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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Feb 16. 2023

쌍란이 주는 기쁨, 쌍둥이가 주는 행복

쌍란 두 판


쌍란은  산란 초기의 배란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닭은 태어난 지 20주 정도부터 알을 낳기 시작하는데, 초산 기간에는 배란이 불규칙한 경우가 있어 하루에 1개가 아닌 2개의 배란이 되면 쌍란이 나오는 것. 전문가들은 "쌍란은 기형 등의 문제로 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품질,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말한다.
-출처 : 나무위키




시누이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 처음에 다른 곳에 살다가 오빠 가까운 곳에 살고 싶다고 몇 년 전에 우리 아파트로 이사 왔다. 같은 동은 아니고 옆 동이다. 나이도 나보다 두 살 많지만 내가 손 위라 꼭 언니라고 부른다. 아들이 한 명인데 장가는 안 갔지만 서울에서 독립하여 살고 있다. 


아들이 독립하여 두 분만 살기도 하지만 일도 함께 하기 때문에 늘 붙어 다닌다. 함께 일하고 함께 퇴근하기에 저녁은 거의 사 먹는 편이다. 우리는 요즘 외식을 거의 안 하기 때문에 가끔 우리 집에 오라고 해서 함께 식사를 한다. 일주일에 평균 한 번 정도이다. 그냥 고기를 구워 먹거나 일품요리 한 가지 정도 해서 밑반찬과 먹는다.


포장해 온 불광동 감자탕


가끔 불광동 쪽 현장으로 일하러 갈 때는 내가 좋아한다고 감자탕을 포장해서 가지고 온다. 나는 감자탕에 들어있는 뼈다귀보다는 시래기와 감자를 좋아한다. 불광동 감자탕은 푸짐하기도 하지만 정말 맛있다.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그냥 밥과 김치만 있으면 된다. 가끔 생각나는 맛이다.


어제도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하였다. 고기를 구워 먹었다. 가면서 설거지를 못해 준다고 너무 미안해해서 다음에 불광동 쪽에 일하러 가게 되면 감자탕만 다 달라고 했다. 아마 머지않아 사 올 거다.


쌍란이 주는 기쁨

시누이는 우리 집에 올 때 그냥 와도 되는데 꼭 뭔가를 들고 온다. 과일을 사 오거나 고기를 사 오기도 한다. 지난번에는 초란을 네 판이나 져와서 작은 아들네까지 나눠주고 달걀장조림을 만들었다. 오늘은 쌍란 두 판을 가져왔다. 쌍란은 노른자가 두 개가 들어있어서인 지 일반 달걀보다 크기가 컸다. 모양도 매끈하지 않다. 그렇다고 심하게 울퉁불퉁하진 않다.



달걀 프라이를 하려고 쌍란을 프라이팬에 깨뜨렸다. 정말 노른자가 두 개일까 궁금했는데 정말 두 개였다. 이 감동은 뭐지. 뭔가 행운이 넝쿨째 들어온 느낌. 그랬다. 행운이 찾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짝꿍과 두 개씩 프라이를 해서 먹었다. 맛도 일반 달걀보다 조금 고소한 것 같았다.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 먹으면서 기분도 좋았다.


시누이는 가끔 이렇게 기분 좋게 해 준다. 여행을 가도 꼭 물건을 두 개씩 사 온다. 강원도에 가면 오징어를 사다 주고 전라도에 가면 갓김치를 사다 준다. 서해안에 가면 어리굴젓을 사 오고 제주도에 가면 옥돔을 사 온다. 선물 들어온 햄도 반으로 나누어 가져다주고 구운 도 가져다준다. 심지어 홈쇼핑에서 주문한 도가니탕도 몇 개 가져다준다. 그런 시누이가 너무 고맙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오빠가 아버지 마침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가져온 쌍란이 너무 귀하다. 달걀 속에 노른자가 두 개가 들어있어서 뭔가 덤을 받은 것도 같고 특별한 선물 같기도 하다. 우리 일상에서도 늘 예기치 않았는데 좋은 일이 생기면 그게 행운으로 느껴진다. 오늘 행운을 듬뿍 받은 것 같다. 너무 기쁘다.


쌍둥이가 주는 행복

오늘 쌍란을 보며 쌍둥이 손자가 생각났다. 쌍둥이 손자는 작은 아들이 결혼하고 만 3년이 조금 지나고 태어났다. 결혼기념일이 2월 7일인데 쌍둥이 생일은 2월 14일이다. 며느리가 임신하고 처음 병원에 갔을 때는 쌍둥이인 줄 몰랐다고 한다. 두 번째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뭐가 하나 더 보인다고 했단다. 쌍둥이 같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아들과 며느리도 놀랐고 우리도 너무 놀랐다.


둥이는 유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우리 쪽에도 며느리 쪽에도 현재는 쌍둥이가 없다. 한참 위 친정엄마 고모가 쌍둥이였다고 듣긴 했지만 너무 윗대라 그걸 유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시험관 시술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쌍둥이 손자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찾아왔다.


며느리가 임신하고 출산할 때까지 고생이 많았다. 다행히 아기는 3.1킬로, 2.7킬로라 인큐베이터에는 안 들어갔다. 며느리는 출산하고 병원에 1주일 입원한 후 조리원에 들어간 날 호흡이 힘들어서 대학병원에 입원하였다. 쌍둥이라 심장에 무리가 왔기 때문이다.


조리원에는 둥이 아빠와 아기만 들어갔다. 다른 집은 엄마와 아기가 들어갔지만 둥이는 아빠와 함께 지내며 여러 가지 신생아 육아를 아빠가 먼저 배웠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육아를 잘한다. 조리원은 다른 사람 면회가 안되어 우린 대학병원으로 며느리 면회를 갔다. 며느리가 아기도 보고 싶고 속상해서 많이 울었다.


둥이는 그렇게 우리 집에 선물처럼 왔다. 둥이가 우리 집에 온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두 명이라서 기쁨도 두 배다. 키우면서 조금 힘들었지만 너무 예쁘다. 꼬물꼬물 둘이서 노는 걸 보면 어찌나 예쁜 지 그저 매일 감사가 넘친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주말에 다녀간 둥이가 벌써 보고 싶다. 손가락을 다쳐서 기브스를 한 연우가 걱정도 된다. 어제가 생일이어서 집에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내가 사준 옷을 입고 생일 파티를 하는 영상을 보며 둥이 생일을 다시 한번 축하해 주었다. 영상으로

"할머니,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다.

"지우 연우, 생일 축하해! 올해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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