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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Nov 05. 2022

브런치 글로 차린 저녁 밥상


작은 아들이 3주 만에 둥이 데리고 금요일 저녁에 왔다. 10월 22일에는 시인 등단식과 둥이 유치원 학부모 참관 수업일이라 오지 못했다. 지난주 10월 29일에는 짝꿍과 찰떡이 보러 가느라고 또 못 왔다. 다음 주에는 친정아버지 기일이라 친정어머니 모시고 강릉에 가야 해서 이번 주에 안 오면 둥이를 한 달이나 못 보기에 꼭 오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현관문을 열자

"할머니, 지우, 연우 왔어요."

던 일을 멈추고 현관으로 뛰어간다. 연우가 할머니를 보자마자

"할머니 보고 싶었어요."

하고 안긴다.

"할머니도 연우 엄청 보고 싶었어."

지우가

"할머니, 지우 기다렸어요?"

지우도 안긴다.

둥이가 말도 어찌나 예쁘게 하는지 기분이 좋아진다.

"연우야, 이거 뭘까요?"

"어? 단풍나무네. 어디서 따왔어요?"

얼른 빼앗아 간다.

연우가 좋아할 것 같아서 헬스 갔다 오다가 아파트 길 옆에서 잘라왔다. 연우가 좋아해서 할머니는 더 좋다.


둥이는 저녁을 먹고 와서 어른 먹을 저녁상을 차린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상이 브런치에 올렸던 글 속에 있는 음식으로 차려졌다.

지난번 요리하고 글 올렸던 꽃게탕이 오늘 메인 요리다.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요리하고 남은 꽃게 네 마리로 끓였다. 꽃게탕 맛은 역시 좋다. 지난번보다 꽃게가 적어서 꽃게탕 양념을 줄여서 만들었다. 내 꽃게탕 레시피는 완벽하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자찬~).


https://brunch.co.kr/@ce3179a175d043c/167


그다음 요리는 지난주에 쪽파를 사서 만든 파김치이다. 김장 쪽파를 다섯 단이나 사서 다듬어서 이틀 걸려 만들었다. 전날은 쪽파를 사서 배달시켜 다듬어서 깨끗하게 씻어 놓았다. 다음 날 오전 수업을 하고 와서 파김치를 담갔는데 김치통으로 한 통이다. 요리 교과서 레시피대로 하니 실패하지 않고 양념도 딱 맞다. 파만 다듬어 놓으면 파김치는 너무 쉬운 요리가 되었다. 지난주에 찰떡이 보러 갈 때 큰아들 네 갖다 주려고 작은 통에 따로 아 두었는데 다른 짐 챙기다가 깜빡 잊고 가져가지 못했다. 너무 아쉽다. 깜빡하는 습관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고질 병이다. 대신 일요일에 작은 아들 갈 때는 잊지 말고 꼭 보내야겠다.


https://brunch.co.kr/@ce3179a175d043c/90


세 번째 요리는 꽈리고추 멸치조림이다. 어제 슈퍼에서 통영 멸치 한 봉지를 사서 머리와 내장을 따고 손질해 놓았다. 꽈리고추 두 봉지를 사서 요리 레시피대로 멸치조림을 만들었다. 역시 맛있다. 내가 요리를 쉽게 척척 잘하는 게 너무 신기하다. 추가로 시금치가 싸서 한 봉지를 사 와서 살짝 데쳐서 무쳐놓았다. 그리고 애호박이 천 원이라 너무 싼 것 같아 사 왔는데 냉장고에 보니 한 개가 또 있었다. 사다 놓은 것조차 잊고 있었다.  일은 큰 일이다. 정신 차려야지.

호박으로 뭐할까 생각하다가 가장 쉬운 호박전을 만들었다.


https://brunch.co.kr/@ce3179a175d043c/136


오늘 저녁도 완전 진수성찬이다. 브런치 글에 있는 꽃게탕, 파김치, 꽈리고추 멸치조림 그리고 시금치 무침, 호박전, 김치다. 참, 여름에 담가놓았던 오이지무침과 이번 주 화요일에 만든 무생채도 있다.  하나를 사서 채칼로 밀어 무생채를 만들어 보았다. 채칼로 무 생채를 써는데 무생채가 길지 않고 짤막짤막하다. 히잉~무가 조밥이 되었다. 퇴근한 짝꿍에게 싹둑싹둑 잘린 무생채를 보여주었더니 무를 눌러서 길게 밀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간도 짜지 않고 맛은 좋다도 한다. 다음에는 길쭉길쭉한 무 생채를 꼭 만들어 보리라.


짝꿍과  둘이 먹을 때는 고기 조금 구워 간단하게 먹는데 아들 온다고 오늘 식단은 꽤 신경 썼다. 퇴직 전에는 반찬가게에 매주 한두 번 정도 가서 반찬을 사곤 하였는데 요즈음은 거의 안 간다. 요리를 하다 보니 실력도 늘고 재미도 있다. 짝꿍과 아들이 맛있게 먹는다. 가끔 둥이가 탁에 와서 하얀 밥 달라고 한 숟가락씩 받아먹고 간다. 둥이는 반찬 없이 먹는 밥을 하얀 밥이라고 한다. 배가 고픈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어른들이 식사하고 있으니 먹고 싶은 가 보다.


우리가 저녁을 먹는 동안 둥이는 자유 시간이다. 핸드폰을 조금 하다가 TV 앱 MX player를 틀어 왕자님 영상을 본다. 왕자님 영상은 찰떡이와 둥이 영상이다. LG U+ 에는 usb에 영상을 저장해서 TV 앱으로 볼 수 있기에 카톡으로 보내온 영상을 저장해 두었다가 둥이가 틀어달라고 할 때 보여준다. 영상 중에서 서로 마음에 드는 영상을 골라서 본다. 찰떡이가 우는 영상, 아빠 괴롭히는 영상 등을 좋아하는 걸 보면 남자라 그런 것 같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치우고 나니 벌써 8시가 넘었다. 아들이 퇴근하고 집에 들러서 둥이를 데리고 오기 때문에 우리 집에 오면 거의 7시가 된다. 늦은 저녁을 먹게 된다. 오늘도 함께 맛있게 먹느라 조금 과식을 한 것 같다.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는 무조건 맛있게 먹어야 하기에  하루쯤 하는 과식은 애교로 봐주어야 할 것 같다.


둥이 취침시간이 9시라 양치시키고 잠옷 갈아입히고 재우고 나니 이제 내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행복하다. 둥이와 함께 있으면 늘 행복하다. 둥이가 예쁜 꿈 꾸고 오늘 밤 꿈나라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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