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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Oct 13. 2022

요리한 나도 깜짝 놀란 꽃게탕의 맛

요리에 행복 하나가 더해졌다

완성된 꽃게탕


난 가끔 꽃게탕이 생각난다. 특히 가을날 스산한 바람이 불 때면 꽃게탕이 너무 먹고 싶다. 내가 먹어본 꽃게탕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꽃게탕은 강화도에서 먹은 거다. 꽃게탕이 먹고 싶으면 짝꿍에게 꽃게탕 먹으러 강화도에 가자고 한다. 하지만 알았다란 말만 할 뿐 같이 먹으러 가지 못했다.


10월 초에 우연하게 집 앞에 있는 홈 OOO 슈퍼에 갔다가 꽃게를 싸게 파는 것을 목격했다. 장 보러 오신 어르신들이 줄 서 있었다. 나도 호기심에 꽃게 파는 곳으로 가서 꽃게 사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상자를 열고 톱밥에 숨어있는 꽃게를 집게로 꺼내 들면 꽃게가 살아서 퍼덕거렸다. 꽃게도 크고 거기다 수산시장도 아닌데 살아있는 꽃게를 살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요리해서 먹을 형편도 안되어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어르신 한분에게 여쭈어 보았다.

"혹시 이거 냉동했다가 먹어도 될까요?"

"그럼, 물에 한번 씻어서 톱밥만 제거하고 냉동해서 먹으면 돼."


이렇게 살아있는 꽃게를 만나기 어려운데 사다가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아들, 며느리 오면 찜통에 쪄서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사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아

"좋은 것으로 보내주세요."

라고 말하며 꽃게 한 상자를 배달시켰다. 상자 안에 있는 꽃게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조금 안 좋은 것인지 알 수 없을 텐데도 그렇게 말했다. 그래야 좋은 꽃게가 배달될 것 같아서다.

꽃게 한 상자는 3Kg으로 가격도 너무 싸서 29,900원이었다.


집으로 배달된 꽃게 상자를 열어서 싱크대에 물을 받고 꽃게 한 마리씩 톱밥을 털어 물에 풍덩 집어넣었다. 살아있는 것도 있고 죽은 것도 있었지만 꽃게가 크고 도 꽉 차 보였다. 꽃게가 11마리나 되었다. 암꽃게는 겨우 한 마리고 나머지 10마리는 모두 수꽃게였다. 살아있는 꽃게를 씻어서 지퍼백에 넣는 일도 너무 힘들었다.


혹시 씻다가 물릴 수 있어서 집게발 집게 하나를 가위로 자르는 것도 힘들었다. 이럴 때는 짝꿍이 있어야 하는데. 짝꿍은 내가 하지 못하는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고 쉽게 해결해 준다. 꽃게를 손질하며 짝꿍의 소중함을 한번 더 느껴본다. 나의 해결사 짝꿍이 아직 퇴근 전이라 힘들어도 꽃게를 씻어 냉동실에 넣는 것은 내가 혼자 해내야 하는 일이다. 정말 어렵게 꽃게 11마리를 지퍼백 3개에 나누어서 냉동실에 무사히 넣어두었다. 



작은 아들이 주말에 온다고 해서 꽃게를 찜기에 쪄서 먹을까 하다가 갑자기 꽃게탕 생각이 났다. 사실 집에서 꽃게탕을 한 번도 끓여보지 못했는데 얼마 전 브런치 인기글에 올라온 늘봄 작가님의 '엄마의 밥상'이란 글을 읽게 되었다. 친정어머님이 끓여주신 꽃게탕을 맛있게 먹었다는 글이었는데 비법이 된장을 넣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은 꽃게탕은 음식점에서 사 먹는 것으로 알았었다. 너무 맛있어 보여서 나도 언젠가 한번 해봐야지 생각했었다.

'그래 오늘 꽃게탕에 도전해 보는 거야.'


유튜브에서 꽃게탕 요리에 대한 영상을 세 개 정도 보며 나만의 요리 교과서에 추가할 꽃게탕 레시피를 작성했다. 그리고 슈퍼에 가서 꽃게탕에 넣을 재료를 사 가지고 왔다. 꽃게는 손질하는 것도 어려워서 먼저 손질하는 것은 유튜브에서 본 대로 꼼꼼하게 했다. 쌍둥이 손자 둘째가 싱크대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꽃게가 신기한 듯 보고 있다. 칫솔로 지저분한 부분을 닦고 꽃게 다리 부분 먹을 수 없는 반 정도를 가위로 자르고 게딱지도 벗겨 먹기 좋게 잘라서 준비하였다. 꽃게를 손질하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내가 봐도 깨끗하게 손질을 잘한 것 같다.


 <꽃게탕 레시피>

(재료 준비)

손질한 꽃게 6마리, 무 1/2개, 호박 1/2개, 양파 중간 크기 1개, 미나리 1단, 콩나물 한 줌, 청양고추 3개, 홍고추 2개(건고추가 있어서 사용함) *무와 호박은 조금 두톰하게 썰어야 부서지지 않는다.


(꽃게탕에 넣을 양념 다대기)

고춧가루 3T, 간 마늘 2T, 간 생강 1T, 된장 1T, 맛술 2T, 소금 1T, 만능 양념장 2T, 만능간장 1T(모두 섞어서 준비함), 멸치 액젓 1T(좀 더 깊은 맛을 내준다고 함) *만능 양념장이 없으면 안 넣어도 됨


(요리 순서)

1. 꽃게가 여섯 마리라서 조금 큰 냄비를 준비함(집에 있는 32cm 냄비 사용함)

2. 냄비에 물 2리터와 다시다 두 조각, 조금 도톰하게 썰은 무를 넣고 5분 정도 끓인 후 다시마를 건져 낸다.

3. 한 소큼 끓은 육수에 양념 다대기 2/3를 넣는다.

4. 바닥에 꽃게 껍질 3개(나머지 3개는 별로 먹을 것이 없어서 껍질은 버렸음)를 깔고 그 위에 손질한 꽃게를 넣고 3분 정도 끓여준다.

5. 콩나물과 양파, 호박, 청양고추, 홍고추를 넣고 다시 끓인다.

 


6. 마지막에 간을 보고(짜지 않게) 너무 싱거우면 남겨둔 양념 다대기를 넣어주고 미나리와 파를 넣고 한 소큼더 끓여준다(대파는 조금 크게 써는 것이 좋으나 저는 냉동실에 썰어놓은 파를 활용함).

7. 야호! 드디어 맛있는 꽃게탕이 완성되었다.



정말 처음 끓여본 꽃게탕이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국물이 짜지 않고 간도 딱 맞았다. 국물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뭔가 끌리는 맛이다.


아마 처음 해보는 요리라 정성을 듬뿍 담아 최선을 다해 만들어서 더 맛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정성 한 방울이 들어갔기에. 물론 게도 냉동해 놓은 것이지만 싱싱한 것이었고 살도 제법 많아서 발라먹는 재미도 있었다. 게뿐만 아니라 국물도 맛있었고 들어간 무와 호박, 미나리도 너무 맛있었다. 자꾸 입맛이 당기는 그런 맛이었다.


오늘 요리는 내 요리 교과서에 담겨있지 않은 새로운 요리였는 데 성공해서 너무 기쁘다. 요리 교과서에 오늘 요리 하나가 추가되었다. 이제 꽃게탕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요리가 되었다. 찬 바람이 불면 그때 한번 더 요리해서 먹어야겠다. 아직 꽃게 다섯 마리가 냉동실에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행복하다. 다음에는 호박 대신 단호박을 넣어서 한 번 더 끓여보아야겠다. 


오늘도 꽃게탕 덕에 행복 하나를 크게 더했다. 행복이 별 건가. 이렇게 가족이 모여 맛있는 음식 하나 해 먹어도 마음이 행복하면 그게 행복이지.


유세프 요리 교과서 꽃게탕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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