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된 아파트 벚꽃길, 남편과 함께 걸으며 결혼 43주년을 자축
요즘 어딜 가도 꽃 잔치다. 노란 꽃, 하얀 꽃, 분홍꽃 등 색깔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주인공은 단연 벚꽃이다. 벚꽃이 작년보다 열흘 정도 개화시기가 앞당겨져서 벚꽃 명소에는 벚꽃 구경으로 사람들이 붐빈다. 나는 인천에 살고 있지만, 서울에서 대학교에 다닌 것까지 합치면 퇴직하기 전까지 45년 정도를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여서 서울이 더 친근하고 아는 곳도 많다.
서울에는 벚꽃 명소가 많다. 내가 아는 벚꽃 명소만 해도 성수동 서울숲과 광진구 어린이 대공원, 잠실 석촌 호수, 여의도 윤중로, 안양천, 국립서울현충원, 서대문구 안산 등이다.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지난주에 잠실에 사는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석촌 호수 벚꽃이 예쁘게 피었는데 주말에 둥이 데리고 놀러 오세요."
"남편과 의논해 볼게요. 둥이도 계획이 없는지 알아보고요.
4월 5일은 마침 43주년 결혼기념일이어서 전날인 토요일에 축하하는 기념으로 쌍둥이 손자 데리고 여행 가는 기분으로 다녀오면 좋을 것 같았다.
43주년 결혼기념일, 작은 선물을 주고받았다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남편과 나는 나무 심는 날인 식목일에 '인생을 심자.'라는 의미로 결혼했다. 1983년 4월 5일이니 벌써 결혼 43주년이 되었다. 내가 결혼할 때는 식목일이 공휴일이었데 주5일 근무제가 되입되면서 2006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다행히 올해는 일요일이고 부활절과 겹쳐서 더 뜻깊은 결혼기념일이 되었다.
결혼 25주년은 '은혼식', 30주년은 진주혼식, 40주년은 벽옥혼식, 50주년은 '금혼식'이라 부르는데 43주년은 특별하게 부르는 호칭이 없다. 요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인공지능 제미나이에게 물어본다. 검색창에 "결혼 43주년을 의미하는 이름 있을까?"라고 물어보았더니 바로 알려주었다.
서구권에서 유래된 전통에 따르면 결혼 43주년은 '플란넬혼식'이라고 부릅니다.
의미: 플란넬(Flannel)은 부드럽고 따뜻하며 내구성이 강한 직물입니다. 4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서로를 보듬어온 부부의 따뜻한 배려와 변치 않는 포근함을 상징합니다.
상징: 부드러운 직물처럼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고, 인생의 추운 시기에도 든든한 온기가 되어준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인공지능 제미나이
결혼 43주년은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호칭은 없지만, '플란넬혼식'이라는 호칭이 우리 부부처럼 소박하지만, 의미도 좋고 따뜻한 호칭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2023년 4월 5일에는 결혼 40주년을 맞이하여 남편이 커플링을 맞추자고 했다. 나이 들어서 커플링이라니 그냥 그 돈으로 다른 것을 하자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그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며 꼭 하고 싶다고 우겼다.
금은방에 가서 디자인을 고르고 사이즈를 재서 커플링을 맞추었다.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일상생활에서 늘 끼고 일할 수 있는 무난한 디자인으로 맞추었다. 나이 들어서 손에 살이 빠져서 쭈굴쭈굴 하지만 커플링을 끼고 기념사진도 남겼다.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잘 끼고 다닌다.
결혼기념일에는 남편이 작은 거라도 늘 선물을 사준다. 젊었을 때는 목걸이, 귀걸이 등 액세서리를 사주었는데 요즘은 주로 꽃다발을 사준다. 꽃다발은 받는 순간에는 예쁜데 일주일도 가지 못하고 버려야 한다. 예쁘지만 아깝다. 금요일에 외출했다가 들어왔는데 못 보던 화분 두 개가 거실에 놓여있었다.
꼬리표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꼬리표에는 '축 결혼 기념'이라고 쓰여있었다. 남편다운 선물이다. 내가 식물 기르는 것을 좋아하니 맞춤 선물이었다. 꽃다발보다 좋았다. 호접란은 꽃의 모양이 마치 나비가 날아가는 듯한 모습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호접란의 대표적인 꽃말은 '행운이 날아옴'이고, 이외에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란 꽃말이 있으니 결혼기념일과 잘 어울리는 꽃이다. 남편의 센스가 돋보인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남편에게 "뭐 필요한 것 없어요?"하고 물어보았더니 없다고 했다. 고민하다가 필요한 것 사라고 현금을 주기로 마음먹고 이번 달에 받은 노인일자리 급여 중에서 반을 찾아서 편지와 함께 주었다.
남편은 지금도 나를 '영아'라고 부른다. 내 이름 '영숙'에서 따온 애칭이다. 편지에는 인공지능이 알려준 '플란넬혼식'을 넣어서 '4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플란넬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사랑으로 곁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썼는데 남편이 감동한 것 같다.
멀리 갈 필요 있나요? 여기가 벚꽃 명소입니다
지인이 석촌 호수 벚꽃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지난주에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이번 주 일요일이 결혼기념일인데 둥이 데리고 석촌 호수 벚꽃 보러 갈까요? 친구가 오라고 하는데요"
"그 멀리까지요. 우리 아파트 벚꽃도 정말 예쁘게 피었어요. 우리 아파트가 벚꽃 명소잖아요."
우리 아파트는 지은 지 26년이 되었다. 아파트와 함께 벚꽃 나이도 스물여섯 살이 되었다. 스물여섯 살이 되어 벚나무도 아름드리나무가 되었다. 지난주부터 벚꽃이 피더니 이번 주말에는 벚꽃이 만개했다. 작년보다 벚꽃 피는 시기가 앞당겨졌다. 아파트 주민들이 벚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찍느라 벚나무 아래가 붐볐다.
남편이 석촌 호수에 안 간다고 해서 조금 서운했지만, 쌍둥이 손자 데리고 함께 벚꽃 구경에 나섰다. 아파트 입구에서 시작된 벚꽃이 아파트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끝날 줄 몰랐다. 작년에는 벚꽃 피고 비가 내려서 꽃이 피자 말자 떨어졌는데 올해는 제대로 벚꽃 구경을 한다. 남편말처럼 여기가 벚꽃 명소였다. 왠지 우리 결혼기념일에 맞추어 활짝 피어준 벚꽃이 결혼기념일을 축하해 주는 것 같아서 올해는 더 행복한 결혼기념일이 되었다.
이제 우리 부부는 결혼 50주년을 향해 달려갈 거다. 그동안은 어려운 일, 힘든 일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감사한 일, 행복한 일로 채워진 날들이길 바란다. 20대 초에 만나서 지금까지 아들 둘 잘 키워 결혼시키고, 손자까지 보았으니 성공한 결혼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건강 챙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건강 잘 챙기고 서로를 배려하며 앞으로의 일상이 평안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