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도 순서가 있듯, 감정에도 순서가 있어야 한다.
모든 일에는 정해진 순서가 존재한다.
그 순서를 벗어나게 되면,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것처럼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순서에 따라 진행되어야 하는 일이라면 당연하다.
다양한 업무가 진행되어야 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존재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시스템'이다. 규칙을 정하고 정해진 일들이 착오 없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마련된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자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게 된다. 새로운 방식이 더 좋아도 말이다.
이런 순서는 비단 어떤 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겪는 모든 일상과 감정, 경험에도 정해진 순서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자유로움'과는 사뭇 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보인다. 자유롭다는 것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지금 '순서'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다. 서로 간에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런 모습을 우리는 '삶'이라고 부른다. 개인의 삶 속에서 '자유'는 결국, 어항 속에서 활보하는 물고기의 자유와 비슷하다. 어항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충분히 자유로울 수 있다.
속이 꽉 찬, '답답함'이라는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당한 쏟아내기가 필수이다. 어떻게 쏟아낼 수 있을까. 그것은 '자유'이다. 우리가 속해있는 어항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을 지키며 자유롭게 답답한 응어리를 쏟아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그 방법도 개인의 '자유'이다.
답답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은 그것이 나를 괴롭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답답한 감정이 나를 즐겁고 유쾌하게 만들어준다면, 과연 벗어나려 하는 사람이 있을까. 오히려 찾아다닐지도 모른다. 조심해야 한다. 답답함을 즐기고 있다면 말이다.
속을 채우고 있던 답답한 응어리를 쏟아 내고 나면, 속 시원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그 후 따라오는 감정이 있는데, 바로 '여유'이다. 여유(餘裕)란, '성급하게 굴지 않고 사리 판단을 너그럽게 하는 마음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사람이 너그러워지는 모습이다. 타인 혹은 상황이 주는 자극으로부터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차분히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모습이다. 참 평온한 상태이다.
누구나 마음의 평온한 상태를 원할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다양한 자극들이 짧은 시간 내에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조금은 짜증이 날 수 있다. 유쾌하지 않은 자극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되고, 숨겨뒀던 까칠하고 예민한 마음이 고개를 들지도 모른다. 이런 모습은 상대도 좋지 않지만, 자신에게도 썩 기분 좋은 것은 아니다. 기분 좋지 않은 상태보다는 기분 좋은 상태를 원한다. 나는 마음의 '평온(平穩)'을 원한다.
내가 찾는 마음의 평온에는 순서가 존재한다.
바로, '쏟아내기'이다.
불현듯 떠오르는 한 이야기가 있다. 정확하게 어디서 들었는지, 혹은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내용은 이렇다.
한 교수가 수업을 시작하기 전 컵과 자갈, 모래, 돌멩 이등의 물질을 가지고 등장한다. 학생들은 의아했을 것이다. 교수는 돌멩이를 넣고 질문한다.
"컵이 가득 찼나요?"
"아니오."
교수는 다시 자갈을 넣는다. 그리고 질문을 반복한다. 당연히 학생들의 답은 똑같다. 이번에는 모래를 넣고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여기서 조금 의아하다. 누군가에게는 가득 채워진 듯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답의 비율은 갈린다. 교수는 웃으면서 옆에 있던 커피를 붓는다. 컵이 가득 찼다고 대답한 학생들은 놀랐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수는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꽤나 유명한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정확한 출처가 기억나지 않아 안타깝다. 만약, 우연히 이 글을 보신 분께서 이 이야기의 출처를 알고 있다면 우매한 나를 위해 알려주면 진정 감사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무형의 감정들은 개인마다 정해진 총량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바다와 같이 넓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시냇가 같은 정도일 수 있다. 총량이 가득 찬 가슴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순서대로 비워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마음의 평온을 찾아 새로움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버림'보다는 '채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채움이란 부족한 것을 모아둔다는 의미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채움은 긍정적이고, 버림은 부정적인 란 인식이 작용해 서일 지도 모른다.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쌓여있는 케케묵은 감정을 버리지 않는다면 '삶'에 너무 무뎌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매일이 새롭다면 인생이 지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매일 적당한 순서대로 생각을 쏟아낸다면 조금은 더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