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 시민기자로 2년 반, 상까지 받을 줄 몰랐다

일상이 기사가 되었던 2년 반, 70대 80대까지 기사 쓰며 사는 게 꿈

by 유미래
'뉴스 게릴라상' 상패와 꽃다발

2026년 2월 26일은 퇴직 후 나에게 가장 기쁜 날이었다. 이날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2025년 하반기 올해의 뉴스게릴라 시상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다. 특별한 기사도 아니었고 그냥 일상생활에서 있었던 일을 '사는 이야기'에 꾸준하게 기사로 송고하였는데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다.


나는 퇴직 후 글 쓰는 사람으로 살며 2023년 8월 중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었다. 첫 기사 송고할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럽다. 기사 쓰기에 대한 정보 없이 시작한 시민기자 활동은 송고한 기사마다 '생나무'(오마이뉴스에서 채택되지 않은 기사를 이르는 말) 기사가 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쓰다 보니 9월 중순에 첫 기사가 채택되는 영광을 얻었다. 그때부터 꾸준하게 기사 쓴 결과 시민기자 2년 반 동안 230편이 넘는 기사가 채택되었다. 매주 한두 편씩 기사를 쓴 셈이다.


은퇴 후 시민기자로 제2 인생 시작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면서 퇴직 후 일상이 지루하지 않고 매일매일이 행복했다. 모임에 다녀와도, 요리를 해도, 여행을 다녀와도, 책을 읽어도 모든 일상이 기사가 되니, 늘 내일이 기대되었다. 남편이 은퇴하고 우울해해서 <일벌레 남편의 슬기로운 은퇴 생활> 연재 기사를 쓰니 남편이 회복되었고, 힘들다는 황혼 육아도 <주말마다 쌍둥이 손자 육아하는 할머니> 연재 기사를 쓰다 보니 주말에 올 쌍둥이 손자가 기다려졌다.

시민기자 2년 반 동안 230편이 넘는 기사를 쓴 내가 자랑스럽고, 늘 기사를 읽으며 오자를 발견해 주고 기사에 넣을 사진을 찍어 준 남편이 고맙다. 이제 오마이뉴스는 내 삶 자체가 되었다. 60대 후반으로 가고 있는 내가 70대, 80대에도 세상 이야기를 기사로 쓰며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 요즘 나의 꿈이 되었다.


참 편안하고 따뜻한 시상식


내가 '뉴스 게릴라상 수상자'라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하지만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아는 '뉴스 게릴라상'은 특별한 기사를 쓰는 시민기자들이 받는 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수상자로 선정되며 나처럼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평범한 이야기를 기사로 쓰고 있는 기자도 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시민기자에게 희망이 될 거란 생각에 더 뿌듯했다.


설 연휴 전, 시상식이 많이 남았지만 그날 입고 갈 옷을 챙기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으며 시상식 날을 기다렸다.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이 있다. 호사다마는 '한 가지 좋은 일이 시작되면 그 뒤에 흔히 방해가 생긴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시상식을 앞두고 설 연휴에 넘어지면서 얼굴을 많이 다치고 이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니 이 말이 생각났다.


하지만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라 '호사다마'라는 말보다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거로 생각하기로 했다. 전화위복은 "화가 바뀌어 복이 된다."라는 뜻으로 앞으로 일상생활에서 조심하면 더 큰 사고를 막아줄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큰 사고였으나 뼈가 부러지지 않아서 마스크를 쓰고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다친 것보다는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다는 사실 한 가지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시상식 장소인 <오마이뉴스> 서교동 마당집은 가정집 같은 분위기였다. 남편과 내가 가장 먼저 도착하니 편집 기자님이 반갑게 맞아 주셨다. 편집 기자님께 기사 쓰며 늘 도움을 받고 있고, '6070 글쓰기' 그룹 기사를 쓰며 만난 적이 있었기에 정말 반가웠다. 시상식장은 가정집 거실 같은 곳이었고, 시상식 전에 오마이뉴스 직원분들이 '웰컴차'라며 음료수를 권하며 내가 썼던 기사 이야기를 해 주셔서 긴장되었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이번 시상식에는 아홉 명의 시민기자와 특별상으로 공동 연재 기사 쓰는 한 팀이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시상식에 참석해 보니 한 분 한 분이 정말 특별한 분이셨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 이야기를 연재 기사로 쓰는 김민석 기자님, '112 순찰차' 이야기를 연재 기사로 쓰는 경찰관 박승일 기자님, 직업 교육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기사로 써 온 오성훈 기자님 등 다 언급할 수 없지만, 오늘 수상하신 기자님 모두 내가 따라갈 수 없는 훌륭한 시민기자셨다. 이렇게 훌륭한 기자님들 속에 평범한 내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자부심도 느껴졌다.


오연호 대표 기자님께서 상패와 꽃다발을 전해 주셨다
상패 수여 후에 기넘 촬영도 하였다


다음은 내 상패에 있는 문구다. '시니어 세대의 존재감을 당당하게 드러냈습니다.'라는 문구 앞에서 내가 시니어 시민기자분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 같아서 더 뿌듯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유영숙 기자

당신의 기사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시리즈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와 '은퇴 부부의 삶'은 개인의 일상을 '우리들의 이야기'로 다시 보여주었습니다.

매서운 관찰력과 두려움 없는 도전으로 시니어 세대의 존재감을 당당히 드러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당신을 2025년 하반기
올해의 뉴스게릴라로 선정합니다.

2026년 2월 26일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오연호


오연호 대표님께 상패와 꽃다발을 받고 함께 참석한 남편과도 기념 촬영을 하였다. 지금까지 다양한 시상식에 참석하였지만, 오늘 시상식은 그 어느 시상식보다 편안하고 따뜻했다. 시상식 후에 소감 발표 시간이 있었는데도 가족이나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듯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다른 수상자분들도 정말 편해 보였다. 한 마디로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2년 반 동안 기사 쓰며 오마이뉴스 기사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읽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회수 50만이 넘는 기사도 있었고, 좋은 일도 많았다. TBN 교통방송과 한 인터뷰가 방송을 탔고, 구피 키우는 기사는 <샘터>에 인터뷰 기사로 실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 외에도 지상파 TV 한 곳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종편 TV 방송 두 군데 작가 하고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정상 방송 출연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오마이뉴스 '뉴스 게릴라상'은 상금도 있어서 이번 사고로 치료해야 할 치아 치료비에도 큰 도움이 될 거다. 이제 시민기자 2년 반이지만, 건강 관리 잘해서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도 기사 쓰며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수상해주신 오마이뉴스도, 그동안 내 기사 읽어주신 독자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시상식 관련 기사


https://omn.kr/2h0sy

https://omn.kr/2h6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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