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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Nov 25. 2022

엄마, 이 빵 드셔 보세요

소금 빵

갓 구운 소금 빵


9월, 짝꿍 생일이 있었다. 짝꿍 생일은 주로 집에서 차려 먹는데 올해는 나가서 먹자 했다. 집에서 먹으면 상차림은 내가 한다고 해도 먹고 나서 치우는 건 아들 며느리가 해야 하기에 번거롭게 하지 말고 좋은 곳 예약해서 먹는 게 좋겠다고 했다. 마침 본사에 근무하는 작은 아들이 회사 TF팀에 들어가게 되어 아빠 회사가 있는 마곡에서 3주 정도 파견 근무하게 되었다. 작은 아들에게 회사 근처 한정식을 알아보라고 부탁했다. 마곡은 많은 회사들이 새로 자리 잡은 빌딩 숲이다. 그래서 음식점도 많다.


생일날 우리 부부와 큰 아들 부부, 작은 아들 부부와 쌍둥이 손자가 모여 생일 축하를 해 주었다. 저녁을 먹고 오려는데 작은 아들이

"엄마, 이 빵 드셔 보세요."

하며 빵 봉지를 내밀었다.

"이거 유명한 빵집에서 파는 소금 빵인데 맛있어요 "


나는 그날 소금 빵을 처음 보았다. 나는 빵순이다. 빵을 너무 좋아해서 하루 세끼를 빵으로 먹을 때도 있다. 짝꿍도 빵을 좋아해서 주말에는 아침 식사 대신 빵을 사서 커피랑 먹는다. 작은 아들이 사준 소금 빵을 열어보니 하얀 소금이 빵 가운데 솔솔 뿌려져 있었다. 혹시 짠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한입 베어 무니 고소하고 부드러운 게 너무 맛있었다. 자꾸 먹고 싶은 맛이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당기는 그런 맛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처음 먹어본 소금 빵이 자꾸 생각났다. 그렇다고 바쁜 아들에게 빵 좀 사다 달라고 하기는 미안해서 다음에 서울 나가면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짝꿍이 퇴근했는데 손에 빵 봉지가 들려있었다. 봉지를 열어 본 순간

"어머, 이거 소금 빵이네요. 어디서 샀어요?"

지하철에서 내려서 걸어오는데 아파트 상가 빵집에 소금 빵 안내문이 붙어 있어서 반가워서 들어가 보았다고 한다.


동네 빵집 소금빵 안내문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부드럽고 맛있었다. 지난번에 작은 아들이 유명한 소금 빵집에서 사다 준 빵과 거의 비슷한 맛이었다. 가까운 동네 빵집에 소금 빵이 있을 줄 몰랐다. 이 빵집은 OO제과점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작은 빵집이다. 이전에는 주로 유명 프랜차이즈 P빵집을 이용했었는데 그때부터 동네 소금 빵집이 단골 빵집이 되었다.


짝꿍도 소금 빵을 좋아해서 금요일에는 꼭 빵집에 들러서 소금 빵을 사 온다. 사온 빵으로 토요일 아침에 커피와 먹는데 그동안은 전자레인지에 30초 돌려서 먹었다. 주말에 온 아들이

"엄마, 소금 빵은 에어프라이에 넣고 구우면 맛있어요."

얼른 에어프라이에  넣어 180도에서 2분 데워 보았다. 역시 윤기가 흐르며 겉바속촉이었다.

"바로 이 맛이야!"


우리 집 소금 빵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오늘도 동네 빵집에 들러 소금 빵 두 봉지를 사 올 거다. 내일 아침은 따뜻한 커피와 소금 빵,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



나는 몇 년 전부터 고지혈증이 있어 약을 복용하고 있다. 평소에 고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고기를 구워도 몇 젓가락 안 먹는다. 많이 뚱뚱하지도 않아 걱정하지 않았다. 피검사를 했는데 LDL이 조금 높다고 약을 복용하라고 해서 그때부터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 혈당이 높은 이유가 빵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빵을 먹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빵순이라 빵을 끊을 수가 없다. 다행스럽게  고지혈증 약을 복용한 후에 혈당이 잡혀서 지금은 정상이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운동을 병행한다면 빵을 조금 먹어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좋아하는 소금 빵을 끊을 수는 없으니까 운동으로 이겨내리라. 그리고 약도 잘 복용할 거다. 먹고 싶은 것은 먹어야지 인생이 즐겁지. 인생 뭐 있나요.

글을 쓰는 지금도 빵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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