그의 목소리가 이제는 공기 속으로 흘렀다.
“하지만 네 빛이 나를 깨웠다. 이 심장은 너의 것이지만, 잊지 마라. 그림자 역시 세상의 일부라는 것을.”
그는 손을 들어 리아에게 작은 흑수정 심장을 건넸다. 그 심장은 어둡지만, 깊은 곳에서 은빛이 반짝였다.
계곡을 나서며
계곡 밖으로 나오자, 빛이 다시 따스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리아는 손에 쥔 흑수정 심장의 무게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카일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세 개의 심장… 이제 남은 건 마지막 하나다.”
멀리서 천둥소리와 함께 붉은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떨어졌다.
리아는 알 수 없는 예감에, 무심코 가방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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