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절은 늘 마트에서 먼저 만난다. 봄도 마트에서 만난 봄나물로 가장 먼저만났고, 오이지용 오이도 마트에서 만났다. 오이지용 오이가 나오면 곧 여름이 시작된다. 마트에 쌓여있는 오이지용 작은 오이를 보며 곧 오이지를 담가야겠다고 생각했다.오이지 오이는 이맘때쯤 나오고, 지나면 나오지 않아서 요즘 담그면 좋다.
오이지용 오이는 반 접 즉 50개씩 묶음으로 판매한다. 작년에는 욕심을 부려서 50개를 담그고 다시 50개를 담갔다. 즉 오이지 100개를 담갔었다. 너무 많이 담근 것 같았는데 아들네와 시누이네 나눠주고 남은 걸 먹다 보니 그리 많지 않았다.우리 집은 외식을 잘 안 하고 거의 집밥을 먹기에 올해도 100개는 담가야 한여름까지 먹을 수 있을 거다.
여름 밑반찬 오이지 담그기
우선 오이 50개 반 접을 사 왔다. 어찌나 야무지게 포개어 포장했는지 많아 보이지 않았다. 비닐을 벗기고 상처가 나지 않도록 부드러운 일회용 행주로 살살 문질러서씻어 바구니에 담아 두었다가 핸드타월로 물기를 제거했다. 늘 1년에 한두 번 만드는 음식은 나의 보물 손글씨 레시피 '유 세프 요리 교과서'를 펼쳐야 만들 수 있다.
오이지 만드는 것은 정말 쉽다. 분량의 소금물을 팔팔 끓여서 부으면 된다. 소금은 천일염을 사용하고 끓인 소금물에 오이가 잠기게만 부어주면된다. 소금은 오이 10개당 종이컵으로 가득 1개로 잡으면 된다. 오이가 50개라서 소금 다섯 컵을 사용한다. 물량은 우리 집 그릇에 6리터가 딱 맞아서 물 6리터에 소금 다섯 컵으로 하였다.
누름 통이 있는 김치통 2개에 오이를 나누어 담고 팔팔 끓인 소금물을 부었다. 오이가 잠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누름통으로 눌러두면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모두 잠긴다. 한 시간 후에 열어서 위아래 오이를 한 번 바꾸어준다. 누름 통이 없으면 커다란 냄비에 오이를 담고 소금물을 부은 후 생수병이나 나눔 접시 같은 조금 무거운그릇으로 눌러준다.
큰 냄비를 활용한 경우는 소금물이 식으면 김치통에 오이와 소금물을 옮겨 담고 조금 무거운 물건으로 오이가 물속에 잠기도록 눌러준다.
오이지 50개
뜨거운 소금물을 부은 오이지를 몇 시간 두었더니 초록색 오이가노란색으로 변했다. 오이 50개를 또 담글 예정이어서 누름통 두 개에 있는 오이지를 큰 김치통 하나에 옮겨 담았다.한 통에 오이지 50개가 딱 맞게 들어갔다.이틀에 걸쳐 오이지 100개를 담갔다.
두 번에 나누어 담근 오이지 100개(한 통에 50개씩 담았다.)
이제 상온에 2주 정도 두었다가 오이만 건져서 김치통에 옮겨 담는다. 그냥 먹어도 되는데 우리 집은 소금물에서 건진 오이를 지그재그로 담고 물엿 1병을 골고루 뿌려준다. 김치냉장고에 두면 오이지가 신기하게 쪼글쪼글해지고 몇 달 두어도 상하지 않는다.50개씩 두 번 담근 오이지 100개를 아들네와 시누이네 나누어주고 6월부터 8월 한여름까지 먹을 예정이다.
오이지는 주로 꼭 짜서 고춧가루와 매실액, 간 마늘, 참기름, 통깨만 넣고 무쳐서 먹고, 가끔 썰어서 시원한 생수에 얼음도 동동 띄워서 먹는다. 오이지는 서울 사람인 남편이 좋아한다. 이번에 100개를 담근 것도 남편이 50개는 부족하다고 해서 한 번 더 담근 거다. 나는 강원도 사람인데 강원도에서는 오이지 담그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인천에 살면서 50살쯤 되었을 때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요즘 우리 집 최애 여름 반찬이 되었다.
봄에는 상큼한 오이피클을 담가서 먹고, 초여름에는 오이지를 담가서 여름 내내 밑반찬으로 먹는다. 오이지무침으로 주로 먹지만, 비빔밥이나 비빔국수에도 넣어 먹으면 짭조름한 맛이 입맛을 돋워준다. 오이지 100개는 올여름 우리 집 든든한 밑반찬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