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지 15개를 꺼내서 물에 잘 씻었다. 칼로 썰어서 정수기 냉수에 30분 정도 담가 두었다. 건져서 베 주머니에 넣어서 짜야한다. 오이지무침에서 오이지를 물기 없이 짜는 과정이 가장 힘들다. 주로 남편이 한다. 남편은 정말 물기 없이 꼬들꼬들하게 잘 짜준다. 그러며
"손에 감각이 없어. 너무 힘들어."
라고 말한다.
짤순이를 사야 하나 매번 고민을 한다. 하지만 짤순이에 짜도 마지막에 한 번 더 사람 손이 가야 하기에 짤순이 구입을 미룬다. 오늘도 정말 물가 없이 잘 짜 주었다. 늘 고맙다.
"여보, 오늘도 수고했어요."
물기를 짠 오이지
오이지무침에 많은 양념을 넣지 않는다.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넣고 매실청과 들기름만 넣고 무친다. 오이지의 짭조름한 맛이 남아 있어야 맛있기 때문이다.마지막에 깻가루와 통깨를 넉넉하게넣어주면 완성이다.꿀을 한 스푼 넣어주면 감칠맛이 나는데 오이지가 짜지 않아서 오늘은 넣지 않았다.
오이지무침은 씹을수록 맛있다. 매살청이 들어가서 약간 달콤 새콤 하지만 마지막 맛은 오이지 특유의 약간 짭조름한 맛이다. 오이지에 올리고당을 부어서 숙성시켜서 옛날 오이지로 담갔지만 그리 짜지 않다.
완성된 오이지 무침
오이 15개를 썰어서 물기를 짜니 그리 많지가 않았다. 오이지 100개를 담갔지만 이렇게 오이지무침을 해 먹다 보면 여름휴가 때 한 번 더 담글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름 반찬으로 오이지무침만 한 게 없다. 나는 누룽지를 끓여 먹는 것을 좋아하기에 누룽지와 오이지무침도 궁합이 잘 맞는다. 여름에는 여러 가지 반찬을 해 먹기도 어려워서 오이지무침과 멸치조림, 김치 그리고 들기름 발라 구운 김 정도만 있어도 훌륭하다. 가끔 고기를 구워서 상추에 싸서 먹어도 좋고 상추에 깔끔하게 된장만 넣고 쌈 싸 먹는 것도 좋아한다.
사실 오늘 남편과 을왕리 해수욕장에 가서 해물갈비찜을 먹고 오기로 했다. 우린 둘 다 휴일에 집콕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아침에 서둘러 가야 하는데 나갈 마음이 없어서 꾸물대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남편이 만들어준 브런치를 먹고 오이지 생각이 나서 마지막 휴일을 오이지무침으로 마무리했다.남편 토스트 실력이 점점 늘어난다. 상추에 견과류, 치즈까지 넣어서 제법 맛있었다.
오늘 저녁은 해물 갈비찜대신 오이지 넣은 상추쌈으로 대신해야겠다. 냉동실에 있는 떡갈비도 꺼내서 먹으며 마지막휴일을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