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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May 08. 2023

오이지 100개를 담갔다

어린이날 삼일 연휴 동안 일을 참 많이 하였다. 수제 누룽지를 만들고 친정엄마 유품을 정리하였다. 교회 청소를 하였고 장례식장에도 다녀왔다. 이것보다 더 잘한 일은 오이지를 담갔다는 사실이다. 여름이면 늘 오이지무침을 좋아해서 잘 먹는데 담글 엄두를 못 냈다. 늘 재래시장에서 담가놓은 오이지를 사서 먹었다.


작년에 유튜브를 보고 물 없는 오이지를 담가 보았다. 조금 새콤 달콤하긴 했지만 아직은 짭조름한 옛날 오이지가 더 맛있다. 쪼글쪼글한 오이지를 원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쪼글거리지 않았다. 오이지는 오이지 전용 오이로 담가야 좋다. 작년에는 바쁘다 보니 오이지철을 넘겨 사지 못했다. 봄에 잠깐 나오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요즈음이 딱 오이지 담글 철이다.


마침 비 오는 휴일이라 외출 계획이 없었고, 둥이도 오지 않아서 주말이 한가했다. 토요일 오전에 교회 청소를 마치고 오다가 식자재 마트에 들렀더니 오이지 오이가 많이 쌓여있었다. 50개씩 들어 있어서 한 봉지를 사가지고 왔다. 작년에 담글 때 적어놓은 레시피가 있어서 얼른 찾아보았다.


오이를 흐르는 물에 조심해서 씻었다. 상처가 나면 오이지가 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쿠리에 받쳐 놓았다가 1시간쯤 지난 후에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아준다. 혹시 핸드 타월이 있으면 물기를 더 잘 빨아들이기 때문에 좋다.


오이지 담그는 누름판 있는 큰 통이 있으면 좋지만 그냥 집에 있는 큰 냄비를 이용한다. 뜨거운 물을 부어야 하기에 김치통 같은 플라스틱은 안 좋다. 오이 피클 담글 때 사용했던 큰 냄비를 이용한다. 냄비에 물기를 제거한 오이를 한 층씩 지그재그로 담는다. 오이 50개가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통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다고 남은 오이는 작은 냄비에 담았다.


가장 중요한 물과 소금양이다. 나는 오이 50개에

물 6L에 소금 다섯 컵을 넣고 끓여서 사용한다. 소금은 꼭 천일염을 사용한다. 냄비에 계량한 물과 소금을 넣고 팔팔 끓여서 오이에 바로 부어준다. 물이 많아서 오이에 냄비채 붓다가 화상을 입을 수 있어서 큰 그릇으로 조금씩 물을 부어준다. 조금 남았을 때 냄비를 들고 부어준다.


물은 오이가 모두 잠기게 부어야 한다. 뚜껑을 덮기 전에 오이가 물 밖으로 뜨지 않도록 조금 무거운 것으로 눌러 주어야 한다. 물이 뜨겁기 때문에 나눔 접시 반찬그릇으로 눌러 주니 딱 좋았다. 하루 정도 그대로 두었다가 물이 식으면 김치통에 옮겨 담고 소금물을 부은 후 누름판으로 눌러 준다. 오이가 정말 노랗게 익었다. 뚜껑을 닫고 만든 날짜를 메모해 두었다.



오이지가 너무 노랗게 잘 된 것 같아서 오늘도 요리에 욕심내어 예배 보고 오며 오이 50개를 더 사 와서 저녁에 오이지를 또 담갔다. 50개를 김치통에 넣었더니 양이 적은 것 같아서 오이지 오이 있을 때 담그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두 아들네도 나눠 주다 보면 100개도 금방 먹을 것 같다. 오이가 작아서 한 번에 10개는 썰어야 1주일 동안 먹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금방 없어진다.


김치통에 넣은 뒤 2주 정도 베란다 같은 실온에 놓아둔다. 그대로 김치 냉장고에 넣어 보관해도 되지만 너무 짠 오이지가 싫어서 2주 후에 오이만 건져서 김치통에 담는다. 오이 위에 올리고당을 부어준다. 갈색 물엿을 넣어주어도 된다. 그렇게 하면 오이지가 정말 쪼글쪼글 덜 짠 오이지가 된다.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면 여름 내내 든든한 밑반찬이 된다.


오이지는 물기를 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짤순이가 없어서 늘 짝꿍이 베 주머니에 넣어 손으로 짜 준다. 힘들다고 늘 말하지만 짤순이는 사지 않았다. 참기름과 실청,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조금 넣어 조물조물 주물러서 깻가루와 통깨를 넣어 무쳐 먹는다. 얼음물에 식초 조금, 파 송송 띄워 먹기도 하지만 오이지무침을 더 좋아한다.


이제 3주 정도 후면 담근 오이지를 먹을 수 있다. 비 오는 휴일 덕에 큰 일을 했다. 오이지가 맛있게 익기를 기대해 본다.


*3주 후 완성된 오이지 사진을 올려드릴게요.


유세프 요리 교과서 '옛날 오이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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