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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Dec 12. 2022

4대가 모인 날 박스 케이터링으로 충분했다


오늘 찰떡이가 태어나고 처음 우리 집에 오는 날이다. 찰떡이는 다음 주가 100일이다. 쌍둥이 손자도 오고 아들 며느리도 오다 보니 우리 집에 4대가 모두 모였다.


1대 친정엄마(왕할머니)

2대 나와 남편(할아버지 할머니)

3대 아들 며느리(큰엄마  큰아빠, 아빠 엄마)

4대 손자(쌍둥이, 찰떡이)


다 같이 모이면 뭘 해서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작은 아들에게 문자가 왔다.



저 회사에서 케이터링 상품권 받은 게 있어서 형 오는 날에 이거 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돈 더 내면 다른 메뉴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대신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돼서 날짜 알려주시면 시간 맞춰서 배달 오도록 하겠습니다.

박스 케이터링

문자를 받고 가족 톡에서 날짜를 잡았다.

다음 주에 큰며느리 생일이 있어서 그때 모이면 좋은데 사정이 있어서 그날 모임이 어려워 일주일 전에 미리 모이기로 하였다. 미역국도 끓이고 케이크도 사다 놓았다. 큰 아들 카톡으로 찰떡이 엄마가 어떤 케이크를 좋아하는지 물어보았다. 둘 다 쵸코 케이크를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케이크는 좋아하는데 쵸코 케이크는 좋아하지 않는다. 며느리가 좋아하는 쵸코 케이크를 사려고 베이커리에 들렀더니 쵸코 반 딸기 반 케이크가 있어서 너무 반가워 얼른 그걸로 샀다.


배달 된 박스 케이터링과 케이크

음식은 작은 아들이 주문한 박스 케이터링을 먹기로 다. 주문한 음식은 시간 맞춰 퀵으로 배달되었다.

작은 아들이 디폴트 메뉴 6가지를 시켰다. 6인분이라고 하는데 뷔페에 온 것처럼 너무 푸짐했다. 혹시 부족하면 구워 먹으려고 고기도 사다 놓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총각김치만 꺼내서 상을 차렸다. 참, 짝꿍이 아들 며느리에게 실력 발휘한다고 지난번에 한 번 해본 갑오징어 볶음도 푸짐하게 해서 상이 꽉 찼다. 며느리들이 맛있다고 하니 짝꿍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4대가 이렇게 모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친정엄마가 건강하시니까 가능한 일이다. 큰 아들이 친정엄마에게 첫정이라 그런 지 손주들 중에서 가장 보고 싶어 하신다. 찰떡이 사진과 영상을 보여드리면

큰 아들 아기 때와 똑같다고 하며 좋아하신다.


찰떡이가 태어나고 우리 집에 처음 오기에 친정엄마는 증손자 찰떡이를 처음 보신다. 실제로 보아도 지 아빠 쏙 빼닮았다고 다. 우리가 보기에는 엄마도 많이 닮은 것 같은데 친정엄마 눈에는 그렇게 보이나 보다. 찰떡이가 돌아간 후에도 너무 잘 생겼는데 아빠 닮았다고 여러 번 말씀하시며 즐거워하셨다.


오늘 저녁은 박스 케이터링이라 설거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 집 설거지는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한다. 오늘은 작은 아들이 하겠다고 나섰다. 며느리는 과일을 깎고 후식을 준비하고 나는 손자들을 본다. 오늘 후식은 케이크와 과일, 커피다.


우리 집은 '아들 둘과 며느리'가 있지만 나는 늘 '아들 둘과 딸 둘'이라고 생각한다. 딸이 없어 딸 같은 며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그래서 며느리가 딸이라고 생각해서 귀하게 대접해 주고 싶다. 한 번 금이 가면 나쁜 검정이 오래가기 때문에 싫은 소리도 안 하려고 노력한다. 무슨 일이든 의논해서 정하고 며느리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배려한다. 시댁이 싫어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편하게 전화하고 톡도 하고 있다. 시댁에 올 때도 부담 갖지 말고 친정 가는 그 마음으로 오길 바란다.


내가 찰떡이를 안고 있으니 다섯 살 쌍둥이 둘째가 샘이 조금 나나보다.

"할머니, 찰떡이 내려주세요."

하며 자기를 안아 달라고 한다.

며느리가

"연우야, 할머니는 찰떡이 할머니도 되는 거야."

라고 말했지만

"찰떡이 할머니 아니에요. 연우 할머니예요."

결국 찰떡이는 아빠에게 주고 연우를 안아주었다.

조금 크면 동생도 잘 데리고 놀텐데 지금은 할머니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쌍둥이네는 집이 가까워 저녁에 돌아가고 큰 아들 내외와 찰떡이는 자고 갔다. 찰떡이가 태어난 후 자동차를 타고 오늘 가장 멀리 이동해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잠자리까지 바뀌어서 그런지 11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다. 다행히 할아버지 품 안이 편했던 지 할아버지가 안아서 재웠다.


오늘 기적 같이 4대가 모두 모여 너무 기분 좋다. 친정엄마 건강하실 때 앞으로도 자주 모여야겠다. 찰떡이는 주일날 목사님 축복 기도까지 받고 잘 놀다 갔다. 낯설어서 그런지 낮잠도 안 자더니 집에 가자마자 잠에 빠졌다고 한다.  손자들이 집에 가서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도한다. 이번 주말도 우리 집에 행복 하나가 더해진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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