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차례는 지내지 않지만,자식들과 모여 식사는 하기에 추석에 먹을 음식을 고민한다. 아들만 둘인데 모두 결혼해서 따로 산다. 남편도 아들 며느리도 내가 담근 파김치를 좋아해서 모처럼 오는데 파김치를 담가서 갈 때 싸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파김치를 담글 때는 다른 마트도 있으나 채소가 많고 신선한 조금 떨어진 식자재 마트에 간다. 9월인데 아직 날씨가 더워서 걸어가는데 땀이 난다. 식자재 마트에 들어서니 시원해서 살 것 같다.
채소를 파는 코너에 가서 신선한 쪽파를 보니 너무 반가웠다. 파김치를 담글 때 넉넉히 쪽파 넉 단 정도를 산다. 카트에 넣으려다가 가격표를 보니 믿어지지 않았다. 너무 놀라서 갑자기 내가 얼음이 된 것 같다. 아무리 비싸도 쪽파 한 단에 7,000원 정도 했는데 22,800원이라고 가격표가 붙어있다.
넉 단에 거의 10만 원이니 금쪽파라고 불러야겠다. 여름에 비도 많이 오고 무더워서 쪽파 농사가 잘 안 되었나 보다. 다음날 다시 마트에 가 보았는데 조금 내리긴 했어도 여전히 비쌌다. 아무래도 파김치는 포기해야겠다. 카트에 담으려던 쪽파를 다시 제자리에 두고 파김치 대신 뭘해야 하나 생각하며 둘러보다가 오이가 눈에 띄었다.
오이소박이도 좋아하는데 한 번도 만들어 보지 않았다. 가끔 오이소박이가 먹고 싶을 때는 반찬가게에서 사서 먹었다. 퇴직하고 요즘 시간도 있어서 한 번 만들어 보아야지 생각하고 7월 초에 레시피도 만들어 두었었다.
오이소박이를 만들어 보려고 레시피까지 적어 두었는데 여름 내내 덥다는 핑계로 오이 두 개를 썰어서 오이무침만 만들어 먹었었다.오이무침도 그런대로 맛있었다.
'그래, 파김치는 가을에 쪽파 가격이 떨어지면 그때 담그자.'
백오이 두 봉지를 샀다. 백오이도 5개 들어있는 한 봉지에 6,980원이었다. 오이값도 비쌌다. 한 줌 정도 되는 깐 쪽파 한 팩에 3,980원, 부추 한 팩에 3,980원이었다.
우리 집 오이소박이 레시피
(재료) 백오이 10개, 부추 200g(한 줌), 쪽파 조금(반 줌), 양파 반 개, 당근 한 토막
4. 자른 오이 십자 부분에 소금을 뿌려주고 물 2리터에 천일염 반 컵을 넣고 잘 저은 후 오이를 담가서 40분~1시간 정도 절여 준다.
5. 절인 오이를 한두 번 씻은 후 십자로 자른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세워서 40분~1시간 정도 물기를 빼준다.
(오이소박이 양념 속 만들기)
1. 부추는 1cm로 썰어주고, 쪽파도 흰색 부분은 작게 썰어준다. 양파와 당근도 가늘게 채 썰어준다. 당근은 채칼로 썰었다.
2. 찹쌀가루 3T에 물 한 컵 반을 넣고 찹쌀풀을 되직하게 쑤어 식힌다.
3. 새우젓은 잘게 다져준다.
4. 분량의 양념을 잘 섞은 후 10분 정도 숙성 시킨 후 썰어둔 채소에 넣고 잘 섞이게 버무린다.
5. 십자로 자른 오이에 양념 속을 적당히 넣고 오이 겉 부분에도 양념을 묻혀 손으로 꼭꼭 눌러 보관 용기에 담는다.양념 속이 조금 남아서 용기에 담아서 얼려 두었다. 나중에 오이 2개를 썰어서 양념과 버무려서 오이무침을 만들어 먹으면 된다.
6. 상온에서 반나절 정도 둔 후 김치냉장고에 보관하고 다음 날부터 먹는다.
쪽파가 너무 비싸서 담그지 못하고 대신 오이소박이를 담갔지만, 오이소박이도 짜지 않고 아삭아삭 정말 맛있었다. 내가 만든 음식을 가족이 맛있게 먹으니 다른 요리에도 도전해보고 싶어 진다.처음 만들어 본 오이소박이지만 정성이 듬뿍 들어가서인지 내 입맛에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오이소박이가 만들어졌다. 벌써추석에 올 아들 며느리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