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5일, 은퇴 부부 통장에 행복 보너스가 찍힙니다

퇴직 시니어의 역량을 사회에 환원하는 노인일자리 사업

by 유미래

요즘 나는 매달 5일이 되면 가슴이 설렌다. 매달 5일은 노인일자리 급여가 입금되기 때문이다. 2월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근 하였다. 첫 급여는 2월 5일에 받았지만, 오일 치 급여였고 정상적인 첫 급여는 3월 5일에 받았다.


매월 25일에는 연금이 입금되는데 1년 동안 늘 정해진 금액이라 매달 5일에 받는 노인 일자리 급여는 열심히 일해서 받는 '행복 보너스' 같아서 정말 기쁘다. 3월 5일에 정확하게 급여가 입금되었다. 정식으로 받는 첫 급여라서 그동안 내가 사고로 손목이 조금 불편하여 남편이 설거지도 해주고 힘든 일을 도와주어 30만 원을 찾아서 남편에게 용돈으로 주었다. 역시 남편도 오랜만에 보너스 받은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노인복지관에 노인 일자리를 신청했다. 우리 동네 노인복지관에서 신청이 가능한 노인 일자리는 두 가지가 있었다. 지역 거주자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가 신청할 수 있는 노인 일자리와 만 60세가 넘은 노인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사회활동 지원 사업 일자리로 나누어진다. 내가 신청한 것은 후자로 공공기관(초등학교, 돌봄 센터, 도서관 등)에서 어린이들에게 우리나라 전통 놀이를 지도하는 일이다. 1월 초에 합격했다는 연락받고 올 한 해가 보람 있는 일로 채워질 것 같아서 기대되었다.


1월에는 5일 정도 나가서 노인 일자리에 대한 여러 가지 교육을 받았고, 2월부터 전통 놀이 지도에 대한 실제적인 교육이 시작되었다. 내가 다니는 노인 복지관 전통 놀이 지도는 11명으로 조장 한 명과 A조 다섯 명, B조 다섯 명씩 조를 나누었다. 나를 제외한 열 분은 모두 70대다. 생각보다 나이가 많으신데 모두 건강하고 열정도 많으셨다.


처음 한 일은 수업 계획안을 팀별로 작성하는 것이었다(참고기사: ). 첫날에는 '팽이 놀이'와 '제기놀이'에 대한 수업 계획안을 작성했고, 두 번째 날에는 '공기놀이'와 '꼬마연 놀이'에 대한 수업 계획안을 작성했다. B조는 다른 놀이 수업 계획안을 작성했다.


손글씨로 쓴 수업 계획안은 담당 사회 복지사가 한글 문서로 작성해서 나눠주었는데 A조와 B조가 짠 것을 서로 바꾸어 보며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며 완성하였다. 내가 누군가. 시민 기자로 늘 기사 쓰며 맞춤법 검사를 밥 먹듯이 하기에 오자도 잡아내고 이상한 문장도 잡아내려고 철저하게 검토하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틀린 부분은 많지 않았다. 전통 놀이 선배님들의 다년간의 경험에서 나온 수업안이라 거의 완벽한 수업 계획안이었다.


전통 놀이도구 만들며 아이처럼 즐거운 노인들


2월에 한 전통 놀이 수업 연수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역시 전통 놀이도구 만들기였다. 연날리기를 교실에서 어떻게 지도할까 궁금했는데 다 방법이 있었다. 나는 올해 처음으로 참여하기에 선배 선생님들께 하나하나 배우며 놀이도구를 만들었다. 놀이도구를 만드니 전통 놀이 지도하는 것이 기대되었다.


신문지로 만드는 변신 모자

가장 처음 만든 것은 변신 모자였다. 신문지 반장으로 모자를 접는 건데, 모자 하나가 도령 모자, 교황 모자, 도깨비 모자, 세프 모자, 해군 모자, 학사모 등으로 변신하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전통 놀이지도 선생님들과 변신 모자를 만들어 쓰고 서로 사진 찍어주며 아이가 된 듯 즐거웠다. 학생들과 모자 만들어 쓰고 역할 놀이도 할 예정이라 전통 놀이수업이 기대되었다.


내가 만든 민속놀이 도구

다음으로는 양말목으로 제기를 만들고, 죽방울 놀이, 팽이, 꼬마연, 딱지, 신문지 투호, 비석치기 등을 만들었다. 어릴 때 딱지도 많이 접었는데 기본 딱지 외에 바람개비 딱지, 합체 딱지(딱지 두 개를 앞 위로 연결해서 만든 딱지) 등도 있었다. 전통놀이 도구를 만들며 어릴 때 동네에서 친구들과 놀던 이야기 하며 웃음꽃이 피었다. 선생님들이 모두 아이가 된 듯 추억을 소환하며 들떴다.


옛날에는 동네에서 친구들과 여자들은 공기놀이와 고무줄놀이를, 남자들은 제기차기와 딱지치기 등을 하며 놀았기에 요즘 아이들에게 어릴 적에 했던 전통 놀이를 알려준다는 생각에 모두 수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행복했다. 오랜만에 공기놀이를 해 보았는데 어릴 적 실력은 어디 갔는지 마음대로 안 되었다. 수업에 참여하기 전에 열심히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전통 놀이 실습하며 동심으로 돌아간 노인들


실내에서 하는 땅따먹기 놀이

"선생님, 땅따먹기도 실내에서 하나요?"

"그럼요, 다 방법이 있습니다."


"그럼, 연날리기도 실내에서 가능하군요?"

"저희가 전통 놀이 수업하면서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러셨군요. 어떻게 할지 기대됩니다."


땅따먹기는 어릴 때는 땅바닥에 금을 그려서 작은 돌로 놀이 하였는데 실내에서 하는 거라 위험하지 않게 색종이로 작은 공을 만들어서 하였다. 모조지 전지에 자기 집을 색연필로 그리고 이름을 써서 시작한다. 만든 색종이 공을 튕겨서 세 번에 자기 집으로 들어오면 내 땅이 되고 내가 다른 사람의 땅도 뺏을 수 있다.


실제로 해 보며 땅을 빼앗길 때마다 아쉬워 "안돼!"를 연발했다. 실제 교실에서 수업하다 보면 울거나 삐지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그땐 잘 달래주며 싸우지 않게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전통 놀이 수업에 교사 출신이 많은 이유 같다. 어릴 때 땅에다 땅따먹기를 그려서 놀던 그때가 생각났다. 나도 지면 못 사는 성격이라 집중해서 돌을 튕겨 땅을 많이 차지했던 것 같다.


다양한 꼬마연

다음은 궁금했던 실내 연날리기다. 연은 우리가 상상하는 야외에서 날리는 큰 연이 아니었다. 꼬마연이어서 연에 굵은 빨대를 고정해서 붙이고 입구를 테이프로 막아서 바람이 새지 않게 한다. 큰 빨대 안에 작은 빨대를 넣어 입으로 불어서 멀리 날아가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이 놀이도 정말 재미있었다. 놀이하며 우리가 60, 70대 노인이 아닌 열 살 초등학생 같았다.


3월엔, 현장으로 나갑니다


3월에는 5~6세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 센터와 초등학교 두 곳이 정해졌다. 하루에 조별로 한두 반 들어가 지도할 예정이다. 한 학교는 네 반이고, 다른 학교는 신도시 학교로 한 학년이 11개 반이나 있다. 신도시 학교는 쌍둥이 손자가 다니는 학교로 학년은 달라서 마주치지는 않을 것 같다. 생각하면 기대되기도 하고 가슴도 설렌다. 물론 처음이라 '잘할 수 있을까?', '실수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된다.


이제 수업 준비는 거의 끝났다. 학교에 나가려면 요즘 '성범죄 경력 및 아동학대 범죄 전력 조회'는 기본이다. 초등학교에 시간 강사로 나갈 때는 학교에서 조회해 주었는데 인원이 많아서인지 개인이 고유한 '기관 코드와 검증 번호'등을 입력하여 직접 인터넷으로 조회해서 출력해서 제출해야 한다.


이것 외에도 2월부터 '개인정보 보호교육', '아동학대교육 및 신고의무자 교육', '직장 내 성희롱 교육'을 비롯해서 '산업 안전교육', '직장 내 장애인 교육', '소통 대화법' 등 현직에 있을 때 매년 받은 교육을 두 달에 걸쳐 다 받았다. 그만큼 학교에서 학생들 지도하는 것은 제약도 많고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랍에 정리해 둔 전통 놀이도구

이제 11명 전통 놀이 선생님들은 학교로 출동할 마음의 준비와 실전에서 지도할 실력도 갖췄다. 나도 서랍 한 칸을 치우고 만든 전통 놀이도구를 정리해 두었다. 학교에 나갈 때는 하루에 한 가지 놀이만 지도하기에 그날 수업할 전통 놀이도구를 챙겨가면 되겠다. 수업은 3월 둘째 주부터 진행될 거라서 수업 전에 미진한 부분을 점검하고, 지도할 놀이도구 만들기도 자신 있게 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겠다.


전통 놀이 지도처럼 퇴직한 시니어들이 자기가 가진 역량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올해만 해도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하는데 실제로 우리 노인 복지관 전통 놀이 일자리도 두 자리가 줄었다. 주변에도 노인 일자리 신청했다가 떨어진 분도 많다. 일하고 싶은 노인이 많은 현실을 정부에도 인지하고 하반기에라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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